전남권 22개 시·군 그늘막 현황 분석
더위 취약한 '고령자' 비율 높을수록 그늘막 ↓
고흥·함평·보성 최하위…상위권과 6배 격차
"농어촌 지역 실생활권 그늘 적어 개선 必"

갈수록 무더위로 인한 불평등이 심화하고 있다. 더 많은 이들의 생명을 앗아가는 등 사회적 약자에 더 가혹하게 다가간다. 그래서 폭염은 자연재난임과 동시에 사회적 재난이다. 도시 위로 쏟아지는 뜨거운 햇볕 아래, 시민들을 보호하는 첫번째는 작은 ‘그늘’이다. 누구나 그늘 아래서 잠시나마 보호 받을 수 있다. 폭염이 재난이 된 시대, 그늘은 누구나 평등하게 보장받아야 할 기본권이자 생존권이다. 무등일보는 우리 도시가 방치해 온 ‘그늘 불평등’을 고발하고, 기본적 권리로서 확대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본다. 편집자 주
폭염이라는 재난 속에서 고령층에게 길거리의 그늘은 단순한 편의시설이 아닌 건강과 직결한 안전장치의 하나다. 뜨겁게 내리쬐는 불볕더위로부터 온열질환 위험과 보행권을 지켜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고령화 비율이 높은 지자체일수록 폭염을 피할 그늘막은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무등일보가 전남광주통합특별시 22개 시·군의 고령화 비율과 인구 1만 명 당 그늘막 설치 수를 비교·분석한 결과다.
광주특별시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전남권 22개 시·군에서 운영하는 그늘막은 총 1천382개다. 그늘막 개수로만 보면 나주시가 231개로 가장 많다. 여수시(188개), 순천시(132개), 광양시(130개), 목포시(125개)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함평군은 10개에 그쳤고, 이어 강진군(12개), 구례군(13개), 보성군(15개), 장흥군(18개) 순으로 보급이 적었다. 규모가 큰 ‘시(市)’일수록 상대적으로 도시화가 잘 돼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군지역에서는 담양군(93개)과 무안군(72개), 화순군(70개) 순으로, 그늘막 보급이 많았다. 상대적으로 인구가 많고, 도시화가 잘 돼 있는 지역이다. 반면 같은 군 지역이라도 함평군(10개)과 강진군(12개), 구례군(12개), 보성군(15개) 등은 보급이 매우 저조했다.

인구 1만명 당 그늘막 개수도 분석했다. 그 결과, 지자체 간 격차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전남권 22개 시·군 평균은 7.8개다. 담양군이 21.19개로 보급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나주(19.80개)와 진도(15.48개), 화순(11.69개)도 비교적 높았다. 반면 함평(3.36개)과 고흥(3.73개), 강진(3.80개), 보성(3.93개) 등의 보급률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함평과 담양은 6배 넘게 차이가 났다.
그늘막 격차는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것보다, 더욱 큰 위험 요인을 안고 있다. 전남 22개 시·군의 고령화 비율과 인구 1만명 당 그늘막 보급은 뚜렷한 역비례 관계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고령층이 많아 최소한의 안전망이 필요한 지역일수록 그늘막 보급은 낮았다.
고흥은 고령화 비율이 48.30%로 전남권 22개 시·군 중 가장 높지만, 인구 1만명당 그늘막은 3.73개(총 22개)에 불과했다. 함평 또한 고령화 비율 43.08%(3위)에 인구 1만명당 그늘막은 3.36개(총 10개)에 그쳤다. 보성은 고령화 비율이 44.81%로, 전남권에서 두번째로 높음에도 1만명당 그늘막은 3.93개(총 15개)다. 이들 지자체는 절반가량이 고령층임에도 보급률은 바닥권에 머무른 것이다. 강진, 구례, 해남, 신안 등도 고령화 비율이 40% 안팎에 달하지만 그늘막 보급률이 낮아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분석됐다.
전문가들은 도심지에 비해 농어촌 지역은 유동 인구와 인구 밀도가 낮다보니 지자체가 그늘막 보급에 소극적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인구 밀도가 낮고 농경지가 많은 군 단위 특성상 길거리 그늘막 설치가 자칫 ‘예산 낭비’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한다. 그러나 군 단위일수록 어르신들의 생활·이동 거점이 읍·면 소재지와 버스정류장, 전통시장 등 특정 공간에 집중된다. 이 같은 공간을 중심으로 폭염에 취약한 고령층의 이동권은 물론, 건강권 등을 고려해 그늘막 보급을 늘려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고이지선 녹색전환연구소 지역전환팀장은 “흔히 농어촌은 녹지가 풍부하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주민들이 걷고 생활하는 거리에는 가로수나 그늘막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군 지역일수록 그늘 부족이 어르신들의 보행권과 이동권 침해로 직결되기 때문에 보다 적극적으로 그늘을 만드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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