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하지 못한 부상악령' KIA타선 끝이 아쉬웠다

입력 2023.10.25. 17:48 이재혁 기자
[2023 KIA타이거즈 결산 下]
팀 타율·홈런·도루 등 대부분 지표서 최상위권
나성범·최형우·박찬호 등 주전타자 부상 시달려
김도영, 한준수 등 1차지명 유망주 성장 고무적
프로야구 KIA타이거즈의 나성범이 타격을 하고 있다. KIA구단 제공.

[2023 KIA타이거즈 결산 下]

'부상 또 부상'

프로야구 KIA타이거즈의 타선은 자타 공인 10개구단 최강의 전력을 자랑한다.

박찬호, 김도영, 최원준 등 컨택과 빠른 발을 두루 갖춘 테이블세터를 비롯해 나성범과 최형우의 쌍포, 소크라테스, 김선빈 등 중심타자들이 두루 포진해있기 때문. 하지만 올 시즌에는 이 같은 전력이 부상으로 얼룩져 100% 가동을 하지 못했다.

KIA가 올 시즌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한 것은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부상 악령을 피하지 못한 탓이 컸다.

시작부터 삐걱댔다. 타율 3할, 30홈런, 100타점을 기대할 수 있는 중심타자 나성범이 비시즌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출전 도중 입은 부상으로 개막전 출전이 불발됐다. 여기에 발전된 기량으로 시즌에 대한 기대를 불러일으키던 '제2의 이종범' 김도영이 SSG랜더스와 개막시리즈에서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스프링캠프에서 손목부상을 입었던 주전 유격수 박찬호가 여파로 시즌 초반 부진에 빠졌고 캡틴 김선빈 역시 개막전 수비 도중 무릎에 이상이 발견돼 잠시 휴식을 취하는 등 시즌 시작부터 순탄치 못했다.

KIA는 악재 속에서도 리그 중위권을 유지하는 저력을 발휘했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6월 말 한때 리그 9위까지 추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KIA는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포수 박동원의 이탈 후 한승택, 주효상 등 기존 포수들의 성장에 기대를 걸었던 KIA는 상황이 여의치 않자 삼성라이온즈와 내야수 류지혁을 내주고 포수 김태군을 데려오는 트레이드를 단행하며 마운드 안정을 꾀했다.

또 전반기 막판 김도영과 나성범이 복귀해 타선의 중심을 잡았고 캡틴 김선빈은 특유의 밀어치기 능력을 기반으로 타율을 끌어올렸다. 박찬호 역시 발전된 방망이 실력을 앞세워 타율 3할을 넘나들었다.

전력이 100%가 갖춰진 KIA는 후반기 시작과 동시에 순위를 무섭게 끌어올렸다. 9연승을 질주했고 이 기간 팀 타율은 3할3푼7리로 타 팀에게 공포를 선사했다. 당시 2위 등극까지 노리며 리그 상위권의 판도를 뒤흔들었다.

하지만 이 같은 호조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가장 먼저 장기간 부상에서 돌아와 타선의 핵으로 자리매김한 나성범이 햄스트링 부상으로 이탈하는 초대형 악재를 맞았다. 나성범은 올 시즌 58경기에만 출전했음에도 불구하고 타율 3할6푼5리 18홈런 57타점에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를 뜻하는 WAR은 3.69(스탯티즈 기준)로 리그를 폭격했다. 그의 이탈로 KIA는 날개를 잃었다. 또 공격에서는 첨병역할을, 수비에서는 내야의 야전사령관 역할을 하던 박찬호가 팔뚝 분쇄골절 부상을 입으며 전력에서 사라졌다. 박찬호는 올 시즌 타율 3할1리 3홈런 52타점 30도루로 골든글러브급 성적을 기록하고 있었다.

프로야구 KIA타이거즈의 최형우가 타격을 하고 있다. KIA구단 제공.

여기에 또 다른 중심타자 최형우도 경기 도중 쇄골 분쇄골절 부상을 당했다. 그는 올 시즌 제 2의 전성기를 열었다는 평가 속에 타율 3할2리 17홈런 81타점으로 베테랑의 관록을 과시하던 중이었다. 이처럼 순위 경쟁이 한창이던 시즌 막판, 톱타자와 4번, 5번타자가 차례로 사라진 KIA는 타선에서 경쟁력을 잃었고 이는 KIA 5강 진출 실패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프로야구 KIA타이거즈의 김도영이 타격 후 주루플레이를 하고 있다. KIA구단 제공.

부상으로 점철된 올 시즌 KIA의 타선이지만 호재도 분명히 있었다. 먼저 KBO를 대표하는 내야수감으로 기대를 모은 김도영이 확실한 성장세를 보인 점이다. 김도영은 프로 첫 시즌이던 2022년 103경기 타율 2할3푼7리 3홈런 19타점 13도루에 그쳤지만 올 시즌에는 84경기에 출전하며 타율 3할3리 7홈런 47타점 25도루로 괄목할 성장세를 보였다.

또 김태군의 합류로 안방이 든든해졌고 백업요원으로 한준수가 자리를 잡았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한준수는 지난 2018년 KIA의 1차 지명을 받은 대형포수 유망주다. 올 시즌 전까지 1군에서 7경기 출전이 전부였던 그는 48경기 타율 2할5푼6리 2홈런 12타점을 기록했고 수비에서도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프로야구 KIA타이거즈의 박찬호가 타격을 하고 있다. KIA구단 제공.

그동안 견실한 수비에 비해 부족한 타격으로 혹평을 받았던 박찬호가 정교함을 장착한 점도 고무적이다.

올 시즌 KIA는 팀 타율 2할7푼5리(2위), 팀 홈런 101개(2위), 팀 도루 133개(3위), 팀 타점 673개(2위), 팀 타선 WAR 26.74(스탯티즈 기준·2위)로 대부분의 지표에서 리그 최상위권에 위치했다.

야구에는 만약이 없지만 만약 올 시즌 KIA가 '부상악령과 마주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라는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KIA는 부상에 울었고 악재를 이겨내지 못하고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다. KIA 타선은 뜨거웠지만 끝까지 뜨겁게 타오르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 한 해였다.

이재혁기자 leeporter5125@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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