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호남 반도체 배후도시, 광주의 균형발전을 설계할 기회다

입력 2026.09.15. 11:22 이정민 기자
이현 전 전남광주 남구 부구청장

이현 전 광주 남구 부구청장.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소식을 접할 때마다 가슴이 뛴다. 이번 국가적 투자가 우리 청년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광주와 전남의 산업지도를 바꾸는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광주특별시는 호남권 첨단 반도체 국가산업단지를 중심으로 다핵형 배후주거도시 구축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팹 4기가 모두 가동되는 2030년대 중후반에는 산업 종사자와 가족 등을 포함해 10만~16만 명 규모의 정주여건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러한 전망은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반도체 배후도시는 당장 필요한 주택을 얼마나 공급할 것인가의 문제이면서, 장기적으로 광주와 전남의 인구와 산업을 어디에 배치할 것인가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 대목에서 광주의 오래된 숙제인 자치구 간 불균형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광주시는 오래전부터 자치구 간 인구와 산업·상업 기반의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경계조정을 논의해왔다. 2018년에는 연구용역까지 추진했지만 주민과 정치권의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결실을 맺지 못했다. 행정구역을 인위적으로 바꾸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우리는 이미 경험했다. 그렇다면 이제는 새로운 산업과 도시개발의 기회를 균형 있게 배분함으로써 지역 간 격차를 점진적으로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다행히 남구에는 가장 먼저 구체적인 구상이 제시돼 있다. 대촌에서 나주혁신도시로 이어지는 약 330만㎡ 규모의 배후도시 구상을 밝히고, 이를 위한 TF를 구성해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에너지밸리와 도시첨단산단, 남구의 주거·교육 여건을 연결하려는 방향도 제시했다. 저는 대촌~나주권역을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의 핵심 배후도시 성장축 가운데 하나로 적극 검토의 필요성을 생각한다.

대촌~나주권역은 반도체 생산거점과 나주 빛가람혁신도시의 에너지·공공기관 기능을 연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는 독립된 신도시를 만들자는 뜻이 아니다. 광산구의 반도체 생산거점, 서구의 업무·연구개발 기능, 송정역의 광역교통 기능, 대촌~나주의 산업·정주 연계 기능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각 지역의 장점을 살리는 광역적 역할 분담을 모색하자는 것이다.

이현 전 광주 남구 부구청장.

어느 자치구가 더 많은 개발이익을 가져갈 것인가가 아니라, 국가적 투자의 효과를 광주와 전남 전체로 어떻게 확산시킬 것인가가 핵심이다. 이를 위해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차원의 ‘호남 반도체 광역 배후도시 및 균형발전 종합계획’을 마련할 것을 제안한다.

기존 광주시의 주거종합계획은 인구 감소와 주택 공급 과잉 가능성을 중요한 전제로 수립됐다. 그러나 행정통합과 대규모 반도체 산단 유치라는 새로운 변수가 등장한 만큼, 주택 수요와 공급 시기, 입지와 교통, 교육·의료·문화시설 등을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이번 계획에는 자치구 간 균형발전 지표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 인구와 생산가능인구의 변화, 자체수입과 재정자립도, 산업·상업지역 및 산업단지 면적, 사업체와 종사자 수, 개발 가능한 토지와 기반시설 여건 등을 같은 기준으로 비교해야 한다. 이를 토대로 신규 산업과 주거기능의 배분이 지역 간 격차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한다면, 과거 경계조정 논의보다 한층 실질적인 균형발전 정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대촌~나주 구상도 이러한 광역계획 속에서 구체적인 사업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나주시, 특별시, 관계 중앙부처가 함께 산업용지와 정주공간, 교통·교육·환경 문제를 검토하고, 지역 정치권과 산업계, 주민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할 필요가 있다. 행정의 준비와 정치권의 지원, 주민의 참여가 하나로 모일 때 지역의 구상은 비로소 실현 가능한 계획이 된다.

이번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가 과거 경계조정으로도 풀지 못했던 광주의 오래된 불균형을 완화하고, 대촌~나주를 포함한 새로운 광역 성장축을 만들어 가는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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