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파고든 ‘전라도 혐오’···지역사회, 공론화 움직임 활발

입력 2026.09.15. 10:42 이삼섭 기자
무등일보 기획 보도 후 학계·시민사회계 강연·교육 활발
전남대, ‘호남 혐오·차별’ 대응 주제로 토크콘서트 개최
5·18기념재단, 디지털 혐오 등 유관 기관 직무교육 실시
7월 21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서구 화정동 광덕중·고 학생들이 교내 덕린관 비전홀에서 5·18 조롱 논란을 계기로 혐오와 조롱을 놀이처럼 소비하는 학교문화를 바꾸자는 ‘조롱은 멈추고 존중은 시작합니다’ 입장문을 발표하는 혐오표현 반대 실천대회를 갖고 있다. 양광삼기자 ygs02@mdilbo.com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와 포털 댓글창 등에서 10·20세대의 ‘밈(Meme)’과 오프라인 놀이 문화로 변질·확산하고 있는 ‘전라도 혐오’의 심각성을 다룬 본보 기획 보도 ‘전라도 향한 혐오, 일상에 스민 낙인’과 관련, 전남광주 대학가 등 교육계를 중심으로 혐오·조롱 대신 구조적 원인과 실질적인 개선 방안을 찾자는 움직임이 지역 사회에서 활발하게 일고 있다. 최근 학계에서는 전라도에 집중된 혐오 표현과 차별의 구조적 원인을 진단하고 실질적인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가 하면 시민사회에서는 교육을 통한 혐오 근절 캠페인 등 공론화에 나서는 모양새다.

14일 무등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전남대학교 민주주의와공동체연구소는 오는 17일 오전 10시 30분 전남대 사회과학대학 별관 11호에서 ‘호남에 대한 혐오와 차별,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주제로 시민정치 토크콘서트를 개최한다. 호남 차별의 구조와 역사적 맥락을 연구해 온 ‘전라디언의 굴레’의 저자 조귀동 작가가 강연자로 나선다. 학내 구성원들은 물론 일반 시민들 누구라도 별도 신청 없이도 강연과 토론에 참여할 수 있다.

연구소 측은 스타벅스 5·18 비하 이벤트 논란, 배재고 야구부의 지역 비하 응원 사태 등 일상과 교육 현장까지 번진 전라도를 향한 혐오와 차별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떠오름에 따라 이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취지에서 행사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공론장은 무등일보의 탐사기획 보도가 계기가 됐다. 행사를 마련한 김민혁 전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무등일보의 기획 기사를 계기로 이 문제에 대해 더욱 깊이 관심을 갖게 됐고, 이번 행사로 이어지게 됐다”며 “최근 스타벅스 탱크데이와 같은 전라도 혐오 문제가 불거진 상황에서 조귀동 작가와 함께 청년 세대와 함께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눠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시민사회에서도 5·18을 매개로 이뤄지는 온라인상의 혐오 표현 문제 대응에 나선다. 5·18기념재단이 대표적이다. 5·18기념재단은 16일부터 3일간 5·18기념문화센터 대동홀에서 ‘2026 5·18민주화운동 유관기관 합동직무교육’을 한다. 5·18에 대한 이해를 넘어 온라인에서 발생하는 5·18 역사 왜곡과 이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전라도 혐오 현상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학계는 물론 법조계와 현장 전문가 등 다방면의 전문가들이 강연자로 참여한다.

앞서 무등일보는 지난 7월 8일부터 ‘전라도 혐오, 일상에 스민 낙인’ 기획 연속 보도를 통해 전라도 혐오의 실태와 확산 구조를 당사자 목소리와 데이터로 추적 보도해왔다. 그 결과 지역사회에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개선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회는 출범 후 첫 공동성명을 내고 “호남을 향한 무차별적 혐오를 멈추라”고 호소했다. 광주 광덕중·고등학교 학생들은 온라인에서 만연한 혐오·조롱문화를 자정하기 위한 ‘혐오표현 금지 실천대회’를 열어 큰 울림을 줬다. 전남·광주학생의회는 ‘혐오와 차별 없는 학교문화 만들기 공동선언문’을 성문화하고 선언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제도 개선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8월 18일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특정 지역 비하에 대해 “개인 간의 갈등으로 치부하지 말고 실질적인 제재 방안을 마련하라”고 관계 부처에 직접 지시하기도 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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