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집중호우라는 말 대신 극한호우라는 단어를 더 자주 듣는 것 같다.
기상청에서 1시간 누적 강수량이 50㎜ 이상이면서 3시간 누적 강수량이 90㎜ 이상인 비 또는 1시간 누적 강수량이 72㎜ 이상인 비를 극한호우로 분류하면서 더 그렇게 느끼는지도 모르겠다.
요즘에는 '극한호우'보다 '괴물 폭우'라는 말이 더 자주 쓰일 정도로 한번 비가 내릴 때마다 무섭게 내리고 있다.
단순히 소나기 같은 개념이 아닌 짧은 시간에 강한 비가 내리다가 또 언제 그랬냐는 듯이 해가 쨍하고 내리쬐는 걸 보면 그냥 날씨가 정상이 아니구나라는 생각 밖에 안들 정도다.
자랑스럽고 반가운 일은 아니지만 최근 함평에 내린 극한호우가 역대 가장 거센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기상관측장비에 1시간 동안 무려 147.5㎜가 내리면서 시간당 역대 최대 강수량인 군산의 146.0㎜를 1년 만에 뛰어넘었다. 각종 관측지점과 기상관측망을 활용한 전통적인 강수량 최대치는 1998년 순천 주암면의 145.00㎜다.
하지만 1년 만에 계속 그리 달갑지 않은 기록 경신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이 같은 괴물폭우를 더 자주, 더 많이 볼 것만 같아 걱정스럽기만 하다.
날씨야 우리가 어찌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지만 그래도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기에 더더욱 그렇다.
올해 광주와 전남 곳곳을 휩쓴 괴물폭우로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겪고, 때로는 사랑하는 이들을 잃는 아픔을 겪어야만 했다.
항상 그럴 때마다 '이만하긴 천만다행'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지만, 이는 피해를 겪지 않은 이들이나 할 소리에 지나지 않는다.
실제 피해를 겪은 이들에겐 '세상이 무너지는 그런 일이지 않을까' 조심스럽게나마 추측해 본다.
분명 괴물폭우로 불리는 자연자해는 인재(人災)는 아니다. 하지만 그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음에도 줄이지 못하고 방치를 했다면 그때부턴 인재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번 괴물폭우로 큰 피해를 입은 우리네 이웃들이 하루빨리 웃음을 되찾을 수 있는 그런 날이 오길 바라본다. 그리고 정부도 조속한 특별재난지역 지정으로 이들, 우리 이웃들의 고통을 덜어줬으면 한다.
도철원 취재1본부 부장repo333@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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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수터) 맥락맹 혹은 선택적 분노
인공지능을 이용해 만든 이미지.
‘맥락맹’(Context Blindness)이라는 신조어가 있다. 글이나 대화의 전체적인 흐름과 맥락을 파악하지 못한 채 특정 단어나 문장 하나에만 집착해 엉뚱한 해석을 내놓는 사람들을 비꼬는 말이다. 문해력 저하가 사회적 화두로 떠오른 요즘 맥락맹은 단순한 개인의 지적 능력 부족이나 실수 정도로 치부되곤 했다.하지만 과연 그들이 정말로 맥락을 몰라서 그러는 것일까. 최근 우리 주변에서 관찰되는 이른바 맥락맹들의 행태를 깊이 들여다보면 고개가 가로저어진다. 그들은 결코 무지하지 않다. 오히려 앞뒤 맥락이 무엇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맥락을 잃은 사람처럼 행동하는 이유는 하나다. 자신이 공격하고 싶은 부분, 혹은 자신의 입맛에 맞는 부분만을 골라내기 위해서다. 즉, 모르는 게 아니라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것이다.맥락이 거세된 자리에는 대개 맹목적인 적대감과 ‘선택적 분노’가 들어선다. 전체적인 취지나 본질은 외면한 채 꼬투리 잡기 좋은 한 마디를 박제해 마녀사냥을 벌인다. 내 편의 허물은 사정상 그럴 수 있었던 맥락이 있고, 네 편의 말은 어떤 맥락이든 상관없이 무조건 잘못되었다는 식이다. 이들에게 맥락은 사실을 판단하는 기준이 아니라, 내 편을 들기 위한 변명이거나 상대를 공격하기 위한 무기에 불과하다.진짜 무서운 점은 이러한 맥락맹을 가장한 선택적 분노가 우리 사회의 건강한 토론과 소통을 마비시키고 있다는 사실이다. 어떤 생산적인 논의도 맥락을 잃고 파편화되는 순간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되고 만다. 소통의 부재는 확증편향을 낳고 이는 다시 사회적 분열과 혐오를 심화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단순한 오독(誤讀)의 시대를 지나, 의도적 왜곡과 선택적 분노가 판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어쩌면 문장을 읽는 문해력이 아니라 타인의 말에 담긴 본뜻을 왜곡하지 않고 마주하는 도덕적 문해력과 소통의 정직함이 아닐까.그런 점에서 우리에게는 포용적 시선이 필요하다. 맥락은 보편성과 특수성이 공존한다. 다시 말해 의도하지 않은 실수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의미다. 의도인지 실수인지는 분명치 않다. 그러나 누군가가 실수에 대한 맥락을 설명하고 사과할 때는 받아들여 주는 태도가 필요하다. 우리 모두 실수를 밥 먹듯이 하고 있잖나.이삼섭 취재1본부 차장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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