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선제 대통령직 오른 최규하 예외
JP, 이회창 등 유력 후보도 결국 실패
김문수와 단일화 불발시 중도 하차

6·3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가 본격적인 대권 행보에 나섰다.
역대 국무총리 출신 인사들이 모두 대권 고지에 오르지 못한 가운데 한 후보가 보수진영 내 단일화를 이끌며 ‘총리 잔혹사’를 깰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 후보는 지난 2일 국회에서 출마의 변으로 즉시 개헌, 통상 해결, 국민통합과 약자동행 세 가지를 약속하며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우리 모두를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찾기로 마음먹었다”고 대선 출마를 공식화했다.
한 후보는 보수와 진보를 넘나든 관료 출신이다.
노무현 정부에서 초대 국무총리를 역임했으며, 윤석열 정부에서도 초대 총리로 활동했다. 김대중 정부에서 청와대 정책기획수석과 통상교섭본부장도 맡는 등 경제와 외교 분야 경륜을 쌓았고, 진영을 가리지 않는 중도적인 이미지가 그의 강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대선판에 뛰어든 한 후보 앞에는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의 단일화다.
한 후보는 7일 김 후보와 단일화 논의를 위한 첫 회동을 가졌으나 빈손으로 끝나며 단일화가 결국 무산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회동에선 단일화 방식과 시기 조율에 난항을 겪었고, 본선 후보 등록 마감일인 11일이 임박한 점도 부담이 될 전망이다.
한 후보는 이미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후보 등록을 하지 않겠다고 밝힌 상태다.
‘국무총리 출신 대권주자들이 대통령에 당선된 적이 없다’는 정치권의 오랜 통념도 한 후보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정치적 기반과 조직력 부족, 독자적 팬덤 부재, ‘무난한 행정가’라는 이미지가 총리 출신 주자들이 공통적으로 직면한 한계였다.
한 후보 역시 정치 경험보다는 관료 경력에 방점이 찍히는 인물로, 대중적 정치 역량을 입증받은 적은 없다.
역대 국무총리 출신 중 직선제로 대통령에 오른 인물은 단 한 명도 없다.
유일한 예외는 최규하 전 대통령이지만,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뒤 간선제를 통해 대통령에 선출됐을 뿐 국민 투표로 선출된 적은 없다.
김종필 전 총리는 총리와 9선 의원을 지낸 ‘충청 대망론’의 주역이었지만, 13대 대선에선 낙선했고 15대 대선에선 DJP연합을 통해 김대중 전 대통령 당선에 기여하는 2인자에 머물렀다. 고건 전 총리는 참여정부 당시 높은 국정 지지율과 함께 대권주자로 주목받았지만, 2007년 불출마를 선언하며 스스로 퇴장했다.
가장 대권에 근접했던 인물은 이회창 전 총리다. 그는 15대 대선에서 김대중 후보에게 1.5%p 차로 석패했고, 16대 대선에선 노무현 후보에게 밀려 연속 낙선했다. 17대 대선에서는 무소속으로 출마해 3위에 그쳤다. ‘대통령 빼고 다 해본 사람’이란 별명은 끝내 실현되지 못했다.
이해찬 전 총리도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 경선에 출마했지만 3위에 머물렀고, 문재인 정부 시절 총리였던 이낙연, 정세균 전 총리도 2021년 더불어민주당 경선에서 각각 이재명 후보에게 패하거나 중도 사퇴했다.
황교안 전 총리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으며 주목받았지만, 2020년 총선 참패 이후 대권 꿈이 꺾인 바 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한덕수 카드가 성공하려면 단일화는 필수조건이고, 단일화 논의의 주도권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며 “지금까지 총리 출신 대권주자들은 대중성과 정당성과 전략이 모두 부족했다. 한 후보가 그 벽을 넘으려면 명확한 비전과 뚜렷한 대중적 메시지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관우기자 redkcow@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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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김, 첫 호남 유세 맞대결···광주 숙원 해결될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제21대 대통령 선거 후보가 17일 전남 나주시 금성관앞 유세현장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특별취재반=양광삼기자 ygs02@mdilbo.com 6·3 제21대 대통령선거가 보름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가 호남에서 격돌했다.5·18민주화운동 45주년을 맞아 광주를 방문한 두 후보는 다양한 지역을 위한 공약을 내세우며 호남 민심을 잡기 위해 유세를 펼쳤다. 이 후보는 국가 지원의 광주 군공항 이전 등을 약속했으며 국민의힘은 광주·전남 지역 공약을 발표하며 맞불을 놨다. 특히 이 후보와 김 후보를 비롯한 대선 후보들이 일제히 오월정신 헌법전문 수록에 찬성입장을 표명해 지역숙원 사업 해결에 대한 지역민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李, 광주 군공항 이전 등 약속이 후보는 광주 군공항 이전에 대해 "직적 관리해서 깔끔하게 정리하겠다"고 약속했다.이 후보는 지난 17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 광장에서 "충분히 대화하고, 방법을 찾고, 이해를 조정해 신속히 옮기고 돈이 부족하면 정부에서 지원해 반드시 활로를 찾겠다"며 이같이 밝혔다.광주시와 전남도는 광주 민·군 공항을 무안으로 통합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무안군의 반대에 답보 상태에 놓여있다.이에 대해 이 후보는 "무안군수의 입장도 이해하지만, 군용기 소음 피해를 줄이고 동네 주민이 동의할 조건을 만들면 되지 않느냐"며 "지역 피해자들에게 충분히 보상하고, '이 정도면 됐어'라고 생각할 만큼 합리적으로 지원하면 된다"고 강조했다.이어 "어떤 정책으로 많은 사람이 혜택을 보면 그 편익의 일부를 떼 손해를 채워주면 된다"며 "특별한 희생을 치르는 사람에게 특별히 보상해주는 것이 정의롭지 않느냐"고 되물었다.또 광주를 인공지능 중심도시로 만들겠다는 공약도 제시했다.이 후보는 "제가 광주를 인공지능 중심도시로 확실하게 지원해 대한민국 최고의 인공지능 도시로 만들겠다"며 "GPU(생성형 AI 모델 학습과 추론에 필요한 그래픽처리장치) 칩을 5만개를 사서 광주에 최대로 배치하겠다고 했더니 2천장 이상은 수용이 불가능하다고 하는데 수용이 불가능하면 가능하게 하면 된다"고 피력했다.앞서 이날 오전 나주에서 진행된 유세에서는 쌀값 안정화 등 농업 지원 정책을 제시했다.이 후보는 "나라 국정은 국민을 중심으로 해야 하고, 대한민국 농업도 지금처럼 학대당하지 말아야 한다"며 "민주당이 집권하게 되면 농업을 전략·안보 산업으로 인정하고 농업 종사자의 공익 기여에 충분히 보상할 수 있도록 쌀값 안정화뿐 아니라 농업 지원을 적극적으로 하겠다"고 약속했다.이어 "서부 선진국에서 잘 사는 사람일 수록 농업에 대한 보조금이 많다. 지난 대선 때 찾아본 자료 기준으로 유럽에 잘 사는 나라들은 연간 가구당 2천400~2천500만원 정도를 보조금 주는데 우리나라는 농업 지원이 적다"며 "농업의 공익적 기능을 인정하고, 그 역할을 보상해줘야 한다"고 역설했다.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과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 양곡관리법 개정안도 재추진하겠다고 밝혔다.이 후보는 "(윤석열 정부가) 쌀값 20만원을 유지한다고 약속했는데 안 지켰다"라며 "그래서 민주당 의원이 쌀값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거나 과잉 생산되면 정부가 쌀을 사주도록 입법하자고 한 것이다. 동시에 과잉 생산이 되면 문제가 되니 대체 작물 지원법을 만들었더니 이거도 대통령이 다 거부했다"라고 했다.신재생에너지 이익공유제인 '햇빛연금' 도입과 전기요금 차등화 필요성도 강조했다.이 후보는 "나주에서 전기를 생산해서 송전한 뒤 수도권에서 쓰는데도 (수도권과 지방의) 전기 요금이 같으면 이상한 것"이라며 "합리적인 사회로 가야 해서 송전 비용을 전기 요금에 반영하지 않을 수 없는 시대가 왔다. 앞으로는 생산지 전기와 소비지 전기가 원격일 때는 가격이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최근 조국혁신당에 패배한 담양군수 재선거를 거론하면서는 "호남은 텃밭이 아니라 살아 있는 죽비"라고 했다.이밖에 이 후보는 5·18 45주년 기념식이 열린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헌법 전문에 5·18 광주 민주화운동 정신을 수록하자. 민주주의의 산 역사를 헌법에 명시함으로써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더욱 굳건히 지켜나가자"고 말했다.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7일 광주광역시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오월어머니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특별취재반=양광삼기자 ygs02@mdilbo.com◆金, 광주를 인공지능 표준도시로김 후보는 대선 공식 선거 운동이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험지' 광주를 찾아 지지를 호소했다.김 후보는 지난 17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를 찾아 헌화하는 것으로 일정을 시작했다.이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로 이동한 김 후보는 중앙선대위 광주·전북·전남 현장회의를 열고 "저는 5·18, 80년 5월의 희생자 중 하나다"며 "저는 희생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대한민국의 자유와 인권,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기 위한 밑거름이 되는 저의 아픔이었고 시대의 아픔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이어 "우리에게 과제가 남아 있다. 우리가 하나가 돼야 한다. 우리가 서로 미워하지 않아야 한다"며 "우리는 이 영령들의 희생을 생각하면 정치를 똑바로 해야 된다. 부패하고 거짓말시키고 도둑질하고 독재를 하는 정치는 절대 안 된다는 명령이 바로 광주 5·18의 명령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국민의힘은 같은날 5·18 민주화 운동의 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하는 것을 골자로 한 광주·전남지역 공약을 발표했다.국민의힘은 정책총괄본부는 "5·18정신의 헌법전문 수록을 통한 5·18민주화운동의 헌법적 위상을 정립하겠다"고 밝혔다.또 광주를 '인공지능(AI) 생태계 표준도시'로 조성하겠다고 공약했다.국가 AI 데이터센터 2단계 사업을 지속 추진하고 AX(AI 전환) 실증 밸리 조성 및 연구·개발 허브 구축 등을 추진한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전남에는 도민의 30년 염원인 국립 의과대학 설립을 공약했다.국민의힘은 "통합의대 건설 추진으로 전남도민의 30년 염원을 반드시 해결해 도민의 건강권과 생명권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또 전남에 스마트 축산단지를 구축해 지역 산업 발전을 지원하겠다고 했다.아울러 호남권에 고속철도·고속도로망 등을 확충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견인하겠다고 약속했다.광주·대구 간 '달빛 철도'를 조기 착공해 호남과 영남의 산업벨트를 연결하고, 여수~익산, 광주~목포 구간에도 고속철도망을 구축해 교통 연계성을 개선하겠다고 공약했다. 호남고속도로 동광주IC→광산IC 구간을 6∼8차로로 확장하고, 광주와 영암·고흥, 여수와 순천을 잇는 고속도로를 추가 건설해 광역 경제권을 구축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신안 흑산공항의 빠른 건설과 제주 제2공항의 차질 없는 추진을 통해 호남·제주 지역의 항공 접근성도 대폭 강화하겠다고도 했다.이정민기자 ljm7da@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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