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출신 대권도전의 벽···한덕수 '총리 잔혹사' 깰 수 있을까

입력 2025.05.07. 16:27 이관우 기자
역대 총리 출신 직선제 대통령 0명
간선제 대통령직 오른 최규하 예외
JP, 이회창 등 유력 후보도 결국 실패
김문수와 단일화 불발시 중도 하차
한덕수 대선 후보가 지난 2일 광주 대인시장을 찾아 시장 상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6·3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가 본격적인 대권 행보에 나섰다. 

역대 국무총리 출신 인사들이 모두 대권 고지에 오르지 못한 가운데 한 후보가 보수진영 내 단일화를 이끌며 ‘총리 잔혹사’를 깰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 후보는 지난 2일 국회에서 출마의 변으로 즉시 개헌, 통상 해결, 국민통합과 약자동행 세 가지를 약속하며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우리 모두를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찾기로 마음먹었다”고 대선 출마를 공식화했다. 

한 후보는 보수와 진보를 넘나든 관료 출신이다. 

노무현 정부에서 초대 국무총리를 역임했으며, 윤석열 정부에서도 초대 총리로 활동했다. 김대중 정부에서 청와대 정책기획수석과 통상교섭본부장도 맡는 등 경제와 외교 분야 경륜을 쌓았고, 진영을 가리지 않는 중도적인 이미지가 그의 강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대선판에 뛰어든 한 후보 앞에는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의 단일화다.

한 후보는 7일 김 후보와 단일화 논의를 위한 첫 회동을 가졌으나 빈손으로 끝나며 단일화가 결국 무산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회동에선 단일화 방식과 시기 조율에 난항을 겪었고, 본선 후보 등록 마감일인 11일이 임박한 점도 부담이 될 전망이다. 

한 후보는 이미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후보 등록을 하지 않겠다고 밝힌 상태다. 

‘국무총리 출신 대권주자들이 대통령에 당선된 적이 없다’는 정치권의 오랜 통념도 한 후보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정치적 기반과 조직력 부족, 독자적 팬덤 부재, ‘무난한 행정가’라는 이미지가 총리 출신 주자들이 공통적으로 직면한 한계였다. 

한 후보 역시 정치 경험보다는 관료 경력에 방점이 찍히는 인물로, 대중적 정치 역량을 입증받은 적은 없다.

역대 국무총리 출신 중 직선제로 대통령에 오른 인물은 단 한 명도 없다. 

유일한 예외는 최규하 전 대통령이지만,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뒤 간선제를 통해 대통령에 선출됐을 뿐 국민 투표로 선출된 적은 없다.

김종필 전 총리는 총리와 9선 의원을 지낸 ‘충청 대망론’의 주역이었지만, 13대 대선에선 낙선했고 15대 대선에선 DJP연합을 통해 김대중 전 대통령 당선에 기여하는 2인자에 머물렀다. 고건 전 총리는 참여정부 당시 높은 국정 지지율과 함께 대권주자로 주목받았지만, 2007년 불출마를 선언하며 스스로 퇴장했다.

가장 대권에 근접했던 인물은 이회창 전 총리다. 그는 15대 대선에서 김대중 후보에게 1.5%p 차로 석패했고, 16대 대선에선 노무현 후보에게 밀려 연속 낙선했다. 17대 대선에서는 무소속으로 출마해 3위에 그쳤다. ‘대통령 빼고 다 해본 사람’이란 별명은 끝내 실현되지 못했다.

이해찬 전 총리도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 경선에 출마했지만 3위에 머물렀고, 문재인 정부 시절 총리였던 이낙연, 정세균 전 총리도 2021년 더불어민주당 경선에서 각각 이재명 후보에게 패하거나 중도 사퇴했다. 

황교안 전 총리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으며 주목받았지만, 2020년 총선 참패 이후 대권 꿈이 꺾인 바 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한덕수 카드가 성공하려면 단일화는 필수조건이고, 단일화 논의의 주도권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며 “지금까지 총리 출신 대권주자들은 대중성과 정당성과 전략이 모두 부족했다. 한 후보가 그 벽을 넘으려면 명확한 비전과 뚜렷한 대중적 메시지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관우기자 redkcow@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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