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민주주의 신념 가지고 살아-잘 보살펴 달라 부탁
헌정사상 처음으로 구속 상태인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에 직접 출석해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한 탄핵소추 사유들을 전면 부인했다. 당시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또 계엄 포고령은 집행 의사나 실행할 계획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헌재의 탄핵심판 3차 변론에 직접 출석해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의 질문에 답변 했다.
문 대행은 "이진우 수방사령관, 곽종근 특전사령관에게 계엄 선포 후 계엄 해제 결의를 위해 국회에 모인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한 적이 있느냐"고 물었고 윤 대통령은 "없다"고 짧게 답했다.
문 대행은 또 "국가 비상입법기구 관련 예산을 편성하라는 쪽지를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준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윤 대통령은 "저는 이걸 준적도 없고 나중에 이런 계엄을 해제한 후에 한참 있다가 언론에 메모가 나왔다는 것을 기사에서 봤다"며 "기사 내용도 부정확하고 이걸 만들 수 있는 사람은 국방부 장관밖에 없는데 장관은 그때 구속되어 있어서 구체적으로 확인을 못했다. 그런데 (기사) 내용을 보면 내용 자체가 서로 모순되는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검찰은 앞서 김용현 국방부 장관을 재판에 넘기면서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작년 12월 3일 오후 10시 40분께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에게 비상 입법기구를 창설하라는 취지의 문건(쪽지)을 건넸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윤 대통령은 계엄 선포의 배경으로 대리인단이 주장해온 '부정선거론'과 관련해 "부정 선거 자체를 색출하라는 것이 아니라 선관위의 전산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스크리닝(점검)할 수 있으면 해보라(고 지시한 것)고 했던 것"이라며 "음모론을 제기하는게 아니라 팩트를 확인 하자는 차원"이라고 밝혔다.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을 막기 위해 계엄군을 투입했다는 의혹에 관해서는 "(국회 의결이) 막거나 연기한다고 막아지는 일이 아니다"라며 "(국회가) 국회법에 딱 맞지 않는 신속한 결의를 했다. 그렇지만 저는 그걸 보고 바로 군을 철수시켰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께 변론이 시작된 후 재판장인 문 권한대행의 출석 확인과 재판진행 안내가 끝나자 "양해해주시면…"이라며 발언 기회를 요청했다.
문 대행이 허가하자 윤 대통령은 "제가 오늘 처음 출석해서 간단하게만 말씀드리겠다"며 앉은 상태로 재판관들을 바라보며 발언을 시작했다.
윤 대통령은 "저는 철들고 난 이후로 지금까지 특히 공직 생활을 하면서 자유민주주의라는 신념 하나를 확고히 가지고 살아온 사람"이라며 "헌법재판소도 헌법 수호를 위해 존재하는 기관인 만큼 우리 재판관들께서 여러모로 잘 살펴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 출석해 변론을 마친뒤 법무부 승합 호송차에 탑승해 오후 4시 42분께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를 출발해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로 향했다.
서울=강병운기자 bwjj238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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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눈 가리고 아웅식 추경안"···중산층 공략 '조기 대선용'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배임 및 성남FC 뇌물 의혹' 관련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내놓은 35조원 규모 수퍼 추가경정예산(추경)안에 이재명 대표가 여야 합의를 위해 포기를 시사했던 ‘전국민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이 이름만 바뀐 채 포함돼 있어 ‘눈 가리고 아웅식 편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말바꾸기·퍼주기 비판이 나올 것을 예상하고도 소비 진작책으로 ‘전국민 25만원’을 고집하는 배경을 두고 성남시장과 경기지사 당시 효과를 본 보편적 기본소득 등 이재명식 복지정책을 통한 중산층 공략을 염두한 조기 대선용 선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를 두고 여당은 물론 민주당 안팎에서도 쓴소리가 나오고 있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지난 13일 부문별로 ‘민생 회복’ 24조원, ‘경제 성장’ 11조원 등 총 35조원 규모 자체 추경안을 공개했다. 구체적으로 민생회복 부문엔 ▲민생회복 소비쿠폰(13조1천억원) ▲상생소비 캐시백(2조4천억원) ▲지역화폐 할인지원(2조원) ▲8대 분야 소비바우처(5천억원) 등 ‘소비진작 4대 패키지’와 함께 소상공인 및 중소기업 지원 예산 등이 담겼다. 이 중 민생회복 소비쿠폰은 전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씩 지역화폐 형태로 지급하되, 기초수급자·차상위·한부모가족(약 361만명) 등 취약계층에는 1인당 10만원씩 추가 지급한다. 경제 성장 부문에선 인공지능(AI)·반도체 지원 및 R&D확대(5조원)에 가장 많은 금액을 배분했다.논란은 이 대표가 지난달 31일 정부·여당의 추경 편성에 걸림돌이 된다면 “포기하겠다”고 밝혔던 민생지원금 예산을 ‘민생회복 소비쿠폰’으로 이름만 바꿔 추경안에 포함시키면서 불거졌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1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추경 편성에 꼭 필요하다면 특정 항목을 굳이 고집하지 않겠다”고 밝혔고, 지난달 31일 최고위원회의에서는 “민생지원금 때문에 추경을 못 하겠다면 포기하겠다”고 한 바 있다. 이 대표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이름만 바뀐 민생지원금이 기습 포함되자 여당뿐 아니라 민주당 안팎에서도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지난 14일 광주경영자총협회 특강에서 “민주당 추경안에 여전히 전국민에게 25만원씩 민생지원금을 주자고 돼 있다고 들었다. 13조더라”며 “추경안 발표에 대해 아주 잘했다고 생각하는데 민생지원금만큼은 다른 입장을 가져줬으면 한다”고 말했다.김 지사는 “취약계층일수록 한계소비성향(소득이 올라가면 돈을 쓰는 비율)이 높다. 부자들은 소득 늘어난다고 돈을 소비하지 않는다”며 “경제활성화, 투자활성화, 경제성장, 가계별로 이 어려운 상황을 벗어날 수 있게끔 민생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똑같이 나눠주는 것보다 어려운 분들에게 촘촘하게 두텁게 하자”고 말했다.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같은날 페이스북에 “언제까지 추경을 두고 정쟁을 벌일 것이냐. 소상공인, 자영업자는 이미 벼랑 끝에 몰렸다”며 “이러다 골든타임 놓친다. 민주당이 통 크게 양보하자”고 썼다. 친노(친노무현)계 출신 이광재 전 의원은 “정신 좀 차리자. 정도를 가자”면서 “추경안에는 서민 지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전국민 25만원 지원은 아니다. 저소득층 지원과 소비 진작에 집중하자”고 말했다. 특히 비명계 대권 주자들은 총선 압승과 연임을 거치며 당 장악력이 커진 이 대표를 향해 ‘일극 체제’를 중점 비판해 왔으나, 최근에는 이 대표의 이념과 정책을 문제 삼는 모습이다.조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 당 정체성을 고리로 ‘우클릭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이 대표의 독주를 견제하는 동시에 당의 전통적 지지층에 소구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반면 친명계는 이 대표 지원사격에 나섰다.안도걸 의원은 “2020~2021년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도입한 민생지원금은 소비 진작과 소상공인 매출 회복에 효과가 큰 것으로 분석됐다”며 “내수 침체와 내란 쇼크로 민생경제 상황은 코로나19 시기보다 어렵다고 판단해 민생지원금을 포함한 것”이라고 했다.그러면서 “민주당은 더 나은 제도를 정부와 여당이 제안하면 언제든지 민생지원금을 포기할 용의가 있다”며 “경제적 효과와 재정 여건 등을 고려해 여·야·정 국정협의체에서 협의를 통해 더 나은 대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한편 그동안 표류해오던 여·야·정 국정협의회가 오는 20일 재가동되면서 추경 편성, 주52시간 예외 등 주요 쟁점 현안이 유의미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이관우기자 redkcow@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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