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권 위협에 전세계 주요 도시들 '그늘 인프라' 확대
서울시, '그늘보행권' 도입해 도시정책 기본 원칙 확립
美 피닉스, 연간 2만7천그루 가로수…인공 그늘도 확대

전 세계가 폭염으로 생존권을 위협받으면서 도시 공간 속 ‘그늘’을 생존을 위한 필수 인프라로 바라보는 시각이 확산하고 있다. 과거 단순한 녹지 사업이나 조경 차원에 머물렀던 가로수 배치 또한 시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핵심 정책으로 전환하는 모양새다.
서울시가 대표적이다. 서울시는 지난달 19일 ‘그늘보행권’을 서울 도시정책의 기본 원칙으로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도시기본계획과 생활권계획에 반영하고, 지구단위계획·정비사업·공공건축사업 등에 단계적으로 적용한다. 그늘을 시민 누구나 누려야 할 권리로 선언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시민이 일상적인 보행 동선에서 그늘을 끊김 없이 누릴 수 있도록 도시 공간을 설계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올해부터 내년까지 그늘이 부족한 생활권 10곳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한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23∼2025년 서울 온열질환자 815명 중 길에서 발생한 환자가 31.4%에 달했다. 이는 실외 작업장(20.7%)보다 1.5배가량 높은 비중이다.

특히 서울시는 가능한 한 가로수를 적극적으로 심는 ‘자연그늘’ 확보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가로수를 심지 못하는 곳은 차양과 캐노피, 소규모 쉼터를 설치해 그늘길을 만든다는 구상이다. 이에 더해 민간 개발사업자가 보행자를 위한 그늘을 만들면 인센티브도 제공한다.
해외에서는 미국 피닉스가 대표적이다. 피닉스는 지난 2010년 ‘그늘 마스터플랜’(Tree & Shade Master Plan)을 도입했다. 미국에서 가장 더운 대도시 중 하나로, 극한 폭염 탓에 시민 건강권을 위협 받자 내놓은 대책이다. 주거지역과 공공공간, 보행로 등에 자연·인공 그늘을 설치하는 게 목표다. 2024년부터 2029년까지 5천만 달러를 투입해 연간 식재량의 두 배 수준인 2만7천그루의 신규 가로수를 식재하기로 했다. 550개의 인공 그늘 구조물도 설치할 예정이다. 특히 고령자 등 사회적 약자가 집중된 저소득 지역에 투자를 집중한다.


미국 뉴욕시도 지난달 2040년까지 도시 전체 면적의 30% 이상을 나무 그늘로 덮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특히 도시열섬 현상이 심각한 저소득층 밀집 지역을 우선순위로 지정해 가로수를 집중적으로 심을 계획이다. 나무 수량 자체보다 실제로 형상화되는 그늘 면적을 지표로 관리함으로써, 단순히 어린나무 심기를 넘어 기존 성목의 수관을 보호하고 육성·보존하기 위해서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슈퍼블록’(Superilles)도 대표적인 도심 그늘 확보 프로젝트다. 슈퍼블록 정책은 가로세로 약 150m 규격의 기존 주택 블록을 하나의 큰 ‘슈퍼블록’ 단위로 묶는다. 단지 외곽 도로로 일반 차량 통행을 허용하되, 내부 도로는 면적을 줄이고 최소한의 거주자 차량만 허용한다. 차량이 사라진 내부 도로는 벤치와 수목, 소공원이 어우러진 보행자 전용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그러면서 아스팔트로 덮여 있던 공간들이 풍부한 나무 그늘로 대체됐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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