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층 정보 접근성 저하·소외감
사고시 정확한 신고 어려움 우려도
브랜드화·행정적 한계로 단속 어려워
관계자 "정책적 조치 방법 고안할 것"

“거리를 지나다니다 보면 여기가 한국인지 외국인지도 모를 것 같을 때가 있어요. ‘인스타 감성’도 중요하긴 하지만, 외국어가 과하게 사용되는 것 같아 한편으론 씁쓸하기도 해요.”
9일 찾은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동구 동명동. 이른바 ‘동리단길’로 불리는 동명동 일대는 다양한 테마의 카페와 음식점, 주점 등이 밀집해 광주의 대표적인 상권으로 젊은이들이 즐겨찾는 ‘핫플’로 자리매김한지 오래다.
젊은층이 주로 찾는 이곳에선 영어와 중국어, 일본어 등 외국어로만 적힌 간판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상호부터 메뉴판, 가게 내부 안내문까지 외국어를 앞세운 곳이 적지 않아 오히려 한글로만 적힌 간판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이처럼 범람하는 외국어 간판을 두고 단순히 거리의 미관이나 취향의 문제로 치부하기엔 시민불편도 크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외국어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이나 시민들에게는 가게의 이름이나 위치를 파악하는 것 자체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사고나 응급상황 발생땐 더 위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국어 간판을 읽지 못하는 사람이 주변 가게의 상호를 보고 자신의 위치를 설명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특정 장소를 찾아달라고 요청해야 할 경우 정확한 장소를 전달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 동명동을 찾은 시민들도 외국어 위주의 간판에 대한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시민 박모(27·여)씨는 “동명동에서 술자리를 자주 하는데, 친구들이 약속을 잡을 때 한국어로 가게명을 알려줘도 막상 근처에 가보면 외국어로 상호명이 표기된 가게가 많아 헤맬 때가 종종 있다”며 “특히 외국어를 읽지 못하는 사람들이나 어르신들의 경우에는 소외감이 심할 것 같다”고 말했다.
외국어 간판 문제는 동명동에서 새롭게 제기된 것은 아니다. 동구는 지난 2024년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동명동 카페거리 일대의 외국어 간판을 대상으로 한글 병기 간판 설치 사업을 추진했다.
당시 동구는 해당 지역에서 외국어 간판을 사용하는 가게 120여곳 가운데 30곳을 대상으로 업주의 개성과 가게 특성을 반영한 한글 병기 간판을 설치했다. 간판 제작과 설치 비용도 전액 지원하며 우리말 사용을 유도했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국비 지원 사업으로, 올해는 별도의 한글 병기 간판 사업이 추진되지 않고 있다.
현행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12조에 따르면 광고물의 문자를 원칙적으로 한글맞춤법과 국어의 로마자표기법, 외래어표기법 등에 맞춰 한글로 표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외국문자로 표시할 경우에도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한글을 함께 적어야 한다. 다만 상표법에 따라 특허청에 등록한 문자 등은 예외로 인정된다.
다만 외국어 간판을 일률적으로 정비하거나 강제하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 외국어로 된 상호 자체가 가게의 브랜드로 기능할 수 있는 데다, 간판의 크기 등에 따라 별도의 신고 없이 설치할 수 있는 경우도 있어 지자체가 지역 내 간판을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동구도 외국어 간판을 대상으로 별도의 단속을 벌이지 않고 있다. 다만 관련 민원이 접수되면 현장을 확인한 뒤 업주에게 한글을 함께 표기하도록 안내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동구 관계자는 “행정적 한계가 있어 간판을 단속하기는 현실적으론 쉽지 않다”며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정책적으로 조치할 수 있는 사항이 있다면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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