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빗물 끊기니 광주 '인구 댐' 비어간다

입력 2025.06.15. 21:24 이삼섭 기자
광주 인구 유입·유출 추이 20년간 살펴보니
수도권에 매해 5천~1만명 순유출 추세 지속
'인구 댐' 채워주던 전남發 빗물 작동 불능
전남 청년 유입 막히자 '인구 감소' 급격화
"유출 초점 무의미…유입 늘려 순환에 초점"

2000년 광주시에서 수도권으로 순유출된 인구는 1만386명이다. 2024년에는 5천885명으로 반으로 줄었다. 하지만 2000년 광주의 순이동자(유입-유출)는 -14명이었던데 반해 2004년에는 -7천962명으로 껑충 뛰었다. 수도권으로 빠져나간 인구는 2000년도가 더 심했지만 오히려 당시에는 인구를 유지할 수 있었다. 어떤 차이가 있었을까?

이달을 기준으로 광주시 인구 140만명이 붕괴되자, 그 원인으로 전국 특·광역시 중 가장 높은 수준의 '청년 유출'을 지목한다. 1차적으로 청년 유출은 맞지만, 2차적으로는 전남에서의 인구 유입이 멈췄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광주는 그간 빠져나간 인구만큼 전남에서 채웠다. 그러나 더는 전남에 빨아들일 청년 인구가 남아 있지도 않고, 있다 하더라도 바로 수도권으로 직행하기 때문이다. 비유하자면 전라도의 '저수지' 역할을 해왔지만 주변 지역에서 들어오는 빗물이 메말라 버리면서 수위가 낮아지고 있는 셈이다. 오히려 광주는 전남으로 인구를 뺏기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인구 감소 대책을 '청년 유출'을 막는 데 집중하는 것으로는 근본적 원인을 해결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전국, 전세계의 젊은 인재의 유입을 늘려 도시 인구를 순환하는 '유량'의 개념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도시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란 경고가 나온다.

◆순유출 증가세…청년 유출 감소가 원인?

15일 통계청 자료를 분석해보면 광주 인구는 청년층을 중심으로 순유출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순유출은 유입 인구에서 유출 인구를 뺀 수치를 의미한다. 자연 증감에 따른 인구 변화가 아닌, 그 도시의 인구 흡인력을 판단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특정 도시의 활력도와 지속성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수치다.

우선 지난 5월 기준 광주시 인구는 139만9천880명으로 2004년 이후 21년만에 130만명대로 회귀했다. 매해 5천명~1만명가량의 인구가 순유출되면서 예상보다 더 빨리 찾아왔다는 분석이다.

특히 주 유출 인구가 청년층이라는 점에서 지역사회에서 깊은 우려감을 드러낸다. 실제 지난해 광주의 순이동 규모는 -7천962명(순유출)이다. 이를 자세히 분석해 보면 청년층으로 분류되는 만 20세에서 만 34세 인구가 5천180명이 순유출됐다. 전체 순유출 규모의 65.05%를 차지한다. 전체 순유출 중 수도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73.91%(5천885명)이다.

광주의 순유출 규모는 변동폭 차이가 있지만 매해 커지는 추세다. 지난 2004년 3천148명이던 순유출은 2015년 9천272명을 찍고 현재까지 5천~9천명 사이의 순유출을 유지하고 있다.

구직희망자들이 구직희망업체에서 면접을 기다리고 있다. 양광삼기자 ygs02@mdilbo.com

◆전남→광주, 순환 구조 끊겼다

그러나 더 통계를 들여다보면 광주 인구의 순유출 증가는 청년 유출보다는 전남에서 들어오는 인구 감소가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0년에는 광주에서 수도권으로 순유출된 인구는 -1만386명에 달했다. 그러나 그 해 광주의 순이동은 -14명에 그쳤다. 전남에서 9천260명이 순유입되면서 수도권으로 빠져나간 수치를 상쇄해서다. 오히려 지난해 수도권에 대한 광주의 순유출은 5천885명이다. 오히려 2000년도에 비해 반토막인 셈이다.

광주는 오래전부터 청년을 중심으로 1만명씩 수도권으로 보내던 지역이라는 의미다. 그러나 그만큼 전남에서 광주로 인구를 채워줬다. 그러나 20년 전만 하더라도 3만명의 순유출을 보이던 전남이 지난해는 1천명대로 급감했다. 더이상 광주에 인구를 보내지 않으면서 광주 순유출 규모가 커졌다. 더 정확히는 광주에서 빠져나가던 유출 인구가 제대로 보이기 시작한 셈이다.

전남의 순이동자 수를 살펴보면, 지난 2004년 -3만2천252명에서 지난해 -3천988명으로 급감했다. 무려 87.63%가 줄어든 수치다. 얼핏 생각하면 전남의 유출 인구가 줄어드는 '긍정적 지표'라고 볼 수 있으나 실상은 유출 대부분을 차지하는 청년 인구가 더는 빠져나갈 여력조차도 없다고 보는 게 일반적이다.

실제 전남 청년 인구를 살펴보면 매해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다. 2010년 35만7천798명이었지만, 2015년 33만8천551명, 2020년 30만952명, 2024년 27만109명으로 쪼그라들었다.

전남 청년 인구가 줄어들다 보니 인구 순유출 규모가 줄어드는 추세다. 구체적으로 지난해 전남 청년층의 순유출은 6천399명이었다. 전남 청년 순유출 규모는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2만명대를 유지했다.

광주 상수원인 동복댐. 가뭄으로 빗물이 들어오지 않으면서 수위가 낮아져 바닥을 드러낸 모습이다. 전라도의 '인구 댐' 역할을 하던 광주이지만, 지역소멸을 맞은 전남이나 전북에서 인구가 흘러오지 않으면서 급격히 인구가 줄어드는 모습을 보인다. 무등일보DB=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전남 청년으론 더 이상 명맥 유지 못해

전남의 순유출 규모가 줄어들수록 반대로 광주의 순유출 규모는 늘어나는 양상이다. 전남에서 들어오는 인구가 줄어드는 와중에 수도권 등으로 빠져나가는 인구는 유지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수도권 집중' 현상으로 전남에서 광주로 이동하는 게 아닌, 수도권으로 이전하는 현상이 뚜렷하다. 지난해 전남에서 수도권으로 순유출된 인구는 3천287명이었다. 반면 광주에서는 98명이 순유입됐다. 광주와 전남의 상황이 역전된 셈이다.

김대성 전남연구원 사회문화연구실장은 "오래전부터 전남은 대학 진학과 취업하기 위해 청년층 유출이 컸다. 매년 구례나 곡성 하나 정도의 인구가 빠졌는데, 그 청년들이 광주로 많이 갔다. 최근에는 저출산 문제 등으로 그 숫자가 많이 줄었다"며 광주 인구 감소에 전남 청년 유입이 주된 원인이라는 사실을 뒷받침했다.

문연희 광주연구원 미래전략실 연구위원은 "통계적으로도 전남에서 더는 유입되지 않을뿐더러 광주와 전남의 문화적 매력도나 정주 여건의 차이가 예전처럼 크지 않기 때문에 바로 수도권으로 가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전남의 청년들만 빨아들이면서 명맥을 유지하는 건 더는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유출을 방지한다기보다 청년의 유량을 일정 수준으로 관리하는 것, 다시 말해 청년이 계속 빠져나가더라도 계속 들어오는 방향으로 정책적 방향을 바꿔야 하고 구체적으로 유량을 관리하기 위한 세부적 논의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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