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 장애 아이들 일으킨 야구공···"프로 못지 않은 근성 키워요"

입력 2025.06.02. 18:18 박승환 기자
초등생부터 성인까지 30명 'E·T 야구단'
2016년 KIA 공헌 사업 일환으로 창단
2023년부터는 고향사랑기부금으로 지원
첫 출전 전국대회서 3연승…우승 트로피
광주 동구 E·T(East Tigers) 야구단이 지난달 30일 경기도 김포시에서 열린 '제3회 이만수배 발달 장애인 티볼 야구대회'에 참석해 경기 시작 전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광주 동구 제공

야구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라는 경계는 없었다. 가상의 스트라이크 존에 집어넣는 공의 개수는 손에 꼽을 만큼 적었고, 날아오는 공을 정확하게 방망이에 맞추는 것도 드물었지만 야구에 대한 열정 하나만큼은 프로 선수 못지않았다. 전국 최초로 결성된 발달장애인 야구단 'E·T(East Tigers) 야구단'의 얘기다.

올해로 창단 10년째를 맞은 E·T 야구단은 중간에 재정난으로 해체 위기를 맞기도 했으나 고향사랑기부제를 통해 극복하며 최근에는 첫 출전한 전국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드라마 같은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 있다.

2일 광주 동구에 따르면 E·T 야구단은 지난 2016년 창단했다.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가 사회공헌 사업의 일환으로 취약계층 아동과 청소년을 위한 야구동아리 지원사업을 펼치면서 시작됐다. 야구단의 이름에 타이거즈가 들어가는 이유기도 하다.

광주 동구 E·T(East Tigers) 야구단이 지난달 30일 경기도 김포시에서 열린 '제3회 이만수배 발달 장애인 티볼 야구대회'에 참석해 경기를 펼치고 있다. 광주 동구 제공

청소년 야구단으로 시작했지만, 연령층은 초등학생부터 성인까지 다양하다. 가장 어린 선수가 13살 초등학생이며, 중학생, 고등학생, 대학생, 27살 성인까지 총 30명이 활동 중이다. 창단 때만 하더라도 발달 장애를 가진 청소년을 위한 야구단이었지만, 20살이 넘었다고 야구를 좋아하는 데 매정하게 나가라고 할 수 없어 쭉 함께하다 보니 지금은 전 연령층을 아우르는 발달장애 야구단이 됐다.

공식 훈련은 1주일에 한 번이다.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2시간 동안 100평 남짓의 광주 광산구 한 실내 야구장에서 모여 훈련하고 있다. 훈련 지도는 대학 선수 출신으로 유소년 지도자 생활을 하는 임방현(40)씨가 맡고 있다.

임씨가 E·T 야구단과 연을 맺게 된 것은 2019년이다. 장애인 야구단 감독을 맡아줄 수 있느냐고 먼저 제의가 들어왔다. 임씨는 처음에는 거절했다. 이미 가르치고 있는 아이들이 있는 데다가 장애를 앓고 있는 아이들의 경우 지도하기 쉽지 않아서였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야구가 상대방에 대한 배려, 함께하는 팀워크, 유대감을 비롯한 사회성을 높이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는 말에 마음이 열렸다.

임씨는 "아이들이 야구를 정말 좋아한다. 열정 하나만큼은 프로 선수 못지않다"며 "초등학교 저학년 팀과 경기를 종종 하는데 승패를 떠나서 '형들 진짜 열심히 한다' 등의 말을 들으면 이 또한 장애인 인식 개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T 야구단은 지난 2023년 6월부터 고향사랑기부제 지정기부 사업으로 지원을 받고 있다. KIA의 사회공헌 사업이 종료되면서 지원이 끊기게 되자 동구가 방안을 모색한 것이다. 지금까지 모금액은 7억여 원에 달한다.

동구는 E·T 야구단이 자유롭게 훈련할 수 있도록 모금액으로 지역 내에 실내 야구장을 지을 계획이다. 향후에는 발달장애 조기 발견과 치료·지원에 모금액을 사용할 방침이다.


광주 동구 E·T(East Tigers) 야구단이 지난달 30일 경기도 김포시에서 열린 '제3회 이만수배 발달 장애인 티볼 야구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광주 동구 제공

최근에는 경기도 김포시에서 열린 '제3회 이만수배 발달 장애인 티볼 야구대회'에 출전해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첫 출전한 전국대회였다.

발달장애인 야구 대회가 따로 없어 티볼 대회에 출전했다. 함께 경기하는 것이 의미 있는 도전이라 참가했다고 한다. 첫 경기 부전승에 이어 두 번째 경기를 15대3으로 승리를 따냈으며, 최종 결승전에서도 상대를 12대6으로 꺾으며 3전 전승으로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고향사랑기부제에 후원자 8명도 경기장을 찾아 직접 응원을 하기도 했다.

광주 동구 E·T(East Tigers) 야구단 소속 권지유(21·사진 왼쪽)씨와 홍진성(26)씨. 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T 야구단 소속 홍진성(26)씨와 권지유(21)씨는 "처음에는 공 날아오는 것도 무서웠지만 지금은 많이 연습해 실력이 꽤 좋아졌다"며 "더 노력해서 장애인 국가대표가 되는 것이 꿈이다"고 말했다.

E·T 야구단 운영을 맡고 있는 동구장애인복지관 관계자는 "많은 사람들이 고향사랑기부제로 큰 관심을 주고 있어 감사하다"며 "각 지역마다 발달장애인 야구단이 생겨 서로 교류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희망했다.

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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