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칫하면 머리 쿵···위험천만 굴다리에 보행자·운전자 깜짝

입력 2025.05.29. 18:14 차솔빈 기자
광산구 우산동 자동화설비마이스터고 인근
굴다리 곳곳 자동차 부딪힌 흔적 등 즐비해
실측정 1.5m에 불과…차도 높이 기준 위반
구조상 추가 공사 어려워 해결책 '답보 상태'
15일 오전 광주 광산구 우산동 광주자동화설비마이스터고 인근 굴다리. 제한높이가 1.4m에 불과해 자전거도 고개를 숙이고 다녀야 했다.
높이 제한 구조물 역시 수많은 충돌을 겪은 듯 손상되고 긁힌 자국이 다수 존재했다.

"사람 한 명도 똑바로 못 걸어갑니다. 자동차도 부딪히고 쓸리기도 하는데 구청에서 대책을 마련해야죠."

광주 광산구의 한 굴다리가 지나치게 낮아 운전자와 보행자들 모두 불편을 겪고 있다. 1922년에 뚫려 100년이 넘는 시간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이용했지만 현재까지도 어떠한 개선 없이 낮은 높이를 유지하고 있어 사고 위험성이 높다.

때문에 이 길을 이용하는 지역민들은 개선 공사 등 대책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난 15일 무등일보 취재진이 방문한 광주 광산구 우산동 광주자동화설비마이스터고 인근의 굴다리는 한눈에 보기에도 매우 낮아 통행이 힘들어 보였다.

해당 굴다리는 지난 1922년 광주선 개통 당시 만들어졌다. 기존 농로 등으로 이용되던 길에 철로가 설치되면서 기이한 높이의 굴다리가 생겨난 것이다.

103년 째 주민들이 이용해오고 있는 해당 굴다리의 높이 제한은 초등학교 3학년의 평균 키 높이인 '1.4m'라고 표시돼 있었다. 실 측정 높이가 1.5m라고는 하지만 일반 성인들은 무조건 허리를 숙이고 지나다닐 수밖에 없었다.

굴다리가 낮아 택시 방범등이 부서져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카카오 택시 방범등 역시 부딪혀 떨어져나간 듯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주변에는 택시 방범등이 부서진 채 나뒹굴고 있었고, 높이 제한 구조물도 여러 번 들이받힌 듯 부서지고 쓸린 자국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굴다리를 건너려던 보행자들은 인사하듯 고개를 숙이고 걸었고,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탄 지역민이나 배달원들도 고개를 숙이고 속도를 낮추며 아슬아슬하게 지나다니고 있었다.

또 굴다리 진입 약 20m 전에 광산구가 '차량은 우회하시오'라는 안내문을 부착했지만 굴다리 자체가 낮고 좁은 1차로 이면도로에 위치해 있어 안내문을 확인하더라도 후진이나 방향전환이 어려워 굴다리로 진입할 수밖에 없었고, 안내문과 함께 있던 차량 차단기도 작동하지 않은 채 실상 방치된 듯 보였다.

이에 보행자들과 운전자들 굴다리 높이에 문제가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모닝 차종의 경우 단 15㎝의 여유밖에 없어 자칫 루프가 부딪힐 수도 있었다.

준중형 세단이 위태롭게 굴다리를 건너야만 할 정도로 낮은 높이를 가졌다.

조진규(55)씨는 "이 택시(중형 세단) 높이가 여기 굴다리와 딱 맞는다. 그런데 택시 표지판이 불룩 솟아 있으니 부딪혀 부서지는 것 아니냐"며 "게다가 콜을 받고 이동할 때 길안내를 이 굴다리로 하는 경우가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황경옥(66·여)씨는 "여기를 지날 때마다 높이가 너무 낮아 허리를 굽혀야 한다. 허리에 무리가 간다"며 "왜 이렇게 낮은 높이가 됐는지 의문이고, 땅을 파든지, 우회로를 만들던지 해야 하지 않나"고 하소연 했다.

실제 해당 도로는 규정에도 맞지 않는다.

도로의 구조 시설 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차도의 시설한계 높이는 4.5m 이상이 돼야 하고, 소형차도로나 우회로가 있는 예외 경우일지라도 3m 이상은 유지돼야 한다.

약 20m가량 떨어진 곳에 우회하라는 표지판이 있었지만, 좁은 이면도로라 방향전환이나 후진이 여의치 않았고, 차단기는 작동하지 않고 있었다.

소방차 등 긴급 차량도 진입 자체가 불가한 것도 문제다.

또 높이 4m, 폭 2.5m, 길이 13m에 육박하는 사다리차는 도로 폭이 3.3m는 돼야 하고, 회전 반경도 9m 이상이다. 펌프차 역시 높이 3∼4m, 폭 2.7m, 길이 6∼13m로 도로 폭이 3.25m, 회전 반경은 6.4∼9m, 높이도 4m를 넘겨야 한다.

주민들의 불편이 야기되고 있지만 담당 자치구는 해결책 마련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광산구 관계자는 "철도 하부 도로의 특성상 낮춤시공 등 구조 변경이 힘들다. 자칫하면 굴다리 자체가 무너지는 등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며 "도로 자체는 광산구 담당이지만 굴다리 콘크리트 구조물과 철로는 한국철도공사에서 관리하고 있어 공사 협조나 관리 주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차솔빈기자 ehdltjstod@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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