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다리 곳곳 자동차 부딪힌 흔적 등 즐비해
실측정 1.5m에 불과…차도 높이 기준 위반
구조상 추가 공사 어려워 해결책 '답보 상태'


"사람 한 명도 똑바로 못 걸어갑니다. 자동차도 부딪히고 쓸리기도 하는데 구청에서 대책을 마련해야죠."
광주 광산구의 한 굴다리가 지나치게 낮아 운전자와 보행자들 모두 불편을 겪고 있다. 1922년에 뚫려 100년이 넘는 시간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이용했지만 현재까지도 어떠한 개선 없이 낮은 높이를 유지하고 있어 사고 위험성이 높다.
때문에 이 길을 이용하는 지역민들은 개선 공사 등 대책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난 15일 무등일보 취재진이 방문한 광주 광산구 우산동 광주자동화설비마이스터고 인근의 굴다리는 한눈에 보기에도 매우 낮아 통행이 힘들어 보였다.
해당 굴다리는 지난 1922년 광주선 개통 당시 만들어졌다. 기존 농로 등으로 이용되던 길에 철로가 설치되면서 기이한 높이의 굴다리가 생겨난 것이다.
103년 째 주민들이 이용해오고 있는 해당 굴다리의 높이 제한은 초등학교 3학년의 평균 키 높이인 '1.4m'라고 표시돼 있었다. 실 측정 높이가 1.5m라고는 하지만 일반 성인들은 무조건 허리를 숙이고 지나다닐 수밖에 없었다.


주변에는 택시 방범등이 부서진 채 나뒹굴고 있었고, 높이 제한 구조물도 여러 번 들이받힌 듯 부서지고 쓸린 자국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굴다리를 건너려던 보행자들은 인사하듯 고개를 숙이고 걸었고,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탄 지역민이나 배달원들도 고개를 숙이고 속도를 낮추며 아슬아슬하게 지나다니고 있었다.
또 굴다리 진입 약 20m 전에 광산구가 '차량은 우회하시오'라는 안내문을 부착했지만 굴다리 자체가 낮고 좁은 1차로 이면도로에 위치해 있어 안내문을 확인하더라도 후진이나 방향전환이 어려워 굴다리로 진입할 수밖에 없었고, 안내문과 함께 있던 차량 차단기도 작동하지 않은 채 실상 방치된 듯 보였다.
이에 보행자들과 운전자들 굴다리 높이에 문제가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조진규(55)씨는 "이 택시(중형 세단) 높이가 여기 굴다리와 딱 맞는다. 그런데 택시 표지판이 불룩 솟아 있으니 부딪혀 부서지는 것 아니냐"며 "게다가 콜을 받고 이동할 때 길안내를 이 굴다리로 하는 경우가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황경옥(66·여)씨는 "여기를 지날 때마다 높이가 너무 낮아 허리를 굽혀야 한다. 허리에 무리가 간다"며 "왜 이렇게 낮은 높이가 됐는지 의문이고, 땅을 파든지, 우회로를 만들던지 해야 하지 않나"고 하소연 했다.
실제 해당 도로는 규정에도 맞지 않는다.
도로의 구조 시설 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차도의 시설한계 높이는 4.5m 이상이 돼야 하고, 소형차도로나 우회로가 있는 예외 경우일지라도 3m 이상은 유지돼야 한다.

소방차 등 긴급 차량도 진입 자체가 불가한 것도 문제다.
또 높이 4m, 폭 2.5m, 길이 13m에 육박하는 사다리차는 도로 폭이 3.3m는 돼야 하고, 회전 반경도 9m 이상이다. 펌프차 역시 높이 3∼4m, 폭 2.7m, 길이 6∼13m로 도로 폭이 3.25m, 회전 반경은 6.4∼9m, 높이도 4m를 넘겨야 한다.
주민들의 불편이 야기되고 있지만 담당 자치구는 해결책 마련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광산구 관계자는 "철도 하부 도로의 특성상 낮춤시공 등 구조 변경이 힘들다. 자칫하면 굴다리 자체가 무너지는 등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며 "도로 자체는 광산구 담당이지만 굴다리 콘크리트 구조물과 철로는 한국철도공사에서 관리하고 있어 공사 협조나 관리 주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차솔빈기자 ehdltjstod@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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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추락사' 광주 제석산 구름다리 폐쇄 요구 높아져 9일 오전 광주 남구 봉선동 제석산 구름다리의 모습. 이 다리에서 지난 2017년부터 최근까지 9건의 추락사고가 발생, 8명이 숨졌다. 강주비 기자 올해에만 3명이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잇따른 광주 제석산 구름다리를 두고, 해당 시설을 임시 폐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행정당국이 추락 방지망 등 안전 시설을 설치 중이지만, 공사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사고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진입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다.9일 광주 남구 등에 따르면, 남구 봉선동 제석산 구름다리에서는 2017년부터 최근까지 총 9건의 추락 사고가 발생했다. 이 중 8명이 숨지고 1명은 중상을 입었다.특히 올해 들어서만 4건의 추락 사고가 발생해 3명이 사망하고 1명이 크게 다친 것으로 확인됐다.가장 최근 사고는 지난 8일 오후 2시25분께 발생했다. 40대 남성 A씨가 구름다리 아래로 떨어져 숨졌다.불과 18일 전인 지난 6월 20일에도 40대 남성 B씨가 추락해 중상을 입었고, 지난 4월과 2월에도 각각 30대 남성과 4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잇따른 사고에 남구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올해 첫 사망 사고가 발생한 직후인 지난 2월말 남구는 2억원 규모의 특별조정교부금을 투입해 구름다리 안전 시설 설치를 위한 실시설계 용역을 진행했다. 현재 방범용 CCTV, 경관 조명, 추락방지망 설치 등을 포함한 공사를 추진 중이다. 최근 착공에 들어간 추락방지망은 오는 8월13일까지 설치될 예정이다. 상단에는 길이 47m·폭 20m의 대형 그물망이, 하단에는 길이 28m·폭 10m 규모의 그물망 2개가 각각 설치된다.하지만 이러한 공사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지역 사회에서는 사고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공사 완료 전까지 구름다리 진입을 임시 차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추락방지망 준공까지 최소 한 달가량이 남은 만큼, 사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구름다리 진입 자체를 일시적으로 통제해야 한다는 것이다.남구에 거주하는 박모(43)씨는 "올해에만 벌써 세 번째 사고라고 들었는데, 그럼에도 여전히 개방돼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안전망 설치가 늦어지는 상황이라면 그때까지만이라도 출입을 막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주월동 주민 차규환(36)씨는 "사람 목숨이 오가는 문제인데 시설 공사만 기다리는 건 너무 안일한 대응"이라며 "사고 가능성이 뻔히 보이는데 방치하는 건 행정의 직무유기"라고 지적했다.하지만 남구는 다리의 '임시 폐쇄'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9일 오전 광주 남구 봉선동 제석산 구름다리로 이어지는 진입로 계단 옆에 24시간 위기상담 등 전화번호가 적힌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 제석산 구름다리에서는 지난 2017년부터 최근까지 9건의 추락사고가 발생, 8명이 숨졌다. 강주비 기자남구 관계자는 "공사는 자재 확보와 장비 수배 등 시공업체 측 준비로 아직 본격 착공 전"이라며 "일주일 뒤쯤 본공사가 시작될 예정"이라며 "구름다리는 회전형 원통 난간 구조에 높이가 2m여서 통상적인 방법으로는 넘어가기 어렵다. 이번 사고 역시 다리 시작 부분 경사면 펜스를 넘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중 군부대용 철조망을 펜스에 추가 설치해 경사면 진입을 막을 계획"이라고 전했다.그러나 철조망 또한 모포를 덮거나 훼손하면 무력화될 수 있어 근본적인 대책이 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정창수 남구의원은 "지금까지 사고 양상을 보면 단순히 안전시설을 늘린다고 사고를 완전히 막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며 "그물망 설치까지는 시간적 공백이 존재하는 만큼, 이 기간만이라도 구름다리나 제석산 진입을 임시로 제한하는 것이 가장 실효성 있는 대책"이라고 강조했다.이어 "다만 폐쇄 범위와 기간 등은 담당 부서와 의회가 긴급히 협의해 조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한편, 남구는 추락방지망 설치와 함께 올해 하반기까지 CCTV 및 자살예방 전화 설치 등도 추진할 계획이다. 또 구름다리 밑 생태터널 복원사업 추진을 위해 관련 예산 약 50억원을 환경부와 국토교통부에 지속 건의한다는 방침이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또는 SNS상담 마들랜(마음을 들어주는 랜선친구)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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