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규 광산구청장 '금타 구조조정' 발언에 금타노조 강력 항의

입력 2025.05.28. 17:48 강주비 기자
박 구청장 "금타, 희망·명예퇴직 등 가능성" 언급
"단체장이 고용불안 조장"…항의 방문·사과 요구
"피해 주민께 사과 먼저" vs "전직원 봉사 중" 공방
28일 오전 전국금속노동조합 금호타이어지회가 광주 광산구청 2층 구청장실에 방문해 박병규 광산구청장의 '구조조정 발언'에 대해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차솔빈 기자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화재 관련 공장 이전 및 구조조정 가능성을 언급한 박병규 광주 광산구청장의 발언을 두고, 금호타이어 노동조합이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박 구청장은 발언 철회나 사과 요구에 대해 "문제될 것이 없다"며 입장을 굽히지 않았고, 노조는 집단 농성을 예고해 사태가 격화되는 모양새다.

28일 전국금속노동조합 금호타이어지회(이하 노조)는 보도자료를 내고 "박병규 광산구청장은 노동자의 생계보다 부동산의 가치를 우선시 하고, 화재를 핑계로 구조조정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는 최대주주인 중국자본 더블스타에게 구조조정의 정당성을 부여하고, 노동자들에게 고용불안을 확산시키는 행위"라고 성토했다.

논란은 전날 박 구청장이 광산구청에서 열린 언론 간담회에서 "금호타이어의 재정 상태가 예전보다 나아졌고, 군공항 이전 논의로 공장 인근 부동산 가치가 상승 중"이라며 "금호타이어 측이 공장 이전에 나설 이유가 없을 것"이라는 발언을 하면서 시작됐다. 이어 "곡성·평택 등 다른 공장으로 인력을 분산하고, 나머지는 희망퇴직·명예퇴직 등의 형태로 정리할 수도 있다"고 말하며 구조조정 가능성도 시사했다.

28일 오전 전국금속노동조합 금호타이어지회가 광주 광산구청 2층 구청장실 앞에서 연좌시위르 벌이며 박병규 광산구청장의 '구조조정 발언'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차솔빈 기자

이에 반발해 노조 집행부를 포함한 조합원 30여명은 이날 오전 11시30분께 광산구청 2층 구청장실에 항의 방문했다. 노조는 해당 발언에 대한 박 구청장의 공식 사과를 요구하며 2층 로비에 앉아 1시간가량 연좌시위를 벌였고, 이 과정에서 구청 직원과 노조 사이 고성이 오가고 몸싸움이 벌어지는 등 격앙된 분위기가 이어졌다.

28일 오전 전국금속노동조합 금호타이어지회가 광주 광산구청 2층 구청장실에 항의 방문, 박병규 광산구청장과 면담을 진행하고 있다. 강주비 기자

사태가 심각해지자 당초 외부 일정으로 자리를 비웠던 박 청장은 오후 1시께 구청으로 복귀, 노조 임원들과 면담을 가졌다.

약 30분간 진행된 면담에서도 양측 입장 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노조는 "사측조차 이전 및 인력 재배치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힌 적 없는 상황에서 구청장이 먼저 희망퇴직, 명예퇴직을 언급한 것은 명백한 고용불안 조장"이라며 "노조는 조합원 설명회에서조차 구조조정이라는 단어를 꺼내지 않을 정도로 신중했는데, 구청장이 고용불안을 키웠다"고 비판했다.

또 박 구청장이 언급한 '유럽 공장 활용 가능성' 등에 대해서도 "이는 더블스타 측에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으며, 실제 경영 판단에 영향을 줄 우려가 있다"며 "지역 여론이 공장 재건이나 이전이 아닌 해외 인력 재배치에 동의한다고 오해할 수 있다"는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박 구청장은 사과나 발언 철회는 없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박 구청장은 "현재 부동산과 재정 여건 등을 감안할 때 경영진이 이전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는 개인적 의견을 언론 간담회를 통해 전달한 것"이라며 "화재로 공장 가동 중단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전환배치나 희망퇴직 가능성을 설명한 것이지, 고용불안을 조장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노조는 피해 당사자이기도 하지만, 화재 원인과 주민 피해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할 책임 있는 주체"라며 "주민들에게 사과하지 않고 항의부터 하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라고 꼬집었다.

이에 노조는 "현재 노사간 대화가 진행 중이고, 피해 주민들에 대한 봉사활동도 진행 중이다. 현장을 확인하지 않고 '아무것도 안 했다'고 단정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반박했다.

결국 면담은 접점을 찾지 못한 채 마무리됐고, 노조는 향후 농성 등 추가 행동에 나설 것임을 예고했다.

박 구청장은 면담 직후 "금호타이어 노사와 지역사회도 마냥 기다리기만 할 것이 아니라 당면한 현실, 예상되는 문제점 등을 공유하고, 어떤 대안을 어떻게 마련해 갈 것인지 더 빨리, 더 넓게 논의에 나서야 한다"며 "지금이 그 논의와 대화를 시작할 골든타임(최적기)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다양한 주체가 머리를 맞대고, 긴밀하게 협력할 수 있도록 TF팀(특별업무팀), 협의체 구성 등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 연관뉴스
슬퍼요
0
후속기사 원해요
1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