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장이 고용불안 조장"…항의 방문·사과 요구
"피해 주민께 사과 먼저" vs "전직원 봉사 중" 공방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화재 관련 공장 이전 및 구조조정 가능성을 언급한 박병규 광주 광산구청장의 발언을 두고, 금호타이어 노동조합이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박 구청장은 발언 철회나 사과 요구에 대해 "문제될 것이 없다"며 입장을 굽히지 않았고, 노조는 집단 농성을 예고해 사태가 격화되는 모양새다.
28일 전국금속노동조합 금호타이어지회(이하 노조)는 보도자료를 내고 "박병규 광산구청장은 노동자의 생계보다 부동산의 가치를 우선시 하고, 화재를 핑계로 구조조정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는 최대주주인 중국자본 더블스타에게 구조조정의 정당성을 부여하고, 노동자들에게 고용불안을 확산시키는 행위"라고 성토했다.
논란은 전날 박 구청장이 광산구청에서 열린 언론 간담회에서 "금호타이어의 재정 상태가 예전보다 나아졌고, 군공항 이전 논의로 공장 인근 부동산 가치가 상승 중"이라며 "금호타이어 측이 공장 이전에 나설 이유가 없을 것"이라는 발언을 하면서 시작됐다. 이어 "곡성·평택 등 다른 공장으로 인력을 분산하고, 나머지는 희망퇴직·명예퇴직 등의 형태로 정리할 수도 있다"고 말하며 구조조정 가능성도 시사했다.

이에 반발해 노조 집행부를 포함한 조합원 30여명은 이날 오전 11시30분께 광산구청 2층 구청장실에 항의 방문했다. 노조는 해당 발언에 대한 박 구청장의 공식 사과를 요구하며 2층 로비에 앉아 1시간가량 연좌시위를 벌였고, 이 과정에서 구청 직원과 노조 사이 고성이 오가고 몸싸움이 벌어지는 등 격앙된 분위기가 이어졌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당초 외부 일정으로 자리를 비웠던 박 청장은 오후 1시께 구청으로 복귀, 노조 임원들과 면담을 가졌다.
약 30분간 진행된 면담에서도 양측 입장 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노조는 "사측조차 이전 및 인력 재배치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힌 적 없는 상황에서 구청장이 먼저 희망퇴직, 명예퇴직을 언급한 것은 명백한 고용불안 조장"이라며 "노조는 조합원 설명회에서조차 구조조정이라는 단어를 꺼내지 않을 정도로 신중했는데, 구청장이 고용불안을 키웠다"고 비판했다.
또 박 구청장이 언급한 '유럽 공장 활용 가능성' 등에 대해서도 "이는 더블스타 측에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으며, 실제 경영 판단에 영향을 줄 우려가 있다"며 "지역 여론이 공장 재건이나 이전이 아닌 해외 인력 재배치에 동의한다고 오해할 수 있다"는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박 구청장은 사과나 발언 철회는 없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박 구청장은 "현재 부동산과 재정 여건 등을 감안할 때 경영진이 이전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는 개인적 의견을 언론 간담회를 통해 전달한 것"이라며 "화재로 공장 가동 중단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전환배치나 희망퇴직 가능성을 설명한 것이지, 고용불안을 조장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노조는 피해 당사자이기도 하지만, 화재 원인과 주민 피해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할 책임 있는 주체"라며 "주민들에게 사과하지 않고 항의부터 하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라고 꼬집었다.
이에 노조는 "현재 노사간 대화가 진행 중이고, 피해 주민들에 대한 봉사활동도 진행 중이다. 현장을 확인하지 않고 '아무것도 안 했다'고 단정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반박했다.
결국 면담은 접점을 찾지 못한 채 마무리됐고, 노조는 향후 농성 등 추가 행동에 나설 것임을 예고했다.
박 구청장은 면담 직후 "금호타이어 노사와 지역사회도 마냥 기다리기만 할 것이 아니라 당면한 현실, 예상되는 문제점 등을 공유하고, 어떤 대안을 어떻게 마련해 갈 것인지 더 빨리, 더 넓게 논의에 나서야 한다"며 "지금이 그 논의와 대화를 시작할 골든타임(최적기)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다양한 주체가 머리를 맞대고, 긴밀하게 협력할 수 있도록 TF팀(특별업무팀), 협의체 구성 등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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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추락사' 광주 제석산 구름다리 폐쇄 요구 높아져 9일 오전 광주 남구 봉선동 제석산 구름다리의 모습. 이 다리에서 지난 2017년부터 최근까지 9건의 추락사고가 발생, 8명이 숨졌다. 강주비 기자 올해에만 3명이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잇따른 광주 제석산 구름다리를 두고, 해당 시설을 임시 폐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행정당국이 추락 방지망 등 안전 시설을 설치 중이지만, 공사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사고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진입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다.9일 광주 남구 등에 따르면, 남구 봉선동 제석산 구름다리에서는 2017년부터 최근까지 총 9건의 추락 사고가 발생했다. 이 중 8명이 숨지고 1명은 중상을 입었다.특히 올해 들어서만 4건의 추락 사고가 발생해 3명이 사망하고 1명이 크게 다친 것으로 확인됐다.가장 최근 사고는 지난 8일 오후 2시25분께 발생했다. 40대 남성 A씨가 구름다리 아래로 떨어져 숨졌다.불과 18일 전인 지난 6월 20일에도 40대 남성 B씨가 추락해 중상을 입었고, 지난 4월과 2월에도 각각 30대 남성과 4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잇따른 사고에 남구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올해 첫 사망 사고가 발생한 직후인 지난 2월말 남구는 2억원 규모의 특별조정교부금을 투입해 구름다리 안전 시설 설치를 위한 실시설계 용역을 진행했다. 현재 방범용 CCTV, 경관 조명, 추락방지망 설치 등을 포함한 공사를 추진 중이다. 최근 착공에 들어간 추락방지망은 오는 8월13일까지 설치될 예정이다. 상단에는 길이 47m·폭 20m의 대형 그물망이, 하단에는 길이 28m·폭 10m 규모의 그물망 2개가 각각 설치된다.하지만 이러한 공사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지역 사회에서는 사고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공사 완료 전까지 구름다리 진입을 임시 차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추락방지망 준공까지 최소 한 달가량이 남은 만큼, 사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구름다리 진입 자체를 일시적으로 통제해야 한다는 것이다.남구에 거주하는 박모(43)씨는 "올해에만 벌써 세 번째 사고라고 들었는데, 그럼에도 여전히 개방돼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안전망 설치가 늦어지는 상황이라면 그때까지만이라도 출입을 막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주월동 주민 차규환(36)씨는 "사람 목숨이 오가는 문제인데 시설 공사만 기다리는 건 너무 안일한 대응"이라며 "사고 가능성이 뻔히 보이는데 방치하는 건 행정의 직무유기"라고 지적했다.하지만 남구는 다리의 '임시 폐쇄'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9일 오전 광주 남구 봉선동 제석산 구름다리로 이어지는 진입로 계단 옆에 24시간 위기상담 등 전화번호가 적힌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 제석산 구름다리에서는 지난 2017년부터 최근까지 9건의 추락사고가 발생, 8명이 숨졌다. 강주비 기자남구 관계자는 "공사는 자재 확보와 장비 수배 등 시공업체 측 준비로 아직 본격 착공 전"이라며 "일주일 뒤쯤 본공사가 시작될 예정"이라며 "구름다리는 회전형 원통 난간 구조에 높이가 2m여서 통상적인 방법으로는 넘어가기 어렵다. 이번 사고 역시 다리 시작 부분 경사면 펜스를 넘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중 군부대용 철조망을 펜스에 추가 설치해 경사면 진입을 막을 계획"이라고 전했다.그러나 철조망 또한 모포를 덮거나 훼손하면 무력화될 수 있어 근본적인 대책이 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정창수 남구의원은 "지금까지 사고 양상을 보면 단순히 안전시설을 늘린다고 사고를 완전히 막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며 "그물망 설치까지는 시간적 공백이 존재하는 만큼, 이 기간만이라도 구름다리나 제석산 진입을 임시로 제한하는 것이 가장 실효성 있는 대책"이라고 강조했다.이어 "다만 폐쇄 범위와 기간 등은 담당 부서와 의회가 긴급히 협의해 조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한편, 남구는 추락방지망 설치와 함께 올해 하반기까지 CCTV 및 자살예방 전화 설치 등도 추진할 계획이다. 또 구름다리 밑 생태터널 복원사업 추진을 위해 관련 예산 약 50억원을 환경부와 국토교통부에 지속 건의한다는 방침이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또는 SNS상담 마들랜(마음을 들어주는 랜선친구)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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