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속 타들어가는데"...조직화된 중고거래 사기 대응 못 하는 경찰

입력 2025.05.26. 19:17 박승환 기자
해마다 2천~3천건 안팎 꾸준히 발생
검거율 떨어지고, 수사중지 건수 늘어
조직화하고 있지만 역할 분석은 안 해
전문가 “보이스피싱에 준하는 대응 필요”
중고거래로 아이폰을 구매하려다 사기를 당한 대학생 김유진(22·여)씨가 경찰로부터 받은 문자. 김씨 제공.

#1. 대학생 김유진(22·여)씨는 올해 초 중고거래로 아이폰을 구매하려다 사기를 당했다. 택배 거래를 위해 알려준 계좌로 돈을 보냈는데 판매자가 잠적한 것이다. 김씨는 곧장 경찰서를 찾아가 신고했는데, 오랜 기다림 끝에 돌아온 답은 계좌 명의자가 사기와 관련 없다는 것이었다. 김씨는 "담당 수사관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피해자 수가 많아 일일이 응대하기 어렵다며 연락을 자제해달라고 하니 답답했다"고 토로했다.

#2. 중고거래 사기를 당한 직장인 정진영(31)씨는 최근 고소했던 사건이 수사중지 처리됐다는 문자를 받았다. 계좌와 전화번호에 대해 수사를 진행했으나 피의자를 특정할만한 단서를 찾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정씨는 "새로운 단서가 발견돼야 수사가 다시 시작된다는 설명을 들으니 허탈하다"고 탄식했다.

이처럼 온라인 중고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사기 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중고거래 사기가 보이스피싱처럼 조직화하고 있지만 경찰의 대응은 변화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6일 무등일보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광주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물품 사기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4년까지 최근 6년간 광주지역 물품 사기 발생 건수는 총 1만5천981건에 달했다.

연도별로는 2019년 3천194건, 2020년 3천227건, 2021년 2천235건, 2022년 2천344건, 2023년 2천105건, 2024년 2천876건으로 해마다 2천에서 3천건 안팎으로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중고거래 사기를 당한 직장인 정진영(31)씨가 경찰로부터 받은 문자. 정씨 제공.

주목할 만한 점은 발생 건수 대비 검거 건수(검거율). 2019년 86.3%였던 검거율은 2024년 72.4%로 떨어졌다.

수사중지가 결정된 건수도 2019년 111건에서 2024년 377건으로 3배 이상 늘었다.

이처럼 검거율이 떨어지는 이유로는 중고거래 사기도 조직화한 점이 지목되고 있다.

당근마켓이나 중고나라를 비롯한 중고거래 플랫폼 계정을 구매해 가짜 게시글을 올리는 사람부터 타인의 SNS 계정 또는 휴대전화 명의로 연락을 취하는 사람, 돈을 받고 계좌만 제공하는 사람까지 경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역할을 나누다 보니 검거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하지만 경찰은 중고거래 사기 피의자 역할별 검거 통계를 따로 관리하지 않고 있었다.

무등일보는 정보공개 청구 당시 검거한 피의자의 역할을 구체적으로 구분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광주청은 본청에서도 관리하고 있지 않다며 제공하지 않았다.

중고거래 사기에 있어서 검거하는 피의자의 역할을 분석하지 않다 보니 범죄가 어떤 식으로 이뤄지는지 알지 못해 변화에 대응을 못 하는 것이다.

보이스피싱의 경우 총책, 하부조직원, 계좌 명의인 등으로 역할별 검거 통계를 관리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과거 개인 대 개인 사이에서만 발생하던 중고거래 사기가 조직적으로 변화한 만큼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정규 호남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중고거래 사기가 조직화한 만큼 보이스피싱에 준하는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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