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 광주 원정 진료 부담 없애…부모들 "대만족"
"지역에 기여해 기뻐‥"숙련된 의료인력 확보 절실"

"민후야, 어서 와! 오늘은 어디가 아파서 왔어?"
12일 오전 9시30분께 곡성군 곡성읍 곡성보건의료원. 아이의 이름을 반갑게 부르는 의사의 목소리에 엄마 손을 꼭 잡고 진료실에 들어선 김민후(7)군의 얼굴에 작은 웃음이 번졌다.
"선생님, 코가 막혀서 숨이 잘 안 쉬어져요."
민후군의 말에 의사는 책상 서랍에서 작은 바람개비를 꺼내 들었다. "'후~' 하고 불어볼까?" 아이가 힘껏 숨을 내쉬자, 귀에 청진기를 낀 의사는 곧바로 진료를 시작했다.
이곳은 최근 문을 연 곡성의 첫 '정식 소아과'다.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되며, 수요일은 오전 진료만 진행한다. 토요일과 일요일은 휴진이다.

지난 2일 개원 이후 어린이날 등 연휴를 제외한 나흘간 81명의 아이들이 이곳을 찾았다. 건강검진과 예방접종은 물론, 감기·폐렴·장염 등 다양한 질환에 대해 전문적인 진료와 처방을 받을 수 있게 되면서 지역 부모들은 '원정 진료'의 부담을 덜게 됐다.
민후군의 아버지 김인구씨는 "이번이 두 번째 방문"이라며 "지난주에는 알레르기 증상으로 찾았는데, 선생님이 약의 효과와 부작용까지 자세히 설명해주셔서 신뢰가 갔다"며 "맞벌이 부부는 광주까지 진료를 받으러 가려면 연차를 내야 하는데, 이제 집 가까이에 믿고 맡길 수 있는 소아과가 생겨 든든하다"고 밝혔다.
전모(7)군을 데리고 영유아 건강검진을 받으러 온 40대 소모씨도 "예전엔 아이가 열만 나도 광주까지 1시간 이상 달려가야 했다"며 "수두나 독감처럼 감염병이 유행할 때는 새벽에 출발해도 '오픈런'을 해야 했다. 더욱이 광주엔 곡성뿐 아니라 다른 시·군에서도 환자가 몰려 늘 대기 시간이 길었는데, 이젠 멀리 가지 않아도 믿고 진료받을 수 있어 다행이다"고 웃으며 말했다.
'곡성 소아과'는 아이 한 명 한 명에 대한 세심한 진료가 이뤄졌다. 의료진은 아이가 긴장을 풀 때까지 기다려주고, 보호자에게 질병의 원인과 치료 방법, 약 복용 시 유의사항까지 꼼꼼하게 설명했다.

곡성군에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상주하는 것은 1960년 전문의 제도가 도입된 이후 65년 만에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곡성에는 0세부터 15세까지 약 1천800명의 아동이 살고 있지만, 이들은 그간 광주·순천 등 인근 도시로 '원정 진료'를 떠나야 하는 실정이었다.
곡성군은 이런 안타까운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고향사랑기부제를 적극 활용했다. 곡성군은 지난해부터 '곡성에 소아과를 선물하세요'라는 고향사랑 지정기부제를 추진했다. 시즌1때는 출장 진료 기반의 '처음 만나는 소아과' 운영을 위한 8천만원을 모금해 옥과 통합보건지소에서 매주 화·금요일 진료를 시작했다.
이후 상주 전문의 고용을 목표로 한 시즌2 '매일 만나는 소아과' 프로젝트에서도 2억5천만원의 추가 모금에 성공, 곡성보건의료원에 정식 소아과가 문을 열게 된 것이다.
현재 '곡성 소아과' 상주 전문의는 최용준(42) 과장이다. 서울아산병원에서 수련을 마친 후 한림대 동탄성심병원에서 근무하던 그는 곡성의 의료 공백을 알게 된 뒤, 직접 곡성군에 연락을 취해 계약이 성사됐다.
최 과장은 "낮은 출산율과 지역 소멸 위기는 결국 아이를 낳고 살아가는 일이 좀 더 편해져야 해결될 수 있다"며 "제가 배운 것이 지역 사회에 작게나마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이곳에 오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역 안에서 입원 치료까지 해결할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그게 어렵더라도 수액 치료나 혈액검사가 수월해지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특히 혈관 확보가 어려운 영유아의 경우, 수액 치료와 채혈이 까다롭기 때문에 숙련된 인력 확보와 특별 계약 채용이 필요하다. 이에 대한 투자도 꼭 이뤄졌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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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는 광주 버스 파업 설문···뒷북 행정 '비난' 광주시가 16~18일 진행하는 광주 시내버스 파업 관련 시민의견 설문조사 캡쳐. 독자 제공 광주시가 시내버스 노조의 파업이 2주 차에 접어든 시점에서야 시민 의견 수렴에 나서면서 '지나치게 늦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파업 장기화에 따른 대중교통 혼란 속에서도 분규 해결을 위한 중재에 소극적 태도를 보여온 시가 이제 와서 여론조사에 나선 것은 사실상 '면피용 행정' 아니냐는 지적이다.17일 광주시에 따르면, 시는 이날 새벽 시민 소통 플랫폼 '광주온'을 통해 시내버스 파업 관련 설문조사 참여를 독려하는 알림 메시지를 발송했다. 설문은 운전원 적정 임금 인상률, 버스 요금 적정 인상률, 버스 요금 인상 시기 등 세 문항으로 구성됐다. 광주시는 참고자료로 타 시·도 운전원 월평균 임금(광주 459만원), 교통카드 기준 버스요금, 시의 재정지원 규모(지난해 기준 1천402억원) 등도 함께 제시했다.해당 설문은 16일부터 시작돼 18일까지 사흘간 진행된다.이를 두고 파업이 시작된 지 열흘 가까이 지나서야 '시민 의견'을 묻겠다고 나선 것이 적절했느냐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파업 초기부터 노조는 시의 중재 역할을 거듭 촉구했고, 시의회에서도 광주시의 소극적 대응을 문제 삼는 목소리가 이어졌지만, 시는 별다른 행보를 보이지 않았다. 강기정 시장이 첫 공식 입장을 낸 것도 파업 재개 9일째인 지난 15일이었다.노조 관계자는 "광주시가 지금껏 어떤 입장도 명확히 하지 않다가 이제 와서 여론을 묻겠다는 건 설득력이 없다"며 "사측에 유리한 방향으로 민심을 유도하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된다"고 밝혔다.일각에서는 이번 설문이 시민 의견 수렴보다는 정책 추진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형식적 절차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부분의 시 주관 설문조사가 5일 안팎의 참여 기간을 둔 것과 달리, 이번 설문은 불과 3일로 제한됐다. 특히 문항 대부분이 임금 인상과 요금 인상 여부에 집중돼 있어 여론의 방향을 특정 의도에 맞춰 설정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더불어 설문 안내 메시지가 시민 다수가 잠든 새벽 시간에 발송돼 '재난문자인 줄 알았다'는 등 일부 불만도 제기됐다.광주시 관계자는 "시민들이 파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아보기 위한 인식 조사"라며 "시민 의견을 정확히 수렴해 준공영제와 파업 대응 등 향후 정책 결정에 참고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이어 "메시지 발송 업체에 전날 오후 7시57분에 발송 요청을 했다. 다수의 시민에게 순차 발송되면서 새벽에 문자를 받은 시민들이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이와 관련 박필순 광주시의원(더불어민주당·광산구3)은 "임금 인상률이나 버스 요금 인상 여부를 시민들에게 묻는 건 사실상 노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유도하려는 여론몰이 성격이 강하다"며 "노선 불편, 배차 지연 등 시민이 겪는 실제 불편에 대한 조사는 없고, 노조의 임금 요구가 타당한지를 묻는 식의 문항만 나열돼 있다"고 지적했다.박 의원은 "강 시장은 '시의 무한책임'을 언급하면서도 실제로 한 일은 노조 농성장 한 차례 방문과 전화 통화 뿐이다. 그 외엔 실질적 중재 노력이나 후속 조치가 전무하다"며 "광주시가 진정으로 파업을 중재하려 했다면, 먼저 협상 테이블 마련에 주도적으로 나서야 했다. 노사가 협상할 수 있도록 예산 편성 등 실질적 수단을 시가 먼저 제시해야 한다. 3% 인상안이 최대라면 그에 대한 설명과 설득이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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