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식용종식법 아쉬움 속 매출 걱정
식용견 보상금과 처리 문제도 남아
"어차피 보신탕 먹는 사람도 줄었는데 법까지 만들어서 막을 필요가 있었을까 싶네요. 그래도 이제 어쩌겠습니까, 가게 접을 생각도 해야죠."
지난 7일부터 '개식용종식법'이 본격 시행되면서 광주에서 보신탕을 판매하는 식당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3년의 유예기간 끝나는 오는 2027년부터는 식용을 목적으로 개를 사육하거나 도살, 유통, 판매하는 행위가 처벌을 받게 되면서 업주들은 전·폐업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12일 오전 광주 남구의 한 보신탕 식당.
평일 점심시간을 앞둔 시간이라 가게 내부에는 서너명의 손님만 있었으나 12시에 가까워질수록 하나둘 손님이 늘어가기 시작했다.
백운동에 거주하는 이모(77)씨와 김모(71·여)씨 부부는 흑염소탕을 먹으러 왔다가 메뉴판에 있는 보신탕을 보고 주문했다.
남편인 이씨는 "아내가 여름에 기운 없으면 다른 걸 통 못 먹어도 보신탕은 잘 먹어서 주문해 봤다"며 "보신탕 먹는 사람도 가게도 이미 많이 없어졌는데 3년 뒤면 아예 못 먹는 거냐"고 되묻기도 했다.
평일에 손님이 많았음에도, 보신탕 식당을 운영하는 이모(62·여)씨의 표정은 밝지 못했다. 오는 14일 말복이 지나가면 보신탕을 찾는 손님들이 뚝 떨어질 것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씨는 "가뜩이나 갈수록 장사도 안되고 보신탕을 찾는 손님도 줄어드는 추세인데 법까지 만들어 막는다고 하니 장사하는 입장에서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며 "그래도 올해는 개식용금지법 소식 때문에 마지막이다 생각하고 오는 손님들이 있었는데 말복 지나면 그마저도 끝이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비슷한 시각 남구의 다른 한식당.
이곳은 보신탕도 팔고 있지만 오리탕과 추어탕을 먹는 손님이 더 많았다. 당초 보신탕을 못 먹는 손님들을 위해 준비한 메뉴가 이제는 보신탕보다 더 자주 팔린다고 한다.
식당에서 일하는 윤모(65)씨는 "보신탕만 드시는 손님들이 있어 여름이랑 복날에는 그분들로 인한 매출도 무시 못 한다"며 "그런데 법으로 금지되면 별수 있겠나, 매출 떨어지는 걸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광산구에서 보신탕을 판매하는 한 식당은 가게를 계속 운영할지 걱정하고 있었다.
20여년간 식당을 운영한 김모(62·여)씨는 5월 구청에 개식용 종식 대상 조사에 응했으나, 정부에서 해준다는 지원이나 보상금에 대해 전혀 기대하고 있지 않았다.
김씨는 "3년 뒤면 이제 60 중반인데 지금도 힘든 장사를 그때까지 할 수 있겠냐"며 "법으로 금지 안 해도 어차피 알아서 문 닫을 식당도 많다. 장사하는 입장에서는 더 많이 괴롭히고 빨리 문 닫게 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흑염소탕을 먹은 박모(55)씨는 "예전에는 보신탕을 먹었지만 다른 대체 보양식도 많고 개를 키우면서 안 먹게 됐다"며 "다만 뉴스에서 식용 개들이 수십만 마리라는데 보상금은 둘째치고 3년 안에 이 개들을 어떻게 처리할지 방안은 있나 궁금하다"고 말했다.
한편, '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 일명 개식용종식법이 7일 시행됐고, 3년의 유예기간을 거친 뒤 2027년 2월 7일부터는 식용 목적으로 개를 사육하거나 도살, 유통, 판매하는 행위가 전면 금지된다.
정부는 유예기간 동안 전업하거나 폐업한 업체에 시설자금과 운영자금 등을 지원할 방침이며 다음달 기본계획 발표 통해 지원금과 지역별 식용견 사육마릿수 현황을 공개할 계획이다.
임창균기자 lcg0518@mdilbo.com
- 명절 끝나자 광주 곳곳 쓰레기 '몸살' 19일 오전 광주 서구 치평동의 한 아파트 분리수거장. 추석 연휴 기간 버려진 쓰레기가 성인 남성 키만큼 쌓여 있다. "명절에는 항상 평소보다 쓰레기가 2배 이상 쏟아지곤 합니다."닷새간의 추석 연휴가 끝나자 광주지역 곳곳이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명절 선물 포장에 사용된 엄청난 양의 상자와 포장재가 쏟아져서다.특히 포장재의 경우 대체로 재활용이 어려운 데다가 폐기물 처리 과정에서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만큼 기후위기 시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19일 오전 광주 서구 치평동의 한 아파트 분리수거장에는 쓰레기가 성인 남성 키만큼 쌓여 있다.쓰레기 대부분은 과일이나 고기, 생선, 한과 등 명절 선물세트 포장에 쓰인 종이와 스티로폼 상자. 1주일에 한 번 수거되다 보니 추석 연휴 기간 버려진 쓰레기가 잔뜩 쌓인 것이다. 쓰레기가 분리수거장 천장에 닿을 정도였다.쓰레기를 가지런히 정리하는 경비원의 등은 땀으로 흠뻑 젖었다.이곳 아파트 경비원 A씨는 "명절만 되면 쓰레기가 평소보다 2~3배 이상 늘어난다"며 "분리수거도 제대로 돼 있지 않아 부피를 줄이는데 손이 더 많이 갈 수밖에 없다. 그중에서도 아이스팩이 무분별하게 버려져서 골치다"고 말했다.같은 날 오전 북구 용봉동의 한 주택가 골목길도 종량제 봉투에 담긴 생활 쓰레기부터 명절 선물세트 상자까지 쓰레기가 무분별하게 나뒹굴고 있었다. 상자에는 일일이 떼어내야 하는 테이프도 그대로 붙어있는 상태였다.재활용할 수 없어 종량제 봉투에 담아서 버려야 하는 부직포 가방이나 보자기, 리본 끈, 발포폴리에틸렌(EPE) 소재의 과일 완충재 등 포장재도 상자와 함께 버려져 있다.시민들은 쓰레기에서 풍기는 심한 악취에 손으로 코를 막고 숨을 참으면서 골목길을 지나가곤 했다.이곳에서 만난 한 시민은 "평소에도 쓰레기가 많이 배출되는데 명절에는 더욱 심하다"며 "명절 선물의 경우 불필요한 포장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19일 오전 광주 북구 용봉동의 한 주택가 골목길. 추석 연휴 기간 버려진 쓰레기가 무분별하게 나뒹굴고 있다.이처럼 명절이 끝날 때마다 쓰레기 문제는 반복되고 있으나 좀처럼 해결되지 않고 있다.더 심각한 점은 재활용이 안 된다는 것이다. 종이를 제외하면 재활용할 수 있는 포장재보다 그렇지 않은 포장재가 더욱 많은 실정이다.실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임이자(경북 상주·문경) 국민의힘 의원이 환경부로부터 제출받은 '포장재 재질·구조 등급 평가 통계' 자료에 따르면 포장재 총 4천314건 중 절반에 달하는 2천89건(48.4%)이 가장 낮은 등급에 해당하는 재활용 어려움 평가를 받았다. 최우수는 47건(1.1%)에 그쳤다.올해 3월 환경부가 과대포장을 막기 위해 '제품의 포장재질·포장방법에 관한 기준 등에 관한 규칙(이하 제품포장규칙)'을 개정했지만, 시행(4월30일)을 앞두고 2년 동안 계도기간을 두기로 해 한동안 명절 쓰레기 문제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주부 배모(60·서구 광천동)씨는 "과일 등 명절 선물을 정리하고 나면 내용물보다 쓰레기가 더 많다"며 "고급스럽게 보이는 것도 좋지만 환경도 생각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김종필 광주환경운동연합 생태도시국장은 "환경부가 제품포장규칙 개정안 시행을 유예해 쓰레기 문제가 반복된 것 같다"며 "기업들이 재활용할 수 있는 소재의 포장재를 사용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글·사진=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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