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잠을 설친다. 매년 더 독해지고 있는 '철 없는 모기' 탓이다. 겨울로 넘어가는 길목, '윙∼ 윙∼' 소리에 새벽마다 고역이다. 방심하다 꼭 1∼2마리에 허를 찔린다. 위장술에 능한데다 살충제·모기향에도 여유롭다. 봄부터 겨울까지 활동시기는 대폭 늘었다. 여름 휴가를 다녀왔는지 폭염 땐 안보이다 선선해지니 귀신처럼 나타나 피를 빤다. 이 모든 게 기후 변화 탓이다.
온도에 민감하다. 섭씨 9도 이상이 돼야 날고, 13도 이상에서 흡혈한다. 25∼27도에 활동량이 가장 왕성하다. 예년에 비해 무더운 가을, 모기가 극성을 부리는 이유다. 무서움을 깨닫게 된 건 영화 '쥬라기 공원'을 통해서다. 6천500만년 전, 지구에서 자취를 감췄던 공룡들의 복원 과정에서다. 발상은 신선했다. 쥬라기의 화석 속에 굳은 모기의 내장에 남아 있는 피에서 얻은 DNA를 통해 태고의 공룡을 되살려 낸 것이다.
은유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일제 앞잡이 노릇을 한 조선인을 겨냥해서다. 독립운동가이자 승려인 만해 한용운은 모기 만도 못한 친일파들을 일갈했다. "모기여 그대는 범의 발톱이 없고 코끼리의 코가 없으나, 날카로운 입이 있다. 사람은 사람의 피를 서로 먹는데, 그대는 동족(同族)의 피를 먹지 아니하고 사람의 피를 먹는다."
강인한 생명력에 짜증이 밀려들 정도다. 가을 모기가 급증하면서다. 광주시 보건환경연구원의 광주 도심에서의 트랩(모기 유인 포집기) 지수 분석 결과다. 올해 10월 트랩지수는 96.8 개체로 지난해 같은 기간 80 개체보다 21% 늘었다. 2022년 22 개체 보다는 4배 이상 폭증했다. 트랩지수는 하룻 밤 한 대의 트랩에서 잡힌 모기 개체 수를 가리킨다.
7일은 절기상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입동이다. 예부터 추위 대비를 서둘렀던 때다. 이 무렵 담궈야 제 맛이 났던 김장과 함께 무말랭이·시래기 말리기, 곶감 만들기 등이 대표적이다. 개구리·뱀 등도 겨울잠 채비를 했다. 하지만 온난화 등으로 생태계 시스템 마저 엉켰다. 일상에 파고든 '좀비 모기' 탓에 생체 리듬마저 깨지는 느낌이다. 이런 추세면 일년 내내 같이 지내게 될 지 모르겠다. '겨울 아파트에 모기가 등장할까' '살충제 내성 모기는 어디까지 진화할까'. 이젠 모기가 슬슬 두렵다. 유지호 디지털본부장 hwaone@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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