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는 뜻으로 어떤 사실이 말하는 사람의 뜻에 따라 이렇게도 해석되고 저렇게도 해석됨을 일컫는다.
전남경찰청은 지난달 30일 순천 10대 여성 살인 사건 관련 신상정보 공개위원회를 열고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했다.
그는 30세, 박대성이다. 박씨의 나이와 이름과 함께 그의 동의를 받은 머그샷(체포 시점에 수사기관에서 촬영한 사진)도 공개됐다.
사건 발생일이 26일 자정께로 경찰의 신상공개까지 딱 닷새가 걸렸다. 앞서 신상정보공개위원회는 수단의 잔인성과 중대한 피해, 국민의 알권리, 재범 방지 등 '중대범죄신상공개법'이 규정한 요건이 충족한다고 판단해 신상 공개를 결정했다.
같은 날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일본도를 휘둘러 이웃을 살해한 피의자의 첫 재판이 열렸다. 두 사건 모두 일면식도 없는 무고한 시민을 흉기로 수차례 찔러 숨지게 했다는 사실은 똑같다.
하지만 일본도 살인사건의 피의자의 신상은 공개되지 않았다. 수사기관은 피의자의 정신 질환이 의심되고 피해자 유족에 대한 2차 가해 등을 이유로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
앞서 언급한 중대범죄신상공개법에 부합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날 재판에 참석한 유족은 "저희 아들은 너무 억울하게 죽었습니다. 누가 그 책임을 질 거예요?"라며 울분을 토했다.
지난 2010년부터 경찰 내부와 외부 전문가 7명으로 구성된 신상공개위원회가 도입됐으나 판단이 일관되지 않아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신상공개위원회에 따라 흉악범의 신상공개 여부가 이현령비현령 되는 셈이다.
결국 이는 국민의 법 감정을 자극해 무분별한 신상공개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 순천 10대 여성 살인 사건 역시 피의자가 체포된 지 이틀 만에 이미 지역사회와 온라인을 중심으로 박씨의 신상정보가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일부 언론에서는 사실 확인을 거쳤다는 명목 아래 피의자의 이름을 먼저 공개하기도 했다. 마치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것이 국민들의 알권리와 범죄 예방에 충족하는 정의구현으로 굳어진 지 오래다.
하지만 이로 인해 애먼 사람이 마녀사냥을 당하는 등 부작용도 적지 않다. 이처럼 무분별한 신상정보 공개에 따른 인권침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공개 요건이 구체적이고 엄격하게 유지돼야 할 것이다.
김현주 사회에디터 5151k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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