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토사곽란과 '이순신 약샘'

@유지호 입력 2024.07.10. 17:38

전라남도 완도 초입의 조그만 섬 달도엔 '이순신 장군 샘물'이 있다. 지름 1m, 깊이 50cm 정도의 바닷속 샘에서 솟는 염도 낮은 물이다. 정유재란 당시 일본군을 정찰했던 '망뫼산' 땅속으로 흘러내린 물로 전해진다. 이순신과 인연이 깊다. 토사곽란(위로는 토하고 아래로는 설사하면서 배가 질리고 아픈 병)에 고생하던 그가 이 물을 마신 뒤 병이 나았다는 거다. '호남대장군 약샘(藥井)'이라 불리는 이유다.

이순신은 복통과 설사 등에 자주 시달렸다. 정유년 팔월 스무 하루. '새벽 3시쯤 곽란이 일어났다. 차게해서 그런가 하여 소주를 마셔 치료하려다 인사불성이 되어 거의 죽게 되었다.' 그는 토하기를 10여 차례 하고 밤새도록 괴로워하는 등 낭패를 봤다고도 했다. 이처럼 그가 곽란에 시달렸다는 기록은 심심찮게 나온다. 7년 전쟁의 삶을 오롯이 정리한 '난중일기'를 통해서다.

여름도 이제 한가운데로 접어들면서 토사곽란 비상이다. 식중독과 장염 등이 원인이다. 피해는 현실화 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21년 광주지역 식중독 발생 건수는 11건, 50명에 그쳤다. 반면 지난해엔 11건, 906명으로 큰 폭으로 늘었다. 먹을거리와 직결된다. 습하고 무더울수록 세균 번식이 빨라져 음식은 쉽게 상하기 일쑤다. 잘못 먹었을 땐 심한 복통에 설사·구토 등이 자연스레 따라온다.

날씨와 관련이 깊다. 고온 다습한 날씨가 바이러스와 음식 변질을 가속화 시키는 탓이다. 무더위가 지나가길 마냥 기다릴 수도 없다. 여름이 갈수록 길어지고 있어서다. 요즘 1년 가운데 일 평균 기온이 20도 이상으로 오른 달은 넉달 가량된다. 2011∼2020년 여름은 평균 127일이었다. 1912∼1940년 98일에 비해 한 달가량 늘어난 셈이다. 온난화 탓에 식중독 위험은 겨울에도 도사리고 있다.

개인적으론 여름보다 겨울이 더 좋다. 흔히들 말하는 여름을 많이 타서다. 어렸을 적엔 '엄마 손이 약손'을 체험하곤 했다. 냉장고가 드문 시절, 원인 불명 배앓이에 구급약조차 변변치 않아서다. 최근 기록으로만 봤던 토사곽란을 몸소 겪었다. 장(腸)에서 사달이 나서다. 평소 즐겼던 삼겹살과 소주, 국밥, 짜장면, 모밀국수, 아이스 아메리카노 …. "우웩" 생각만으로도 토가 쏠렸다. '상했나?' 꺼림칙하던 음식을 뱉어내지 못한 순간의 실수에 대한 대가는 너무 컸다. 일상이 무너졌다.

유지호 디지털본부장 hwaone@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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