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미술 대표 작가로 '명성'
1990년대 독창적 '물성주의' 제기
구상·추상 넘는 독창적 세계 구축
생명력·직관 바탕 늘 새로움 추구
15년만에 고향 찾아 30여점 선봬
"고향 힘 통해 작품의 길 찾아 보람"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최인선 작가(홍익대 회화과 교수)는 '회화란 무엇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해왔다.
작가는 회화에 대해 '물질이자 모방'이라고 말한다. 회화 자체가 진리이고 본질일 수는 없다는 것은 회화의 숙명론적 허구성이기도 하다. 작가는 이를 바탕으로 가시적 세계와 그 너머 비가시적 세계의 관계를 해석하고는데 주력했다.

작가는 1970년대 단색화의 정신을 계승해 1990년대 '물성주의'라는 독창적 회화언어를 제기했다. 이후에는 '색면의 시대'와 '시간적 입체주의'에 이르기까지 구상과 추상을 넘나드는 역동적인 작품 세계를 펼쳐왔다. 그가 보여 온 물성에서 기호로, 색으로의 다양한 평면 작품들의 시도 역시 회화 자체의 정의를 탐구하는 끊임없는 호기심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작가의 최근 작업에서 보이는 작품들의 핵심 키워드는 '생명력'과 '직관'이다. 그는 그림이 되지 않게 그려서 되레 그림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다소 역설적이고 어색한 행위를 주목한다. 작가에게 예측불허의 상황은 자신의 도전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드는 요인이 된다. 자연적 흐름이나 순리를 따라가면서도 익숙한 길 대신 새로움을 향한 긴장의 끈은 놓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

얼마 전 완성한 붉은 나뭇잎을 그린 소품은 작가가 추구하는 작품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한 사례다.
"어느 날 작품을 완성하고 벽에 세워뒀더니, 바람이 지나가며 팽팽한 캔버스의 화면이 심하게 흔들리는 것이었어요. 순간 저는 흰 평붓의 반복적인 짧은 터치로 바람을 화면 위에 잡아두었습니다. 완성이라고 생각했던 그림이었지만 회화는 그림 안에 고정돼 있지 않고 끝없이 그림 밖의 세계와 만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 작업이었습니다."
작가는 자신의 그림이 특정 사조나 형식에 갇히는 것을 원하지 않으며 그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는 '새것'이 되길 원한다. 그 새것은 세상에 오직 하나 뿐인 스스로에서부터 나오는 것일 때 생명력을 얻는다.
작가가 추구해온 '새것'에 대한 성과물은 오는 7월 25일까지 광주과학기술원(GIST) 오룡아트홀에서 만날 수 있다. '회화의 고백'을 부제로 열리는 이번 전시회에서는 200호 크기 대형 추상 회화 작품들을 중심으로 한 30여 점이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선사한다.
서울과 춘천에 거주하는 작가가 15년 만에 고향 광주에서 전시회를 갖는 의미도 각별하다. GIST의 장소성이 갖는 교육적 의미와 함께 쾌적한 환경은 관람객들의 발길을 이끄는 요인이다.

작가는 "넓은 시야가 확보되는 오룡홀에 작품을 걸어두고 보니 이 전시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이곳의 따스한 기운은 고향이 주는 힘이고, 무엇보다 저의 회화가 나아가야 할 길이 또 새롭게 보이는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작가는 홍익대학교와 뉴욕주립대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현재 홍익대 회화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02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문화관광부 장관상), 1994 대한민국 미술대전 우수상, 1992 중앙미술대전 대상 등을 수상하고, 뉴욕 소더비,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 참여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 등에 작품이 소장돼 있다.
그는 예술가로서 활동 외에도 2018년 인카네이션 문화예술재단을 설립, 매년 청년 작가 들을 선정해 예술상을 수여하고 예술장학금과 창작지원금을 후원하고 있다. 지금까지 약 17억 원의 사재를 들여 어린이·노약자 의료비 지원에도 기여했다.
이번 전시는 주말과 휴일을 제외한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무료로 관람 가능하다. 오는 7월 4일 오후 4시에는 작가와의 만남 행사도 진행된다 .
김만선기자 geosigi22@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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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이른 폭염'...예술이 전하는 '기후위기'의 경고 김수진 작 'Figverse' 기후 위기가 사람들의 삶을 위축시키고 있다. 여름은 덥고 겨울은 추운 것이 당연했던 일상이 이제는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는 '기후의 재난'으로 변하고 있다.최근 지속되고 있는 '수상한 폭염' 역시 기후위기의 경고다. 지난 수년 동안 우리나라 주요 도시 폭염일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지속 기간도 길어지고 있다. 평균 최고 기온 상승에 따른 폭염의 강도 역시 예외는 아니다.무등현대미술관이 지난 2013년부터 매년 개최하고 있는 환경미술제는 자연의 소중함과 보전의 필요성을 일깨우기 위한 기획전이다. 폭염과 폭우, 산불과 지진 등이 우연히 일어난 '재해'가 아니라 '인재'라는 사실을 깨닫고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관계를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하자는 데 뜻을 두고 있다.올해 11회를 맞는 환경미술제는 'Whispers of Nature-자연의 속삭임, 숨결부터 균열까지'를 주제로 지난 4일부터 8월 24일까지 개최한다. 전시회에서는 '숨결'과 '균열'이라는 두 개의 흐름을 중심으로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예술적 감각으로 환기시키고 있다.전반부 '숨결'에서는 김수진, 선민정, 송필용, 이석중 작가가 참여해 자연의 본질적 아름다움과 생명력, 일상의 평온함을 담은 작품들을 선보인다.엄기준 작 '귀신고래'김수진은 무화과와 무화과말벌 사이의 공생 관계를 통해 생명과 순환, 그리고 존재 간의 필연적 연결성을 탐구하는 작가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무화과 시리즈의 초기부터 후기까지의 작업 흐름을 보여주는 세 작품을 내놓는다. 초기작 '어느날'은 일상 속 자연의 무심한 아름다움을 포착하고, 중기 '삶-하루'는 생명의 하루를 시간의 색으로 기록한다. 후기작 'Figverse'는 모든 생명이 하나의 우주로 연결돼 있음을 표현하고 있다.이석중 작가는 작품 '삶-동행'에서 메타세쿼이아의 푸른 생명력을 거침없는 붓질로 풀어내면서 그 위를 유유히 나는 백로를 통해 자연이 선사하는 평온과 치유의 순간을 보여준다. 특히 전시 공간은 은은한 어둠 속에서 새들의 지저귐이 퍼져나오는 사운드 연출을 더해 관람객이 오감으로 작품을 경험할 수 있도록 꾸몄다. 고요한 숲길을 거니는 듯한 몰입감은 자연의 '숨결'을 느끼게 하며 궁극적으로 작가가 전하는 메시지를 극대화시킨다.송필용 작 '물의 서사-소쇄'.송필용 작가는 '물의 서사-소쇄'를 내놓는다. 그는 수직으로 떨어지는 폭포를 강렬한 색상대비와 물감이 흐르고 튀는 자취를 통해 물의 순환성과 자연의 에너지를 시각적으로 구현하면서 현대인의 정서적 치유와 내면의 정화를 드러낸다.선민정 작가는 동양화의 재료와 기법을 사용한 '곶자왈'에서 생명의 흐름과 생성-소멸의 리듬을 화면 위에 섬세하게 표현했다.후반부 '균열'에서는 문선희, 엄기준, 정송규, 조정태 작가가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환경 훼손에 대한 문제의식을 예술적 언어로 응시한다.문선희 작가는 구제역과 조류독감으로 인한 대규모 살처분 현장을 직접 찾아 사진으로 기록했다. 법정 발굴금지 기간이 해제된 매몰지들은 여전히 곰팡이가 피고 온전한 생명력을 갖지 못한다. 작품 '2654', '11800_02' 등은 땅속에 묻힌 생명과 변화된 토양, 썩지 않는 비닐을 사진에 담아 인간이 저지른 흔적을 생생하게 증언한다.조정태 작 '신천하도'.엄기준 작가는 선박사고로 인한 기름유출과 우리가 버린 플라스틱 쓰레기 등 해양 생태계의 붕괴에 대한 뚜렷한 문제의식을 드러낸다. 화려한 원색과 세밀한 묘사를 통해 아름다워 보이는 화면은 해양 생명들이 겪는 고통과 파괴의 현실을 직면하게 한다.조정태 작가가 불길에 휩싸인 산과 검게 그을린 땅을 형상화한 '신 천하도(新 天下圖)'는 자연을 파괴해온 인간의 책임을 물으면서도 회복과 재생의 여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정송규 작가는 최근 한국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을 주제로 했다. 전체적으로 진한 갈색과 회색의 색조를 사용해 소실된 산림의 황폐함을 시각화하고, 중간 중간 남아 있는 불씨는 경각심을 일깨워준다.전시를 기획한 박우리 학예실장은 "환경미술제는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예술적으로 환기하는 기획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자연과의 조화로운 공존과 지속 가능한 미래를 모색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김만선기자 geosigi22@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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