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7~8일 광주예당 대극장
황석영 원작 각색해 창극으로
주연 더블캐스팅…색다른 재미
구수한 판소리에 농익은 연기도
연출가 "다양한 양식 결합 주목"
'사람이 바로 하늘이요, 하늘이 바로 사람이다.'
광주시립창극단(이하 '시립창극단')이 내달 7일부터 이틀간 선보일 제61회 정기공연 '여울물 소리'를 앞두고 본격적인 연습에 들어갔다. '여울물 소리'는 '장길산', '삼포 가는 길' 등을 펴낸 황석영 작가의 동명의 소설을 창극으로 각색한 작품이다. 객주를 운영하는 '정연옥'과 동학농민혁명에 참여하기 위해 떠난 그의 애인 '이신통'의 이야기를 담았다. 총감독과 지휘는 박승희 시립창극단 예술감독(직무대행)이, 각색·작곡·연출에는 황 작가의 아들로 알려진 황호준 작곡가가 참여했다.
이번 공연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점은 다양한 장르가 한 데 어우러져 보는 즐거움이 더해진 것이다. 아니리 중심의 대사로 판소리 호흡을 가져가되, 언어와 억양 등의 측면에서는 연극적 방식을 채택해 관객의 몰입도를 높였다.
황호준 작곡가는 기획 과정에 대해 "이번 공연에서는 창극 양식만 통합하고, 다양한 실험적인 시도를 해보기로 했다"며 "기존 판소리 바탕 위에서 진행되지만, 판소리뿐만 아니라 연극적 방식도 다수 차용해 인물 개개인의 감정선에 관객들이 집중할 수 있도록 연출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뛰어난 연기력 뿐만 아니라 춤도 결합돼 오페라와 뮤지컬 같은 요소도 있다"며 "수많은 장르와 양식이 각각의 장면과 서사에 적절히 기능하도록 배치해 관객들이 단절된 어색함을 느끼지 못하도록 신경 썼다"고 말했다.
주인공들의 서사도 주목된다. 동학혁명에 참여한 신통은 조선시대 예인으로, 만능 엔터테이너 역할을 소화한다. 신통 역을 맡은 정승기 단원은 "다재다능한 신통은 자칫 가벼워 보일 수도 있지만, 광대 같은 모습과 동시에 사랑꾼 적인 면모도 함께 엿볼 수 있을 것"이라며 "두 모습을 각각 자연스럽게 연기해야 돼서 어려웠다"는 소감을 전했다. 사랑하는 남편 신통의 흔적을 따라 쫓아가는 여인 연옥 역의 이서희 단원은 "남편의 업적을 기리며 다양한 것을 깨닫는 과정이 담겨있는데, 장면마다 드러나는 감정들을 잘 녹여내는 게 고민이었다"고 답했다.
'여울물 소리'는 황석영 작가의 등단 50주년 기념작으로, 원작 소설과 각색된 극의 차이점을 찾아가는 것도 또 다른 재미로 기대된다. 황호준 작곡가는 각색 작업에 대해 "문자로 된 양식을 극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개인이 가진 내면세계나 장황하게 펼쳐진 배경 등을 일반적 방식으로 각색했다"며 "아버지께서 중요하다 생각하시는 것들은 살려두고, 시·공간의 제약이 있다 보니 여러 인물을 한 명으로 통합하거나 에피소드 몇 개를 들어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틀간 펼쳐지는 이번 공연은 각각 첫날 시립창극단 상임단원 페어, 이튿날 비상임단원 페어로 구성돼 서로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단원들은 각자의 공연에 대한 매력 포인트를 어필하기도 했다. 첫날 주연을 맡은 정승기·이서희 단원은 "선배로서 강단 있고 단단한 모습이 돋보이는 연기를 준비하고 내재된 정서들을 더욱 세심하게 표현했다"고 강조했다. 이튿날 주연을 맡은 박준현·고혜수 단원은 "저희 공연은 더 풋풋하고 날 것의 조합이 돋보여 새로운 재미를 얻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승희 감독은 "더블 캐스팅을 하면서 완성도에 주력했으니 시민들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시립창극단의 '여울물 소리'는 내달 7일부터 8일 오후 7시 30분 광주예술의전당 대극장에서 진행된다. 12세 이상 관람가며, 티켓은 R석 3만원, S석 2만원, A석 1만원으로 예매는 광주예술의전당 누리집 또는 티켓링크에서 가능하다.
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영상=안태균 기자 gyun@mdilbo.com
- "광주미술상 30년, 선후배 작가 열정 덕" 강연균 작 '동물의 왕국' "어려운 환경에서 작업하는 후배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만든 상이 벌써 3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선배들의 후배에 대한 사랑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입니다. 이 상을 제정한 선배들에게 존경을, 계속해서 멋진 작업을 펼쳐온 후배들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11일 만난 오건탁 사단법인 광주미술상운영위원회 이사장은 광주미술상의 30주년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광주미술상은 지난 1995년 2월 제정됐다. 23명의 발기인을 포함한 28명의 창립 위원이 참여해 시작된 이 상은 광주에서 미술 작업을 펼치며 꾸준한 활동을 보이고 있으나 상황이 어려운 젊은 미술인들을 돕기 위해 마련됐다. 시작은 1992년 금호문화상을 받은 강연균 화백의 제안으로부터였다. 당시 상금으로 500만원을 받게 된 강 화백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열심히 작업하고 있는 후배들을 떠올리면서다.강 화백은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도움만 받는 것 같아 어려운 상황에서도 작업열을 올리고 있는 후배들을 돕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며 "마침 광주미술인공동체 지도위원도 했고 창립도 같이 해 그 친구들에게 맡겨 놓게 됐는데 많은 화가들의 동의로 상을 만들게 됐다"고 떠올렸다.이어 그는 "그렇게 창립전을 열었으나 작품이 많이 팔리지 못해 고민하던 때 이정일 당시 전남일보 사장이 그림을 모두 구매하고 1억을 쾌척하며 우리를 도왔다"며 "거기에 작가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더했고 1억5천500만원의 종잣돈이 만들어져 꽤 오랜 기간 동안 그 이자로 우리 후배들을 도울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오건탁 작 '비어가는 인생길'이같은 과정을 거쳐 제정된 광주미술상에 선정된 수상자는 시상금과 전시지원을 받게 된다.지금까지도 선배 미술인들이 사비를 모아 상을 제정하는 사례는 우리나라에서 유일무이하다시피하다. 이율 하락으로 시상금이 줄어들 때부터는 선배들이 돈을 보태 상금을 보전하는 등의 노력이 이어져왔다.선배들의 관심과 애정으로 30회 동안 배출된 수상자는 33명에 달한다. 이들 중 박소빈, 이매리, 이이남, 진시영 등은 어려운 시기를 거쳐 광주 뿐만 아니라 전국을 넘어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작가로 성장하기도 했다.오 이사장은 "상 받은 후배 작가들이 이제는 세계적 작가로 발돋움하기도 했는데 이는 우리 지역 젊은 작가들은 물론 우리 운영위에게도 대단히 큰 희망이다"며 "어려운 환경에서도 묵묵하게 자신의 작업을 계속 펼쳐와 큰 성장을 이룬 이들에게 고마운 마음으로 우리로서는 뿌듯하기도 하다. 오래오래 이 상이 존재할 수 있도록 힘을 모을 것"이라고 말했다.이처럼 뜻깊은 30주년을 맞이한 광주미술상운영위원회는 이를 기념하는 전시를 갖는다. 지금까지의 수상자들은 물론 십시일반 기금을 조성한 운영위원이 한자리에 모여 대규모 전시를 연다.조유나 작 'face'오는 18일부터 내년 2월 1일까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문화창조원 복합6관에서 여는 '청류탁세(淸流濯世)'전이 그것이다. 65명의 작가들이 서양화, 한국화에 이르는 회화 작품과 조각, 판화, 미디어, 서예 등 다양한 분야의 작품을 선보인다.오 이사장은 "이번 전시는 원로 작가와 청년 작가를 아우르는 전시로 광주미술을 만날 수 있는 자리나 마찬가지이다"며"광주미술이, 광주미술상이 더 나은 미래를 만날 수 있도록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한편 광주미술상은 광주와 전남에 연고를 둔 28세 이상 45세 이하 청년미술인을 대상으로 운영한다. 1차 포트폴리오 심사와 2차 PT심사를 거쳐 선정, 창작지원금 1천만원과 초대전 전시공간 등을 지원한다. 제30회를 맞이한 올해 수상자로는 조유나 작가가 선정된 바 있다.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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