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25일 광주예술의전당 선봬
동시대 다양한 인간 군상 표현
고귀한 희생 추모·힐링 무대로
1980년 5월,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의 참혹함과 슬픔을 발레라는 장르로 풀어낸 공연이 무대에 오른다. 슬픔에 잠겼던 광주시민들의 마음을 발레로 재현한 작품을 통해 '치유' 받을 수 있까.
광주시립발레단은 오는 24일 오후 7시30분과 25일 오후 3시, 오후 7시 광주예술의전당 대극장에서 총 3회에 걸쳐 브랜드 공연 'DIVINE'을 선보인다.
'Divine'은 '신성한, 숭고한, 천상의'라는 뜻으로 5·18 영령들과 그 가족들 그리고 우리 광주시민 모두를 아우르는 이미지로 차용된 작품의 제목이다. 'DIVINE'은 분노, 고통, 희생, 용서, 치유의 과정을 원초적 몸짓으로 펼쳐나간다.
광주의 아픔을 넘어 세계 어느 곳에서도 일어날 수 있고 지금도 어딘가에서 일어나고 있는 비극적 순간들을 인류 보편의 동일한 감정으로 전달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컨템포러리 발레로 탄생시켰다.
5·18광주민주화운동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발레라는 장르로 자유분방하며 역동적으로 표현했다. 구체적인 역사적 트라우마를 소재로 했음에도 'DIVINE'은 좀처럼 스토리나 캐릭터를 드러내지 않은 채 환상적이고도 숭고한 미장센에서 참혹했던 그날의 모습을 목격하게 한다.
50여 명의 대규모 출연진은 침묵을 깨고 탄식과 애도의 몸짓을 펼치기도 하며, 자유를 향한 절규를 닮은 몸부림을 펼치기도 한다. 차가운 조명 테두리와 뜨거운 잿가루 뭉치가 교차하고 적군과 아군의 구분을 상실한 몸들이 순백의 존재들로 대체되면서 억압과 고통이 구원으로 승화된다.
설명하지 않아도 관객 스스로 느낄 수 있도록 섬세한 움직임이 내포한 무한한 해석이 'DIVINE'만이 가진 차별성이다. 각각의 동작마다 수많은 이야기를 담은 경이로운 움직임으로 인간을 깊이 사랑하는 안무자의 철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무용수의 몸과 하나가 된 의상, 강렬하면서도 서정적인 음악, 조명·세트·소품 등을 때론 미니멀하게 때론 압도적으로, 때론 심미적으로 배치함으로써 작품의 세련된 감각을 풍부하게 조성한다.
'DIVINE'은 지난해 제30회 월간 '몸' 주관 무용예술상 작품상을 수상해 한국 발레계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며 평단의 많은 호평을 받았다. 발레가 클래식 레퍼토리의 반복이 아니라 동시대 시대정신을 드러내는 예술 작업이 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동시대의 새로운 창작을 위한 광주시립발레단의 과감하면서도 자신감 있는 추진력을 여실히 확인시킨 신작이다. 연출적인 면이나 안무적인 면에서 한국을 넘어 해외무대에서 소통될 만한 동시대적인 세련미를 갖추고 있으며, 광주시립발레단의 차별화된 창작 레퍼토리 확립에서 이정표가 될 만한 작품이다.
안무가 주재만은 광주 출신으로 지난 1996년 프랑스 바뇰레 국제무용축제에서 최우수 무용수상을 받은 후, 뉴욕 컴플렉션 발레단 부예술감독이자 전임 안무가 겸 발레마스터로 활동하며, 2022년 미국 포인트 파크대학 발레 교수로 선임됐다.
주재만 안무가는 "작품을 통해 다양한 인간 군상을 표현하고자 했다"며 "극장에 앉아서 공연하는 것을 보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린 채 슬픔과 고통만이 아닌 모두가 고귀한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힐링할 수 있는 공연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총연출을 맡은 박경숙 광주시립발레단 예술감독은 "지난해 호평을 받았던 광주시립발레단의 독창적 작품인 'DIVINE'을 재공연하게 돼 매우 뜻깊다"며 "이 작품은 누구나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관객 각자의 삶에 기반해 나름대로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다. 5·18 영령과 가족, 광주시민을 위로할 수 있는 더욱 확장된 예술적 감동을 선사하겠다"고 밝혔다.
티켓은 R석 3만원 S석 2만원 A석 1만원으로 7세 이상 관람(초등학생 이상)할 수 있으며, 광주예술의전당 홈페이지와 티켓링크를 통해 예매할 수 있다.
한편, 광주시립발레단은 오는 10월 18일부터 19일까지 차기 정기공연으로 광주예술의전당 대극장에서 희극발레 '코펠리아'를 무대에 올린다.
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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