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코 찌르는 악취'에 고통받는 광주 시내버스 기사들

입력 2025.04.23. 08:00 박승환 기자
차고지 휴게실 곳곳 악취 풍겨
낡고 더러운 화장실 냄새 주원인
날씨 더워지며 악취 더 심해져
“악취 때문에 못 쉰다” 고통 호소
버스조합 “매년 적자라 개선 어려워”


지난 22일 오전 찾은 광주 광산구 도산동의 시내버스 차고지에 마련된 휴게실. 화장실 바닥 타일 곳곳이 깨져있고 소변기에 찌든 때가 끼어 있어 악취가 심하다.

"휴게실 바로 옆에 붙어 있는 낡은 화장실 악취 때문에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매일매일 고통입니다. 쾌적한 공간에서 쉬고 싶습니다."

광주지역 시내버스 기사들이 이용하는 휴게실이 열악해 버스 기사들이 불편과 불만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버스 기사들의 휴식은 시민 안전과 직결되는 매우 중요한 문제인 만큼 개선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22일 오전 찾은 광주 광산구 도산동의 시내버스 차고지에 마련된 휴게실. 식당과 화장실이 샌드위치 패널로 된 칸막이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어 버스 기사들이 밥을 먹을 때도 악취가 심하다.

지난 22일 오전 찾은 광주 광산구 도산동의 시내버스 차고지. 차고지 한쪽에 마련된 버스 기사 휴게실 쪽으로 가까이 다가가자 악취가 코를 찔렀다.

숨을 아무리 참아도 코를 비집고 들어오는 악취 때문에 발걸음을 한 걸음 한 걸음 내딛기조차 힘들었다. 차라리 휴게실 외부 흡연장에서 나는 담배 냄새가 더 낫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버스 기사들은 날이 더워지면서 악취가 부쩍 많이 풍기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 같은 악취의 주원인은 다름 아닌 낡고 더러운 화장실.

화장실 바닥 타일은 곳곳이 깨져 있었으며, 소변기에는 찌든 때가 심하게 끼어 있었다. 대변기는 4개 중 2개가 재래식이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샌드위치 패널로 된 칸막이 하나를 사이에 두고 식당이 붙어있다 보니 버스 기사들이 밥을 먹을 때도 악취가 진동했다.

시내버스 내부를 청소하는 대걸레를 빨래하는 곳에서 스멀스멀 풍기는 악취도 고통을 더했다. 배수구가 제대로 돼 있지 않아 물이 고여 냄새가 나는 것이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종종 승객들이 버스에서 냄새가 난다고 말한다고 다수의 버스 기사들은 전했다.

이곳에서 만난 15년 경력의 한 버스 기사는 "악취 때문에 정말 못 살겠다. 더워지면 더욱 심해진다"며 "밥도 부실한 데 악취까지 더해지니 죽을 맛이다"고 푸념했다.

6년 경력의 또 다른 버스 기사도 "화장실이 너무 낡았다. 요즘 재래식 대변기를 누가 사용하느냐"며 "화장실만이라도 우선적으로 정비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 22일 오후 찾은 광주 동구 월남동의 시내버스 차고지에 마련된 휴게실. 화장실 소변기에 찌든 때가 끼어 있고 소변이 가득 차 있어 악취가 심하다.

같은날 오후 찾은 동구 월남동의 시내버스 차고지에 마련된 휴게실도 악취가 진동하고 있었다.

이곳의 악취의 원인도 화장실이었다. 소변기에 찌든 때가 낀 것은 물론 4개 중 2개가 고장 나 소변이 가득 차 있었다. 대변기도 4개 중 3개가 재래식이었다. 하나 있는 좌변기도 고장이 나서 사용할 수 없었다.

이 때문에 버스 기사들은 대체로 30분에서 1시간의 휴식 시간을 자신이 운행하는 차량 운전석에서 휴식을 취하곤 했다.

20년 경력의 한 버스 기사는 "휴게실이 너무 열악하다. 화장실은 참는 게 나을 정도다"며 "버스 기사들 모두 잠깐이라도 제대로 쉬고 싶은 마음이 크다. 100개 정도 되는 휴게실 대부분 열악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하루빨리 개선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 광주버스운송사업조합 관계자는 "매년 적자 운영이라 모든 휴게실을 한 번에 정비할 예산이 부족하다"며 "버스 기사들의 쾌적한 휴식을 위해 지속적으로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광주시 관계자도 "예산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다"며 "현금 없는 버스 운영을 통해 예산을 확보해 지원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글·사진=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영상=손민아기자 minah868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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