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회 직영해야 하지만 지출 커 난감

"5·18 묘지를 방문할 때마다 잠시 쉬어가는 휴식처였는데, 운영이 중단돼 많이 아쉽습니다. 앞으로 영영 운영을 안 하는 건가요?"
해마다 5·18 영령을 찾는 참배객들의 유일한 휴식처나 다름없던 매점이 갑자기 운영을 중단해 아쉬움을 자아내고 있다.
특히 5·18 주간을 앞두고 전국 각지에서 5·18 영령을 찾는 발길이 늘고 있는 만큼 참배객들의 편의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다.
7일 오전 찾은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 민주관 1층 유가족 쉼터 옆에 자리하고 있는 매점 내부는 고요하고 어두컴컴했다.
선반을 빼곡하게 채우고 있던 각종 과자와 컵라면은 보이지 않았으며, 캔커피와 음료수가 들어있던 냉장고도 텅 비어있었다.
벽에 걸린 시계도 작동하지 않았고, 책상 위에 놓여진 달력도 4월에 멈춰있었다. 매점을 찾을 때마다 언제나 환하게 웃으며 맞아주던 매점 아저씨도 없었다.
이날 찾은 매점 안에서 이용 가능한 것은 음료수 자판기 겨우 1대뿐이었다. 매점 출입구에도 "매점은 내부사정으로 운영을 중지합니다. 자판기만 운영(카드가능)."이라는 내용의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아들과 함께 민주묘지를 찾은 참배객 김종호(55)씨는 "참배를 한 뒤에 항상 매점에 들러 시원한 음료수를 사 마시곤 했는데 이제 못하게 됐다"며 "민주묘지를 찾을 때마다 유일한 휴식처였는데 아쉽다"고 했다.
또 다른 참배객 정은주(48·여)씨는 "목을 축이러 매점에 들어왔는데 음료수 자판기만 있어 깜짝 놀랐다"며 "요즘 과자나 라면도 자판기가 있으니 자판기를 다양하게 확대하는 점도 참배객들을 위한 하나의 방법인 것 같다"고 말했다.

공법단체 5·18민주유공자유족회에 따르면 5·18민주묘지 매점은 과거 사단법인 시절부터 유족회에서 운영을 맡아왔다.
유족회 회원이 자원봉사 형태로 매점에 상주하며 수익금을 가져가는 구조였다. 한 명의 회원이라도 매점 운영으로 먹고살 수 있게 된다면 유족회 회원 모두 환영한다는 취지였다. 매점을 운영하는 회원도 수익금 중 일부를 유족회에 자진해서 내기도 했다.
하지만 유족회는 지난 3월 말부터 매점 운영을 잠정 중단했다. 유족회가 지난 2022년 공법단체로 전환되면서 수익사업을 하려면 5·18민주유공자 예우 및 단체설립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직영을 해야 하게 됐기 때문이다. 사단법인 때처럼 회원 중 한 명이 임의로 운영할 수 없다는 의미다.
유족회는 공법단체 전환 이후로도 회원이 사업자 등록 없이 운영한 것에 대해 지난해 국가보훈부에 100만원 상당의 과태료를 물기도 했다.
유족회가 직영을 하면 되지만 그마저도 여력이 없는 상황이다.
매점 부지 임차료와 전기세, 월급, 4대 보험료, 퇴직금을 포함한 직원 고용료 등 매점을 직접 운영했을 때 드는 지출이 수입보다 훨씬 커서다.
이에 대해 양재혁 유족회장은 "유족회에서 매점을 직접 운영해야 하는데 운영할 수 있는 여력이 안 되다 보니 잠정 중단하게 됐다. 수익도 꾸준하게 나오지 않아 누군가에게 섣불리 운영을 맡기는 것도 무리가 있다"며 "매점이 참배객들의 휴식공간이기도 한 만큼 앞으로 어떻게 운영을 이어나갈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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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격수 배치·군인이 헌화 도와···살벌한 45주년 기념식 제45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이 열린 18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 저격수가 배치돼있다. 뉴시스계엄군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키다 희생한 5·18 영령을 기리는 기념식에서 무장한 군인들이 대거 배치돼 논란이다.기념식을 찾은 시민들은 5·18 영령들에 대한 명백한 모독이라며 눈살을 찌푸렸다.제45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이 열린 18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 제1묘역을 기준으로 양쪽 언덕 위에 저격수들이 눈에 띄었다.이주호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을 경호하는 인력들로 보였다. 기념식장 내부에서도 무장한 경호원들의 모습이 쉽게 발견됐다.한 유가족은 "대통령도 아니고 권한대행 주제에 여기가 어디라고 저격수까지 배치하느냐"며 "경호를 하더라도 적어도 때와 장소는 가려야 하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5·18기념재단도 5·18 기념식이 끝난 직후 성명을 내고 "정부는 기념식을 준비할 때 5·18이 왜 발생했는지부터 가해자와 피해자가 누구인지를 명확하게 고려했어야 한다"며 기념식을 준비한 정부에 유감을 표했다.재단은 "정부는 기념식 무대 좌우에 12·3 비상계엄 때 국회에 출동했던 계엄군과 같은 복장과 무장을 한 군인들을 배치했다. 희생자 묘역 위에 저격수들도 있었다"며 "5·18의 가해자가 계엄군인데 도대체 누가 무엇 때문에 이런 기념식을 준비한 것인가"라고 비판했다.이어 "국가보훈부는 기념식 중 묵념할 때 '죽은 군인을 위한 노래'를 사용했다. 죽은 군인의 노래의 원래 제목은 '묵념곡'으로 1950년대 육군본부 군악대장을 하던 김희조가 현충원에 묻힌 한국전쟁 전사자들을 위해 작곡한 노래다"며 "또 헌화 도우미도 제복을 입은 군인이었다"고 지적했다.그러면서 "이 권한대행의 기념사에도 5·18 정신 헌법전문 수록이나 5·18 진상규명 지속 5·18 기념사업법 제정 5·18 민주유공자 처우 개선 등 5·18을 해결하기 위한 그 어떤 내용도 없었다"며 "보훈부는 형식적으로만 기념식을 준비하지 말고 기념의 대상이 누구인지, 왜 민주화운동이 발생했는지, 누가 가해자이고, 피해자인지를 잘 고려해 기념식을 준비하길 바란다"고 꼬집었다.이에 대해 보훈부는 보도설명자료를 내고 묵념곡은 '정부의전편람'에 명시된 묵념곡이라고 반박했다.보훈부 관계자는 "묵념곡은 모든 정부 기념식에서 국민의례 중 묵념 시 사용하는 곡이다. 최근 5년간 5·18 기념식에서도 묵념 시 사용됐다"며 "헌화 도우미는 보훈부 소속 국립임실호국원 의전단으로 민간인이다. 기념식 무대 좌우에 배치했다고 군인이라 지칭한 인력들도 주요 인사를 경호하기 위한 인력이었다"고 설명했다.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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