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책토론회서 혁신 사례 주목
"지역 거버넌스 必…선도적 시도"
일자리특구 특별법·대선공약 제안

광주 광산구가 전국 최초로 추진한 시민참여형 정책보고서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위한 녹서'를 차기 정부의 국정 과제로 채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9일 광산구에 따르면, 박병규 광산구청장은 지난달 10일 국회에서 열린 '차기 정부 일자리정책 방향 제안을 위한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녹서'를 소개하고 지역 기반 일자리정책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녹서는 지난해부터 약 8개월간 광산구에서 진행된 사회적 대화의 결과물이다. 광산구민 100여명이 참여해 총 1천436개의 질문을 도출했고, 이 가운데 20개의 핵심 질문을 추려 책자 형태로 발간했다. 추후 녹서는 정책 설계의 기초 자료와 사업 추진 근거로 활용된다.
박 청장은 이날 "한국사회의 불평등과 양극화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일자리 격차에서 비롯된다"며 "결국 우리나라 일자리 문제의 본질은 수량이 아니라 '질'의 문제"라고 짚었다. 이어 "지속가능 일자리특구는 기존 특구처럼 대기업이나 공공기관 유치를 목표로 하지 않는다. 현재 존재하는 일자리의 질을 개선하고 확산시키는 방식으로 접근한다"며 "특구로 지정되면 지속가능한 일자리모델에 부합하는 사업이나 사업장에 대해 주거·교통·의료 등의 복지혜택을 사회임금 개념으로 지원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청장은 "좋은 답은 좋은 질문에서 출발한다"며 "광산구는 새로운 일자리 모델을 만들기 위해 시민이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를 가장 중요한 출발점으로 삼았다. 지속적인 사회적 대화를 통해 녹서 발간에 이르렀다"고 덧붙였다.
광산구는 올해 중 백서와 청서를 순차적으로 발간하고, 내년부터는 일자리 시범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정책의 실효성을 검증해, 녹서를 차기 정부 국정 과제로 추진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의 정책소통 플랫폼 '모두의질문Q'가 추진 중인 '녹서 2025' 프로젝트와의 연계 가능성도 주목된다.
실제 이날 박 청장은 '모두의질문Q' 노동·환경 분야 큐레이터인 이용우 의원에게 녹서를 전달하며 "지역에서 시작된 질문이 중앙 정책 설계로 이어지는 의미 있는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광산구의 사회적 대화와 녹서 제작은 전국적으로 첫 정책 실험이자 중요한 기준점"이라며 "다른 지자체로 널리 전파되길 바라며, 새 정부에서도 이 모델이 확장되고 발전할 수 있도록 잘 챙겨보겠다"고 화답했다.
전문가들도 광산구 녹서의 선도성과 확장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정문주 한국노총중앙연구원장은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려면 중앙정부뿐 아니라 지방정부, 노동, 자본, 지역사회가 함께 협력하는 지역 거버넌스가 필요하다"며 "광산구가 거버넌스를 통해 고용 불안, 저임금 등에 시달리는 '나쁜 일자리'를 '좋은 일자리'로 바꾸려 하는 것은 불평등·양극화를 해소하는 좋은 시도"라고 분석했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도 "광산구의 제안은 조기 대선 정국과 지역 고용정책의 공백기가 겹친 시점에서 시기적으로 매우 적절하다"며 "단순한 제안이 아니라, 구체성은 물론 예산 확보 전략까지 갖춰진다면 차기 정부의 일자리 정책으로 실효성 있게 작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광산구는 이번 토론회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제도화 작업에 착수한다. 5월 중에는 '지속가능 일자리특구 조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각 정당에 건의하고, 대선공약으로 지역주도형 지속가능 일자리특구 지정 및 행·재정적 지원 방안을 제안할 계획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매년 40억원씩, 5년간 총 200억원 규모의 일자리 기금 조성도 구상 중이다.
명등용 광산구 지속가능일자리특구추진단장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함께 정책을 설계하고 실행할 수 있다는 점을 이번 사례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며 "무엇보다 시민이 직접 참여해 만든 정책이라는 점에서, 녹서는 차기 정부가 주목해야 할 실질적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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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보다 질문··· 시민 참여 정책만이 지속 가능" 박병규 광주 광산구청장. "정책은 현장에 있고, 발에서 나온다."박병규 광주 광산구청장은 노동운동 시절부터 지켜온 이 원칙을 광산구 행정에 고스란히 녹여내고 있다. 현장의 목소리에서 출발한 정책만이 지속가능하다는 믿음은, 그를 '녹서'로 대표되는 시민참여형 정책 설계로 이끌었다.박 청장은 "조합원이 정책의 주인이라는 생각처럼, 행정 역시 시민이 주체가 돼야 제대로 된 해법이 나온다"며 "사회적 대화를 통한 정책 설계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고 설명했다.광주시 사회통합추진단장으로 '광주형 일자리'를 추진하던 시절, 그는 독일의 노동4.0 사례를 통해 '녹서' 개념을 처음 접했다. 디지털 전환에 대응하기 위해 수천 명의 시민 질문을 수렴해 정책으로 발전시킨 독일 정부의 접근 방식은, 지방정부가 나아갈 방향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박 청장은 "광산구는 기초지자체지만, 시민이 주도하는 사회적 대화를 꼭 한 번 해보고 싶었다. 구민을 위한 정책이라면, 가장 먼저 구민에게 물어야 한다는 것이 저의 판단이었다"고 말했다.녹서 제작 과정에서는 내부 반발과 의구심도 만만치 않았다. 박 청장은 "왜 시민이 정책을 논의해야 하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 적지 않았다"며 "갈등만 증폭되고 성과가 없을 것이란 우려도 있었지만, 민주주의란 원래 이견을 조정하며 합의점을 찾는 과정"이라고 주장했다.지방정부가 자율성을 갖고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구조적 전환이 필요하다는 점도 짚었다. 박 청장은 "현재 일자리 예산의 80% 이상이 중앙정부 주도로 집행되고 있으며, 지방은 대부분 수탁기관에 머물고 있다"며 "이미 지방이 수행하고 있는 고용 관련 업무는 지방정부로 이관하고, 전담 부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예산 편성의 자율성도 과제로 꼽았다. 박 청장은 "지방정부가 자율적으로 쓸 수 있는 재정이 있어야 지역과 마을 단위에 맞는 일자리 정책을 설계하고 지속가능한 공동체를 만들 수 있다"며 "이를 위한 사회적 기금, 특히 일자리 기금 조성 같은 자립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그는 정책의 지속가능성을 가능케 하는 원천은 결국 시민이라고 강조한다. 박 청장은 "그 지속가능성의 핵심은 시민을 주인공으로 모시는 민주주의의 관철에 있다.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시민이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이며, 시민이 함께 만드는 정책만이 가장 바람직한 결과와 지속가능성을 보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 · 1천436개 질문이 정책으로···'녹서'에 담긴 일자리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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