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 작가·문학 자산 발굴···'남도 시문학' 지평 넓히다

입력 2026.06.09. 15:08 최소원 기자
[30주년 맞은 계간 문예지 '시와 사람']
1996년 창간호…연 4회 독자 찾아
환경 문제·지역 문학 정체성 탐구
송수권·김동원 등 기획연재 주목
여름호, 회고와 디카시 특집 실어
강경호 "또다른 10년 기대에 설레"
강경호 계간 ‘시와사람’ 발행인.

신인 작가와 지역 문학 자산 발굴을 통해 남도 문학의 지평을 넓혀온 광주·전남 유일의 시 계간지 ‘시와사람’(발행인 강경호)이 창간 30주년을 맞아 눈길을 끌고 있다.

1996년 여름 창간호를 펴낸 이후 결호 없이 통권 120호를 발간하며 지역 문학의 한 축을 지켜온 ‘시와사람’은 최근 발간한 2026년 여름호(통권 120호)를 통해 지난 30년의 발자취를 돌아보고 앞으로의 역할을 모색했다.

‘시와사람’은 한국 문학계가 새로운 전환기를 맞던 1996년 창간했다. 참여문학의 열기가 점차 사그라들고 대중문화와 소비문화가 확산되면서 시의 역할과 위상에 대한 고민이 커지던 때였다. 광주·전남 문단 역시 1980년 5월의 기억과 상처를 안고 있었지만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새로운 문학적 방향을 모색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었다.

계간 ‘시와사람’ 여름호(통권 120호)

‘시와사람’은 산업화와 개발 논리 속에서 훼손되는 환경 문제를 문학적으로 성찰하기 위해 생태학적 상상력에 관한 담론을 꾸준히 생산했으며, 광주·전남 문학의 정체성과 뿌리를 탐구하는 작업에도 힘을 기울였다.

특히 송수권 시인의 ‘남도 정서, 남도 정신’ 연재를 비롯해 ‘무등산의 심상과 역사적 상상력’, ‘남도의 길과 강’, ‘문화중심도시의 문학’, ‘호남문화의 시적 지평과 모색’, ‘현대시와 광주’ 등 다양한 기획을 통해 지역 문학의 자산을 발굴하고 기록하는 데 앞장섰다.

잊히거나 충분히 조명받지 못한 지역 시인들의 삶과 작품 세계를 발굴하는 작업도 꾸준히 진행됐다. 문학 연구자들과 전문 필자들이 참여한 연재를 통해 광주·전남 문학사의 공백을 채워왔으며, 이러한 성과들은 지역 문학 연구의 중요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시의 외연을 넓히기 위한 시도도 이어졌다. 김동원 문학평론가가 3년 동안 연재한 ‘시집사리(詩集思理)’를 통해 한국 현대시의 흐름을 분석하고 우리 고전시가와 해외 시문학을 소개하는 한편 ‘문학과 미술의 만남’ 등 문학과 미술의 접점을 탐색하는 기획을 꾸준히 선보였다. 특히 최근 10여 년 동안은 문학과 미술의 상호텍스트성에 주목하며 장르 간 경계를 넘는 새로운 담론을 생산해 왔다.

시를 특정 계층의 전유물이 아닌 일상의 언어로 되돌리려는 노력도 눈에 띈다. 시인들의 취미와 생활, 관심사를 통해 시가 어떻게 탄생하는지 보여주는 기획들을 마련하며 독자와 시의 거리를 좁히고자 했다. 문학이 삶과 분리된 특별한 영역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발화되는 언어임을 보여주려는 시도였다.

계간 ‘시와사람’ 여름호(통권 120호)

신인 작가 발굴도 빼놓을 수 없다. 시와사람은 그동안 76명의 유망한 신인 작가를 발굴했으며, 이들은 현재 지역과 중앙 문단에서 왕성한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주요 작가로는 이승희(전 문학사상 편집주간), 강대선(한국해양문학상·송순문학상), 김선기(전 시문학파기념관장·한국출판평론상), 강나루(김현승문학상 신인상) 등이 있다.

30년 동안 지역 문학 현장을 지켜온 ‘시와사람’은 다양한 문학 사업도 전개해 왔다. 1998년 전국계간문예지편집자대회를 개최한 것을 시작으로 시와사람시회 창립, 전국문학기행과 세미나, 신춘문학강연, 문학의 밤, 한국시인협회 세미나 공동 주최, 전국문예지편집자대회 개최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지역 문학계의 교류와 성장을 이끌었다.

광주·전남 유일 시 계간지 ‘시와사람’(발행인 강경호)이 창간 30주년을 맞았다. 사진은 ‘시와사람’ 창간호부터 통권 120권.

이번 여름호는 이러한 30년의 성과를 돌아보는 동시에 현재 한국 시문학이 마주한 과제에도 주목한다. 특집 ‘상호텍스트적 관점에서 디카시 읽기’는 디지털 환경 속에서 새로운 시 형식으로 자리 잡은 디카시의 현재를 진단하고 앞으로의 발전 방향을 모색한다. 시의 대중화에 기여하고 있는 디카시의 가능성을 짚으며 질적 성장을 위한 과제도 함께 제시한다.

강경호 발행인은 “그동안 함께해준 편집위원, 필자, 독자들이 있었기에 ‘시와사람’은 소중하고 값진 날들이었다. 앞으로도 그들과 동행하길 기대하며, 또다시 맞이할 10년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싶다”며 “그래서 ‘시와사람’이 한 권 한 권 발행될 때마다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행간에 깃든 시인들의 이야기와 서정의 세계를 감각하고 지나온 시간의 깊이 또한 함께 헤아려볼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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