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창간호…연 4회 독자 찾아
환경 문제·지역 문학 정체성 탐구
송수권·김동원 등 기획연재 주목
여름호, 회고와 디카시 특집 실어
강경호 "또다른 10년 기대에 설레"

신인 작가와 지역 문학 자산 발굴을 통해 남도 문학의 지평을 넓혀온 광주·전남 유일의 시 계간지 ‘시와사람’(발행인 강경호)이 창간 30주년을 맞아 눈길을 끌고 있다.
1996년 여름 창간호를 펴낸 이후 결호 없이 통권 120호를 발간하며 지역 문학의 한 축을 지켜온 ‘시와사람’은 최근 발간한 2026년 여름호(통권 120호)를 통해 지난 30년의 발자취를 돌아보고 앞으로의 역할을 모색했다.
‘시와사람’은 한국 문학계가 새로운 전환기를 맞던 1996년 창간했다. 참여문학의 열기가 점차 사그라들고 대중문화와 소비문화가 확산되면서 시의 역할과 위상에 대한 고민이 커지던 때였다. 광주·전남 문단 역시 1980년 5월의 기억과 상처를 안고 있었지만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새로운 문학적 방향을 모색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었다.

‘시와사람’은 산업화와 개발 논리 속에서 훼손되는 환경 문제를 문학적으로 성찰하기 위해 생태학적 상상력에 관한 담론을 꾸준히 생산했으며, 광주·전남 문학의 정체성과 뿌리를 탐구하는 작업에도 힘을 기울였다.
특히 송수권 시인의 ‘남도 정서, 남도 정신’ 연재를 비롯해 ‘무등산의 심상과 역사적 상상력’, ‘남도의 길과 강’, ‘문화중심도시의 문학’, ‘호남문화의 시적 지평과 모색’, ‘현대시와 광주’ 등 다양한 기획을 통해 지역 문학의 자산을 발굴하고 기록하는 데 앞장섰다.
잊히거나 충분히 조명받지 못한 지역 시인들의 삶과 작품 세계를 발굴하는 작업도 꾸준히 진행됐다. 문학 연구자들과 전문 필자들이 참여한 연재를 통해 광주·전남 문학사의 공백을 채워왔으며, 이러한 성과들은 지역 문학 연구의 중요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시의 외연을 넓히기 위한 시도도 이어졌다. 김동원 문학평론가가 3년 동안 연재한 ‘시집사리(詩集思理)’를 통해 한국 현대시의 흐름을 분석하고 우리 고전시가와 해외 시문학을 소개하는 한편 ‘문학과 미술의 만남’ 등 문학과 미술의 접점을 탐색하는 기획을 꾸준히 선보였다. 특히 최근 10여 년 동안은 문학과 미술의 상호텍스트성에 주목하며 장르 간 경계를 넘는 새로운 담론을 생산해 왔다.
시를 특정 계층의 전유물이 아닌 일상의 언어로 되돌리려는 노력도 눈에 띈다. 시인들의 취미와 생활, 관심사를 통해 시가 어떻게 탄생하는지 보여주는 기획들을 마련하며 독자와 시의 거리를 좁히고자 했다. 문학이 삶과 분리된 특별한 영역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발화되는 언어임을 보여주려는 시도였다.

신인 작가 발굴도 빼놓을 수 없다. 시와사람은 그동안 76명의 유망한 신인 작가를 발굴했으며, 이들은 현재 지역과 중앙 문단에서 왕성한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주요 작가로는 이승희(전 문학사상 편집주간), 강대선(한국해양문학상·송순문학상), 김선기(전 시문학파기념관장·한국출판평론상), 강나루(김현승문학상 신인상) 등이 있다.
30년 동안 지역 문학 현장을 지켜온 ‘시와사람’은 다양한 문학 사업도 전개해 왔다. 1998년 전국계간문예지편집자대회를 개최한 것을 시작으로 시와사람시회 창립, 전국문학기행과 세미나, 신춘문학강연, 문학의 밤, 한국시인협회 세미나 공동 주최, 전국문예지편집자대회 개최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지역 문학계의 교류와 성장을 이끌었다.

이번 여름호는 이러한 30년의 성과를 돌아보는 동시에 현재 한국 시문학이 마주한 과제에도 주목한다. 특집 ‘상호텍스트적 관점에서 디카시 읽기’는 디지털 환경 속에서 새로운 시 형식으로 자리 잡은 디카시의 현재를 진단하고 앞으로의 발전 방향을 모색한다. 시의 대중화에 기여하고 있는 디카시의 가능성을 짚으며 질적 성장을 위한 과제도 함께 제시한다.
강경호 발행인은 “그동안 함께해준 편집위원, 필자, 독자들이 있었기에 ‘시와사람’은 소중하고 값진 날들이었다. 앞으로도 그들과 동행하길 기대하며, 또다시 맞이할 10년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싶다”며 “그래서 ‘시와사람’이 한 권 한 권 발행될 때마다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행간에 깃든 시인들의 이야기와 서정의 세계를 감각하고 지나온 시간의 깊이 또한 함께 헤아려볼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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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피해 ACC로···평일에도 이어진 ‘문화피서’
14일 오후 시민들이 ACC 문화창조원 복합전시6관에서 진행 중인 ‘자밀 프라이즈:무빙 이미지’ 전시를 관람하고 있다.
14일 오후 시민들이 ACC 문화정보원을 이용하고 있다.
“방학이라 아이들이랑 어디라도 가야 하는데 날씨가 너무 덥잖아요. ACC는 시원하고 볼거리도 많아서 오늘은 여기로 피서 왔어요.”폭염이 이어진 14일 오후 찾은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평일 오후 시간대였지만 전당 곳곳은 관람객들로 북적였다. 야외 활동을 하기에는 부담스러운 무더위를 피해 실내에서 문화생활을 즐기려는 이른바 ‘문화피서’ 행렬이었다. 전당 A·B 주차장은 만차 안내가 표시될 정도로 차량이 몰렸고,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가족 단위 관람객부터 책을 읽거나 전시를 둘러보는 시민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14일 오후 시민들이 ACC 문화정보원을 이용하고 있다.아이 손을 잡은 부모들은 어린이문화원으로 향했고, 전시장 안내도를 들여다보던 관람객들은 복합전시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로비 한쪽에서는 잠시 쉬어가는 시민들도 보였다. 바깥의 뜨거운 햇볕과는 달리 시원한 실내에는 사람들의 말소리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문화정보원은 조용히 책장을 넘기는 시민들로 활기를 띠었다. 도서관에서는 책을 펼쳐 공부하는 학생들과 자료를 찾는 이용객들이 자리를 잡았고, 라운지에서는 시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거나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한쪽에서는 책을 읽고, 다른 곳에서는 잠시 대화를 나누는 등 각자의 방식으로 더위를 피하는 모습이었다.14일 오후 시민들이 ACC 문화상품점 ‘들락’에서 굿즈를 살펴보고 있다.전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분위기는 더욱 분주했다. 문화창조원 복합전시 6관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교류특별전 ‘자밀 프라이즈: 무빙 이미지’에는 영상과 설치, 사운드, VR 등 다양한 작품을 관람하는 시민들이 이어졌다. 이슬람 문화와 역사, 사회에서 영감을 받은 동시대 예술을 선보이는 전시인 만큼 관람객들은 작품 앞에 멈춰 화면을 유심히 바라보거나 전시장 곳곳을 천천히 이동하며 작품을 살폈다.복합전시 3·4관에서 열리는 ‘코스모 아시아 피플’에도 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코스모·아시아·피플’이라는 키워드를 바탕으로 위기의 지구와 인간, 아시아의 상상력을 바라보는 전시다. 작품 앞에서 한참을 머무는 관람객들의 모습에서는 더위를 피하는 것과 함께 전시를 통해 새로운 생각거리를 찾는 분위기도 눈에 띄었다.복합전시 2관의 ‘아시아의 장치들’에서는 영상과 비디오아트를 통해 아시아의 역사와 기억, 공동체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었다. 스크린에서 흘러나오는 영상에 시선을 고정한 관람객부터 전시장 구조물을 따라 천천히 이동하는 관람객까지 다양한 모습이 잇따랐다.어린이문화원은 가족 단위 관람객들로 특히 붐볐다.14일 오후 어린이 관객들이 ACC 어린이문화원 다목적홀에서 진행 중인 특별전 ‘스포츠 히어로즈:나도 국가대표’에 참여해 펜싱 체험을 하고 있다.17일까지 진행되는 특별전 ‘스포츠 히어로즈: 나도 국가대표!’가 열리는 다목적홀에서는 아이들의 움직임이 특히 분주했다. 리듬체조와 펜싱, 스내그골프, 플로어컬링 등 평소 쉽게 접하기 어려운 스포츠를 직접 체험하며 아이들은 연신 몸을 움직였다.펜싱 체험에 나선 한 어린이는 “엄마, 나 펜싱에 재능 있는 것 같아”라며 보호자를 향해 손짓하며 웃는 모습도 보였다. 보호자들은 아이가 스포츠 체험에 나서는 모습을 지켜보며 휴대전화를 꺼내 들어 사진을 촬영했다. 폭염 때문에 밖에서 뛰어놀기 어려운 아이들에게는 실내 체험공간이 또 하나의 놀이터가 된 모습이었다.14일 오후 어린이 관객들이 ACC 어린이문화원 어린이체험관에서 진행 중인 상설전시 ‘우리 모두의 집, 아시아’를 관람하고 있다.어린이체험관의 상설전시 ‘우리 모두의 집, 아시아’에서도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이어졌다. 바다와 갯벌, 습지와 호수, 숲과 사막 등 아시아의 자연환경을 주제로 한 공간을 따라 아이들이 직접 움직이고 체험하며 자연과 생태의 의미를 배웠다.이날 딸과 함께 ACC를 찾은 시민 정하영(38·여)씨는 “요즘은 너무 더워서 아이와 야외에서 오래 놀기가 쉽지 않은데, ACC는 시원한 공간에서 전시도 보고 체험도 할 수 있어 좋다”며 “방학 동안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자연스럽게 문화를 접할 수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글·사진 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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