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인연·전라도 주제 100편 수록
45자 내외 짧은 언어 시선·성찰 주목

글은 삶의 시간과 풍경을 펼쳐내는 캔버스이다.
경제학자에 이어 시인으로 인생 제2막을 채우고 있는 정언(柾彦) 손형섭씨가 제2시조집 '새벽'(도서출판 서석刊)을 펴냈다.
그는 지난 2023년 '월간문학' 신인상 등당으로 시조시인의 이름을 얻고 지난해 5월 첫 시조집 '눈 내리는 저녁'을 펴낸 뒤 1년 만에 두 번째 시조집을 발표했다.
이번 시조집에는는 단시조(短時調)만 100편이 실렸다.
1부 '첫차', 2부 '고향의 강', 3부 '가을 산책', 4부 '첫눈' 등 봄, 여름, 가을, 겨울 등 4계절에 관해 각각 17편씩 68편을 수록했다. 5부 '인연'과 6부 '전라도여'에는 삶과 시대에 대한 32편을 담았다.
"아련히 들려오는/ 조선 닭 울음소리// 눈곱 낀 찬바람이/ 창문을 두드린다// 새벽은/ 새날을 믿는/ 희망이요 출발이다"('새벽'전문)
동트기 전 눈을 뜨며 이를 하루를 시작하는 시인은 창으로 몸을 움직이며 새로운 문을 연다.
어느새 황혼에 이른 나이에도 아침은 늘 새롭고 인생은 설렌다.
그가 말하는 아침은 희망이자 출발이며 행복이며 기쁨이다.
손 작가는 시인의 말에서 "시조는 정형률에 더한 민족 고유의 시이고, 품격을 얹어 감동을 우려낼 수 있어서 단시조를 쓰고 싶었다. 45자 내외의 짧은 언어로 사물에 대한 사유와 서정을 정형 틀로 담아내고 싶었다"면서 "그것은 고려 말부터 우리 선조들이 조상 대대로 즐겨 노래했던 멋과 풍류가 들어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것은 우리 민족의 문학적 양식이므로 우리의 큰 자랑이 아닐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막상 단시조를 쓰면서 느낀 것은,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깨닫게 되었다. 단, 한 편의 단시조를 쓰기 위해 얼마나 깊은 사색과 성찰이 필요한 것인가를 배우게 되었다"며 "따라서 '빈 항아리'란 나의 단시조 한 편을 소개하면서 시인의 말로 대하고자 한다"고 적었다.
'몇천 번/ 다그쳐야/ 둥글게 되는 걸까// 몇천 도/ 견뎌 내야/ 소리가 나게 될까// 몇천 년/ 기다려야만/ 체워질 수 있을까.' (빈 항아리)

손형섭 시인은 1942년 화순에서 태어나 광주상고와 전남대학교 농업경제학과를 나와 전남대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국립목포대학교에서 대학원장·사회대학장·경영행정대학원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명예교수로 활동하고 있다.지난 2007년 정년퇴임 후 고(故) 문병란 시인의 서은문학연구소에서 시 창작을 수강하며 늦깎이로 창작의 길에 들어섰다.75세인 2017년 '문학예술' 봄호에 시 부문 신인상을, 가을호에 수필 부문 신인상을 각각 받으며 문단에 데뷔했다. 이후 왕성한 창작욕으로 시집 '별빛', '파도', '만추', '겨울 나그네' 등 4권과 수필집 '삶의 흔적', '추억', '아무려면 어떠랴' 등 3권을 발간했다.
또 2023년 '월간문학' 9월호에 시조 부문 신인상을 수상한 뒤 2024년 첫 시조집 '눈 내리는 저녁'을 펴냈다. 한국문학예술가협회 광주전남지회장과 광주시문인협회 이사를 지냈고, 현재 한국문인협회 이사와 국제펜 한국본부 이사, 광주시시인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광주시시인협회 문학작품상, 도서출판 서석 문학상, 한국문학비평가협회 문학상 등을 받았다.
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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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한국전쟁·70년대를 관통한 현대사의 肖像 384 중편소설은 단편의 단조로움을 극복하고 서사를 넓게 펼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 장르로 꼽힌다.주로 굵직한 대하 장편소설을 써온 이계홍 작가가 최근 중편소설집 '해인사를 폭격하라'(도서출판 도화刊)를 펴냈다. 이 중편소설집은 '순결한 여인-1970년대 풍경화', '해인사를 폭격하라', '귀국선 우키시마호' '인지 수사-아직도 여전히 답답하게' 등 4편으로 구성돼있다. 이들 작품은 작가가 장편소설을 쓰다가 만난 우리 역사에서 특이한 소재와 중요한 사건을 묵혀버리기에는 너무도 아깝다는 생각으로 등장인물들의 행적을 하나하나 추적여 집필했다.특히 이번 소설집은 격동의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삶을 역사적 맥락과 해당 사료를 바탕으로 사실적으로 재현해낸 리얼리즘 문학의 정수로 평가된다. 선 굵은 서사구조와 단단한 스토리 텔링이 독자를 견인한다. 동시에 역사와 시대를 넘어서는 존재로 자신을 찾아가는 사람들의 고투에 대한 증언이기도 하다. 특히 작가의 언론사 경력이 말해주듯 기자적 현장성과 작가적 상상력이 십분 발휘된 작품들로 독서계에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킬 문제작으로 평가된다.수록작품 중 '순결한 여인-1970년대 풍경화'는 송안나(본명:송숙자)의 기구한 운명을 1970년대의 치열한 삶의 현장을 바탕으로 진한 남도 사투리와 거친 욕찌거리로 사람 냄새 짙게 풍기는 이야기다. 속칭 양갈보로 살아온 송안나라는 인물을 통해서 인간의 한 생애에서 암초를 만나는 주요한 원인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그러면서 상처받고 외로운 사람을 만나 따뜻하게 살아갈 날을 기다린다. 작가의 열망이 작품 제목 '순결한 여인'으로 승화되고 있다.'해인사를 폭격하라'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 작품으로 군인에 관한 인물전기를 많아 쓴 작가의 장점이 가감 없이 드러나는 작품이다. 6·25전쟁의 참화 속에서 미5공군의 폭격 명령을 거부하고 천년 고찰 '해인사'와 '팔만대장경'을 지킨 한국 공군 전투조종사의 모습을 실제 전투를 하는 듯한 실감나는 표현과 긴장감으로 독자들을 사로잡는다.'귀국선 우키시마호'는 해방 직후 한국으로 돌아오는 1호 귀국선인 우키시마호가 폭발해 침몰하는 사건을 다루고 있다. 8천 명이 넘은 사람이 승선했는데 생존자는 불과 이천여 명 밖에 안된다고 전해지는 이 사건을 다루면서 작가는 미군이 설치한 수중 기뢰 때문이든 패전한 일본의 방치와 외면으로 침몰했든, 수천 명이 수장된 사실과 진상조사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실정을 매서운 눈으로 들여다보고 있다.'인지 수사'는 남의 문중 땅에 몰래 묘를 쓴 사람과의 소송문제를 다룬 작품이다. 이 소설은 우리로 하여 비판과 냉소의 형태가 현실의 어떤 순응과 체념의 경로를 거치는가를 심도 있는 내면과 심리묘사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남의 문중 땅을 무단으로 점령한 자의 묘를 해결하지 못하는 재판 앞에서 패배의식을 느껴야 하는 주인공의 심리를 그리고 있다.이계홍 작가는 무안에서 태어나 동국대 국문학과와 동대학원 석사 졸업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지난 74년 '월간문학' 신인상을 받고 작품활동을 시작했다.그는 30여년 동안 동아일보와 문화일보, 서울신문 등에서 기자로 일했고 장편 '초록빛 파도' '장만' 등을 펴냈다.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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