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J. 벤턴 지음, 김미선 옮김|뿌리와이파리|328쪽
수억 년 전 다섯 번 멸종 이어
'여섯 번째' 위기 앞둔 우리
멸종과 대멸종의 전모와 진화
인류의 최신 연구성과 총망라
작동하고 있는 '이상고온' 모형
최후의 행동으로 해야할 것은

'고온이 그렇게 엄청난 살수일 수 있다는 것은 언뜻 이해가 안 갈지도 모른다-예컨대 만약 온도가 캐피탄절에 그랬듯 겨우 2, 3도 올라간다면, 식물과 동물이 어떻게든 그냥 적응하지 않을까? 열이 어떻게 생물을 죽이지?'
멸종이란 뭘까? 어떤 종 하나가 멸종하는 건, 34억 년 전쯤 생명이 생긴 이래, 늘 있었다. 그리고 포유류와 조류 종은 전형적으로 약 100만 년을 가고, 연체동물과 몇몇 식물은 개별 종이 대략 1천만 년쯤 간다. 지구 나이인 46억 살에 비춰보면, 종은 단명한다. 그리고 그것과는 차원이 다른 '멸종 사건'들, 더 큰 '대멸종'들이 있었다. 지금 있는 생물종들은 그동안 지구상에 존재했던 것들의 1퍼센트도 안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섯 번의 대멸종을 말한다. 각각 '오르도비스기 말', '데본기 후기', '페름기 말', '트라이아스기 말', 특히나 유명한 공룡 절멸의 '백악기 말'이다. 그리고 지금의 생물 다양성 위기는 '여섯 번째 대멸종'이다.

책은 지금까지 인류가 알아낸 지구와 생명, 멸종과 진화에 관한 최신 연구성과들이 망라됐다. 예컨대, 지금까지 다들 현생 식물과 동물 집단의 기원을 6천600만 년 전, 백악기 말 대멸종에서 생명이 회복한 시기로 봤다. 하지만 그 모든 '현생' 식물과 동물 집단의 기원은 1억 년 전, 백악기 중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러니까, 공룡이 소행성 충돌로 사라지면서 '현재'가 시작된 게 아니라는 말이다.
지구 역사상 최대의 페름기 말 대멸종의 범인은 소행성과 달리, 애거서 크리스티의 '오리엔트 특급 살인사건'에서처럼 '12명의 승객 모두'였다. 6만 년 사이를 두고 적어도 두 번 시베리아에서 벌어진 엄청난 규모의 화산 분화, 이산화탄소 농도 상승, 해수면 하강, 해저면 퇴적물의 산소 상실, 지구 온난화와 산성비, 기타 등등이다.
생물종의 90~95퍼센트를 멸종시킨 이 페름기 말 대멸종을 필두로 한 과거의 10건이 넘는 멸종 사건들을 통해 보편적인 '이상고온 위기 모형'이 다듬어져왔다. 그 구성요소는 화산의 분화, 온실가스 배출, 지구 온난화, 산성비, 토양 유실, 대양 산성화, 해저면 무산소증 등이다. 이산화탄소와 그 밖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것은 화산이 아니라 자동차, 공장, 비행기, 소와 인간이라는 차이 말고는, 어떤 대멸종이 또 오더라도 생명은 지금까지처럼 새로운 세상에서 다시 번성할 것이다. 지구도 그 충격에서 회복할 것이다. 선캄브리아기 말의 '눈덩이 지구'와 대멸종 사건은 캄브리아기 대폭발에서 현생 동물 집단의 기원을 가능하게 해줬다. 캄브리아기 말 대멸종은 그토록 많은 해양 집단이 팽창했고 생명이 땅 위로 기어올랐던 '오르도비스기 대규모 생물 다양화 사건'을 촉발했다. 페름기 말 대멸종은 트라이아스기 혁명을 촉발해 그 모든 맛있고 알찬 바다 생명체와 단열된 온혈의 원시 공룡과 원시 포유류를 데려왔다. 그리고 백악기 말 대멸종은 속씨식물, 포유류, 조류에게 번성할 기회를 줬다.
그러나 지금의 위기가 파국으로 치닫는다면, 이후 기후 평형이 회복되는 데에는 1천 년이 걸릴지도 모르고 새로운 생명의 진화적 폭발은 100만 년 넘게 걸릴 수 있다. 인간의 수명은 짧다.

인간 이전에 멸종은 자연의 일부, 지구와 생명에 지장을 주는 다수의 단기, 중기, 장기 과정과 어울리는 무언가였다. 대규모 화산 분화와 소행성 충돌을 포함하는 이 자연적 과정들과 달리, 인간은 자신들의 행동을 의식하고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선택할 수 있다.
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
새로운 시선으로 그려낸 삶과 추억 384 시는 감성의 산물이다. 이성과 논리의 언어가 아니다.그래서 시는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읽힐 때 진정한 의미를 획득한다.김영자 시인이 최근 시집 '시꽃 물들다'(시와사람刊)를 펴냈다.이번 시집에는 감탄을 자아내는 새로운 해석과 착상이 돋보이는 시편들이 수록돼 있다.시인은 모서리 없는 향기처럼 함박웃음으로 너울거리는 모란을 보여 아슬히 푸른 울음소리를 내기도 하며 홀연히 춤추다 지는 절망을 노래하기도 한다.그는 낯설게 하기 기법을 바탕에 갈아 싱그런 표현들을 버무렸다."먼동 트이는 아침/ 눈부신 햇살 주워담은 개천가/ 물비늘의 눈빛 반짝거린다// 왁자한 소문 울컥이는 어둠 닦고/ 너스레한 노점 아지매들의 혈색 좋은 웃음소리삼백육십오 일 좌판 깔고 흥정한다// 줄줄이 엮은 부양가족 품기 위해/ 불구덩이라도 뛰어들 수 있다는/ 일념 하나로/ 시커멓게 멍든 주먹 가슴으로/ 애환의 물살 건넌다// 생채기로 찢긴 날카로운 비수/ 아린 침묵 꿰매며/ 도마 위에 납작 엎드린 오후/ 삐걱거리는 허리 통증 할퀴고 간/ 파닥이는 은빛 나래짓/ 황금빛 노을 떨이한다// 세느강이라 불리는 양동 다리 옆/ 역사 깊은 광주의 푸른 기상 안고/ 무등의 젖줄기로 태어난/ 화이트칼라 미모와 흰 베레모 뽐내는/ 중앙여고// 양동 다리 밑/ 떡볶이와 오징어 튀김도/ 덩달아 튀어올라/ 발랄한 안색으로 무더기 수다 떤다// 철썩이던 광주천 계곡/ 지워도 지워지지 않는/ 버들강아지 빛으로 남아 있다."('추억의 양동시장' 전문)예나 지금이나 광주 양동시장은 사람과 상인들로 북적댄다. 그 시절 양동시장은 광주의 중심이며 정이 묻어나던 곳이었다. 힘겨운 나날을 보내던 이들도 양동시장의 활기와 생명력에서 힘을 얻었다. 그리고 그 풍경은 추억이 됐고 아련한 시간 속에서도 기억으로 자리해 있다.박덕은 시인은 "사실 시는 주제를 노출할수록 시의 특질에서 점점 더 멀어진다"며 "김영자 시인의 시들은 이러한 시의 특질을 잘 고루 구비하고 있어서 한층 돋보인다"고 평했다.김영자 시인은 "살아간다는 것은 참으로 아름다운 일"이라며 "자연 안에 깃든 신성을 벗삼아 더 이상 헤매일 것 없는 내 안의 나를 만나 깊이 잠든 시심을 깨운다"고 말했다.그는 '현대문예' 추천신인상 수상으로 등단, 한국여성문학대전 최우수상, 독도문학상, 빛창문학상 우수상 수상, 광주문인협회 이사와 광주시인협회 이사, 한실문예창작회원, 둥그런문학회 회장으로 활동 중이다.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 · 담양 토박이 시인이 시로 읊어낸 삶과 역사
- · 부동산 전문가가 펴낸 미래 읽는 전략서
- · 장성문화원, '국역이문정공실기' 발간
- · 해방·한국전쟁·70년대를 관통한 현대사의 肖像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