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 다음 멸종하는 것은 '인류'다

입력 2024.09.19. 14:21 최소원 기자
대멸종의 지구사
마이클 J. 벤턴 지음, 김미선 옮김|뿌리와이파리|328쪽
수억 년 전 다섯 번 멸종 이어
'여섯 번째' 위기 앞둔 우리
멸종과 대멸종의 전모와 진화
인류의 최신 연구성과 총망라
작동하고 있는 '이상고온' 모형
최후의 행동으로 해야할 것은

'고온이 그렇게 엄청난 살수일 수 있다는 것은 언뜻 이해가 안 갈지도 모른다-예컨대 만약 온도가 캐피탄절에 그랬듯 겨우 2, 3도 올라간다면, 식물과 동물이 어떻게든 그냥 적응하지 않을까? 열이 어떻게 생물을 죽이지?'

멸종이란 뭘까? 어떤 종 하나가 멸종하는 건, 34억 년 전쯤 생명이 생긴 이래, 늘 있었다. 그리고 포유류와 조류 종은 전형적으로 약 100만 년을 가고, 연체동물과 몇몇 식물은 개별 종이 대략 1천만 년쯤 간다. 지구 나이인 46억 살에 비춰보면, 종은 단명한다. 그리고 그것과는 차원이 다른 '멸종 사건'들, 더 큰 '대멸종'들이 있었다. 지금 있는 생물종들은 그동안 지구상에 존재했던 것들의 1퍼센트도 안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섯 번의 대멸종을 말한다. 각각 '오르도비스기 말', '데본기 후기', '페름기 말', '트라이아스기 말', 특히나 유명한 공룡 절멸의 '백악기 말'이다. 그리고 지금의 생물 다양성 위기는 '여섯 번째 대멸종'이다.

'대멸종의 지구사'는 지금까지 인류가 알아낸 지구와 생명, 멸종과 진화에 관한 최신 연구성과들을 총 망라한 책이다. 진화한 유인원과 퇴화된 인간들의 갈등과 대립을 다룬 영화 '혹성탈출:종의 전쟁' 스틸컷.

책은 지금까지 인류가 알아낸 지구와 생명, 멸종과 진화에 관한 최신 연구성과들이 망라됐다. 예컨대, 지금까지 다들 현생 식물과 동물 집단의 기원을 6천600만 년 전, 백악기 말 대멸종에서 생명이 회복한 시기로 봤다. 하지만 그 모든 '현생' 식물과 동물 집단의 기원은 1억 년 전, 백악기 중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러니까, 공룡이 소행성 충돌로 사라지면서 '현재'가 시작된 게 아니라는 말이다.

지구 역사상 최대의 페름기 말 대멸종의 범인은 소행성과 달리, 애거서 크리스티의 '오리엔트 특급 살인사건'에서처럼 '12명의 승객 모두'였다. 6만 년 사이를 두고 적어도 두 번 시베리아에서 벌어진 엄청난 규모의 화산 분화, 이산화탄소 농도 상승, 해수면 하강, 해저면 퇴적물의 산소 상실, 지구 온난화와 산성비, 기타 등등이다.

생물종의 90~95퍼센트를 멸종시킨 이 페름기 말 대멸종을 필두로 한 과거의 10건이 넘는 멸종 사건들을 통해 보편적인 '이상고온 위기 모형'이 다듬어져왔다. 그 구성요소는 화산의 분화, 온실가스 배출, 지구 온난화, 산성비, 토양 유실, 대양 산성화, 해저면 무산소증 등이다. 이산화탄소와 그 밖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것은 화산이 아니라 자동차, 공장, 비행기, 소와 인간이라는 차이 말고는, 어떤 대멸종이 또 오더라도 생명은 지금까지처럼 새로운 세상에서 다시 번성할 것이다. 지구도 그 충격에서 회복할 것이다. 선캄브리아기 말의 '눈덩이 지구'와 대멸종 사건은 캄브리아기 대폭발에서 현생 동물 집단의 기원을 가능하게 해줬다. 캄브리아기 말 대멸종은 그토록 많은 해양 집단이 팽창했고 생명이 땅 위로 기어올랐던 '오르도비스기 대규모 생물 다양화 사건'을 촉발했다. 페름기 말 대멸종은 트라이아스기 혁명을 촉발해 그 모든 맛있고 알찬 바다 생명체와 단열된 온혈의 원시 공룡과 원시 포유류를 데려왔다. 그리고 백악기 말 대멸종은 속씨식물, 포유류, 조류에게 번성할 기회를 줬다.

그러나 지금의 위기가 파국으로 치닫는다면, 이후 기후 평형이 회복되는 데에는 1천 년이 걸릴지도 모르고 새로운 생명의 진화적 폭발은 100만 년 넘게 걸릴 수 있다. 인간의 수명은 짧다.

화산 폭발 조짐이 일어나 공룡들의 멸종을 막기 위한 여정을 담은 영화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 포스터.

인간 이전에 멸종은 자연의 일부, 지구와 생명에 지장을 주는 다수의 단기, 중기, 장기 과정과 어울리는 무언가였다. 대규모 화산 분화와 소행성 충돌을 포함하는 이 자연적 과정들과 달리, 인간은 자신들의 행동을 의식하고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선택할 수 있다.

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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