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전문가 참여 학술심포지엄
극단 토박이·가수 백자 총체시극
육필 원고 감상할 수 있는 전시도

혼이 담긴 시로 민주주의를 울부짖던 민족시인 김남주(1946~1994)의 작고 30주기를 기념해 그의 삶과 문학정신을 짚어볼 수 있는 뜻깊은 행사가 다채롭게 펼쳐진다.
김남주기념사업회가 주최·주관하고 전남도, 해남군, 한국작가회의 등이 후원하는 '김남주 시인 30주기 추모 문학제'가 그의 고향 해남에서 오는 28~29일 펼쳐진다. 이번 행사는 ▲국제 학술심포지엄 ▲추모문화제: 총체시극-은박지에 새긴 사랑 ▲전국 문학인의 밤 ▲추모·계승 청년 문학제 ▲추모 걸개시화전 ▲추모 아카이브전 ▲땅끝 해남 순례 등으로 구성됐다.

28일 오후 1시 해남문화예술회관에서 진행되는 국제 학술심포지엄에서는 국내 교수 및 평론가와 동아시아 작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시인의 정신이 담긴 '자유와 저항'을 주제로 열띤 토론을 펼친다. 염무웅 문학평론가의 기조 발제를 시작으로 '김남주 평전' 김형수 작가, 방민호 서울대 교수, 남바프레부 몽골 시인, 천티 마이난 베트남 호치민시 국립대 교수 등이 토론자로 참여할 예정이다.
이어 오후 6시 30분부터 열리는 추모문화제에서는 극단 토박이와 가수 백자가 시인의 생애를 시, 노래, 연극, 춤 등으로 형상화한 작품을 선보인다. 극단 토박이는 김 시인과 그의 아내 박광숙씨의 이야기를 담은 총체 시극 '은박지에 새긴 사랑'을 공연한다. 그의 10여 년의 감옥 생활과 한 여인의 헌신적 사랑, 시인의 시가 사람들에게 들불처럼 옮겨가는 과정을 담았으며 인물의 대사·노래 등이 모두 김 시인의 작품으로 구성돼 더욱 깊은 감동을 전한다.

이후 오후 9시 해남유스호스텔에서는 한국작가회의 회원들의 '전국 문학인의 밤' 행사가 진행된다. 매년 가을 개최됐던 '김남주 문학제'를 확대한 것으로, 전국의 작가 200여 명이 참석해 시 낭송과 시 노래를 통해 시인의 궤적을 따라가본다.
이튿날인 29일 오전 11시 시인의 생가에서 그의 문학세계를 추모하고 계승하기 위한 청년 문학제가 열린다. 익천문화재단 길동무의 주관으로 진행, 한국작가회의 젊은 작가포럼 등이 참여해 헌정시를 낭송한다.
시인을 보다 가까이서 들여다보고 기억할 수 있는 전시도 이어진다. 지난 6월부터 오는 30일까지 땅끝순례문학관에서 진행되는 추모 아카이브전에서는 시인의 육필 원고, 사진, 유품 추모 영상 등을 감상할 수 있다. 오는 24일부터 30일까지 해남군민광장(해남문화예술회관)에서는 한국작가회의 전국 지회 지부 회원들의 작품으로 추모 걸개 시화전이 열린다.

28일부터 29일까지는 김남주 시인의 터전 해남을 순례하는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김남주 생가 ~고정희 생가~고산유적지(땅끝순례문학관)~대흥사~다산초당을 지나며 땅끝 해남의 문학적 발자취를 짚어본다.
이 외에도 내달 19일 오후 5시 광주 빛고을시민문화관에서는 시노래 서사창작콘서트 '자유', 11월 2일 전남대 김남주 홀에서 시인의 생애를 돌아보는 학술대회가 열릴 예정이다.

김경윤 김남주기념사업회 회장은 "김남주 시인의 30주기를 맞이해 시인의 작품 정신이 제대로 평가받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시대 시인이 추구했던 것들이 아직 실현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그의 작품과 삶의 궤적을 통해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을 찾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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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산강이 가르쳐준 삶의 철학, 소설에 담아내다
25일 만난 문순태 작가가 영산강을 바라보며 그의 신작 소설 ‘영산강 칸타타’(도서출판 오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강은 높은 곳에서 반드시 낮은 곳으로 흐릅니다. 낮은 곳을 지향한다는 것, 그것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가르침입니다. 모든 인간은 욕망 때문에 거슬러 올라가려 하지만, 강은 수평을 이루며 평등한 세상을 보여줍니다.”전남 나주 타오르는강문학관에서 창작혼을 불태우고 있는 문순태 작가가 인생의 마지막 정류장으로 삼은 영산강가에서의 이야기를 담아낸 신간 ‘영산강 칸타타’(도서출판 오래)를 펴냈다. 여든 평생 무등산을 맴돌며 살아온 그는 이제 자신의 대하소설 ‘타오르는 강’의 주 무대였던 나주 영산강으로 돌아와 그 물줄기를 바라보며 깨달은 삶의 궤적을 이번 작품에 오롯이 담아냈다.‘영산강 칸타타’는 시와 에세이, 소설의 경계를 허문 ‘장르 파괴’ 형식의 자전적 소설이다. 25일 나주 타오르는강문학관에서 만난 문 작가는 “외국 문학은 이미 장르의 경계가 무너져 시와 소설, 에세이가 자유롭게 넘나든다”며 “내 삶을 되돌아보며 사실과 픽션을 적절히 섞어 이 작품을 완성했다”고 설명했다.문순태 작가의 신작 소설 ‘영산강 칸타타’(도서출판 오래).특히 이 소설은 무등일보 문화관광전문매거진 ‘아트플러스’에 1년여간 연재했던 ‘내 인생의 커피 이야기’ 시리즈를 토대로 하고 있다. 작가는 연재했던 시리즈에 영산강에서 마주한 새로운 삶의 깨달음을 접목하며 작품의 깊이를 더했다. 커피와 삶, 기억과 사유의 조각들이 강이라는 공간에서 하나의 서사로 엮였다.소설은 80여 성상의 굴곡진 인생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1939년 담양에서 태어나 6·25전쟁을 겪으며 고향 마을이 불타버린 유년의 기억부터, 기자 생활 중 5·18민주화운동을 겪으며 반체제 기자로 낙인찍혀 해직됐던 시간까지 작가의 실제 삶이 고스란히 투영돼 있다. 문 작가는 이 작품을 유서 대신 세상 사람들에게 건네는 ‘마지막 편지’라고 정의하며 자신의 생애를 오롯이 쏟아부었다.작품의 핵심 매개체는 커피와 강의 만남이다. 고교 시절 스승이었던 다형 김현승 시인으로부터 전수받은 커피는 작가에게 단순한 기호품을 넘어 고독을 견디게 하는 도구이자 삶을 밀어 올리는 부스터였다. 그는 과테말라의 아픈 역사가 깃든 안티구아 원두의 쓴맛을 즐긴다. 그 씁쓸함이 곧 인생의 맛과 닮아 있기 때문이다.소설 속에서 영산강은 단순한 배경을 넘어 하나의 사유 주체로 기능한다. 작가는 강을 바라보며 “흐르는 것은 소멸이 아니다”라는 깨달음에 이른다. 강물은 흘러가면서도 계절마다 꽃을 피우고 숲을 가꾸듯 노작가의 삶 역시 영산강이라는 마지막 종착역에서 또 다른 생의 환희를 맞는다. 소설은 그 환희의 순간을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기록한다.80대 후반에 접어들었지만 작가의 시간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작가는 죽는 순간까지 붓을 놓지 말아야 한다”는 말을 마음에 새기고 있기 때문이다.25일 나주 타오르는강문학관에서 만난 문순태 작가가 그의 신작 소설 ‘영산강 칸타타’(도서출판 오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그는 이미 다음 작품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 팬데믹 시절 써둔 5·18민주화운동을 주제로 한 장편 소설이다.작가는 “하느님께서 2년만 더 시간을 주신다면 한 작품 더 쓰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며 “1980년 당시 서울에 머물러 광주로 내려오지 못했던 한 청년이 평생 역사적 부채감에 짓눌려 살아가다 40년 만에 광주를 다시 찾는 이야기”라고 덧붙였다.끝으로 그는 “AI가 소설을 쓰는 시대에도 인간만이 지닌 감성만큼은 끝내 대체할 수 없다”며 “문학이 다시 빛을 보는 시대가 반드시 올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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