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처기 조사 칭기즈칸과 대화 내용 기록
전쟁과 살생 멈추고 자비 베풀라고 간언
도교 방식 구술 전승 내용 저술 후대 전해

중국 역사에서 저명한 도사들은 매우 많지만, 공적과 헌신의 면에서 볼 때 구처기 조사는 분명히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인물로 꼽힌다. 그는 천하의 창생을 구하기 위해 74세의 고령을 무릅쓰고 3만 5천 리 길을 가서 칭기즈칸을 만났고, 무고한 생명을 죽여서는 안 된다고 설득했다. 이러한 기백과 지혜는 아무도 따를 수 없는 것이다.
최근 나온 '장춘진인서유기(長春眞人西遊記)'(더봄刊·왕역평 지음·이화영 옮김)는 도교 전진교의 큰 스승인 '장춘진인' 구처기가 몽골제국의 초대 황제 칭기즈칸의 초청에 응해 서역을 여행해 칭기즈칸과 대화한 내용을 기록한 책이다.
장춘진인 구처기는 도교 종파인 전진교의 도사이다. 그는 전진교를 연 왕중양의 제자 북칠진(北七眞) 중 한 명이며, 왕중양, 마옥, 담처단, 유처현에 이어 전진교의 5대 장문이었다. 전진교 용문파(龍門派)의 개조이기도 하다. 원나라 때 전진교를 융성시킨 것은 구처기의 공적이 크다.
구처기 조사는 왕중양 조사에게 의발을 이어받았고 용문파를 창시했다. 이후 조도견 조사는 구처기 조사의 의발을 이어 용문파의 첫 번째 전승자가 됐다. 이 책의 필자 왕역평 역시 전진교 용문파의 18대 전승자다.
800년 전 이지상 조사는 '장춘진인서유기'를 저술했고, 이 대작은 도교 경전인 '도장'(道藏)에 수록됐다. 이지상 조사는 구처기 조사의 서행에 동행한 21명의 제자 중 한 사람이지만 송도안 조사와 함께 진해성에 남았다. 그렇다면 이지상 조사는 그 이후 구처기 조사의 행적에 대해 어떻게 알았을까? 그런 내용은 도교의 방식으로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것이다.
이지상 조사의 저술 '장춘진인서유기'는 매우 모호한 부분이 많고, 그러므로 이면에 숨겨진 사실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 역시 매우 적다. 애초에 구처기는 칭기즈칸을 죽이려고 했고, 칭기즈칸도 구처기 조사를 죽이려고 했으나 후에 이 두 사람은 좋은 친구가 되었다. 따라서 어떤 내용은 명확하게 글로 쓸 수 없었고, 구처기 조사도 이에 대한 언급을 꺼렸다. 따라서 이지상 조사의 기록만 가지고는 일대천교(一代天驕) 칭기즈칸이 구처기 조사의 간언에 따라 살생을 멈추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없다. 그러나 역사는 칭기즈칸이 확실히 구처기 조사의 간언에 따라 살생을 멈추고 자비를 베푼 사실을 우리에게 분명히 알려주고 있다.
칭기즈칸이 비길 데 없는 거대한 제국을 건설한 것을 두고 사람들은 그를 살육의 대명사로 여겼으나 이는 매우 잘못된 생각이다. 이 책을 읽고 칭기즈칸에 관해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됨과 동시에 그에 대한 이해의 지평을 넓혀준다는 측면에서 출간 의미가 크다.
구처기 조사가 풍찬노숙을 하면서 불원만리 아프가니스탄 히말라야에 도착해 칭기즈칸에게 살육을 중단할 것을 설득한 사건은 수천만 명의 목숨을 구했을 뿐만 아니라 간접적으로 유럽의 르네상스를 구한 것이기도 하다.
우리말로 옮긴 이화영씨는 왕역평 계승자의 지도로 도가 수련에 입문했고 현재 숙명여대 초빙교수로 활동 중이다.
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
새로운 시선으로 그려낸 삶과 추억 384 시는 감성의 산물이다. 이성과 논리의 언어가 아니다.그래서 시는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읽힐 때 진정한 의미를 획득한다.김영자 시인이 최근 시집 '시꽃 물들다'(시와사람刊)를 펴냈다.이번 시집에는 감탄을 자아내는 새로운 해석과 착상이 돋보이는 시편들이 수록돼 있다.시인은 모서리 없는 향기처럼 함박웃음으로 너울거리는 모란을 보여 아슬히 푸른 울음소리를 내기도 하며 홀연히 춤추다 지는 절망을 노래하기도 한다.그는 낯설게 하기 기법을 바탕에 갈아 싱그런 표현들을 버무렸다."먼동 트이는 아침/ 눈부신 햇살 주워담은 개천가/ 물비늘의 눈빛 반짝거린다// 왁자한 소문 울컥이는 어둠 닦고/ 너스레한 노점 아지매들의 혈색 좋은 웃음소리삼백육십오 일 좌판 깔고 흥정한다// 줄줄이 엮은 부양가족 품기 위해/ 불구덩이라도 뛰어들 수 있다는/ 일념 하나로/ 시커멓게 멍든 주먹 가슴으로/ 애환의 물살 건넌다// 생채기로 찢긴 날카로운 비수/ 아린 침묵 꿰매며/ 도마 위에 납작 엎드린 오후/ 삐걱거리는 허리 통증 할퀴고 간/ 파닥이는 은빛 나래짓/ 황금빛 노을 떨이한다// 세느강이라 불리는 양동 다리 옆/ 역사 깊은 광주의 푸른 기상 안고/ 무등의 젖줄기로 태어난/ 화이트칼라 미모와 흰 베레모 뽐내는/ 중앙여고// 양동 다리 밑/ 떡볶이와 오징어 튀김도/ 덩달아 튀어올라/ 발랄한 안색으로 무더기 수다 떤다// 철썩이던 광주천 계곡/ 지워도 지워지지 않는/ 버들강아지 빛으로 남아 있다."('추억의 양동시장' 전문)예나 지금이나 광주 양동시장은 사람과 상인들로 북적댄다. 그 시절 양동시장은 광주의 중심이며 정이 묻어나던 곳이었다. 힘겨운 나날을 보내던 이들도 양동시장의 활기와 생명력에서 힘을 얻었다. 그리고 그 풍경은 추억이 됐고 아련한 시간 속에서도 기억으로 자리해 있다.박덕은 시인은 "사실 시는 주제를 노출할수록 시의 특질에서 점점 더 멀어진다"며 "김영자 시인의 시들은 이러한 시의 특질을 잘 고루 구비하고 있어서 한층 돋보인다"고 평했다.김영자 시인은 "살아간다는 것은 참으로 아름다운 일"이라며 "자연 안에 깃든 신성을 벗삼아 더 이상 헤매일 것 없는 내 안의 나를 만나 깊이 잠든 시심을 깨운다"고 말했다.그는 '현대문예' 추천신인상 수상으로 등단, 한국여성문학대전 최우수상, 독도문학상, 빛창문학상 우수상 수상, 광주문인협회 이사와 광주시인협회 이사, 한실문예창작회원, 둥그런문학회 회장으로 활동 중이다.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 · 담양 토박이 시인이 시로 읊어낸 삶과 역사
- · 부동산 전문가가 펴낸 미래 읽는 전략서
- · 장성문화원, '국역이문정공실기' 발간
- · 해방·한국전쟁·70년대를 관통한 현대사의 肖像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