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 이완용보다 5배 많은 돈을 받은 친일파는

입력 2024.08.22. 15:14 최소원 기자
친일파의 재산
김종성 지음|북피움| 276쪽

'친일파', 태어난 지 100년도 넘은 이 단어는 익숙하지만 언제 들어도 불편하다. '친일파'들은 '부득이하게 친일을 했다'고 변명하곤 한다. 그러나 그것이 얼마나 새빨간 거짓말인지를 이 책은은 낱낱이 알려준다. 친일의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서였다. 그렇다면 그들은 과연 얼마나 이익을 얻었을까? 책은 대표적인 친일파 30명의 '친일 재산'과 '친일 연대기'를 사료와 당시의 신문기사, 증언과 회고록 등을 토대로 알려주는 동시에 당시 평범한 이들의 평균 소득이나 월급을 비교 제시하면서 '우리들의 일그러진 근현대사'를 조금 다른 각도에서 접근할 수 있게 해준다.

'친일파'라 불릴 만큼의 행적이 기록된 이들은 왕족 또는 당대의 '엘리트'였던 고위 관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들은 왕족이라는 신분으로 태어났거나, 능력 있고 똑똑해 높은 관직에 올라 '대한제국'의 국정을 운영하고 정책의 방향을 결정하고 국가의 운명을 좌지우지했던 사람들이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의 능력과 권력을 일제에 부역하는 데 사용함으로써 일신의 영달을 꾀하고 자기만 잘 먹고 잘 산 '엘리트'들이었다. 그들은 매국의 한길로 내달렸다.

책의 시작은 고종의 형이자 흥선대원군의 장남인 이재면 이야기다. 어쩌면 철종의 뒤를 이어 왕이 됐을 수도 있었던 이재면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동생에게 밀려 '왕(고종)의 형님'으로 살았다. 그리고 대한제국이 멸망한 4개월 보름 뒤에 은사공채를 받았다. 그의 증서에 적힌 금액은 '단연 톱'이었다. '백작' 이완용이 15만원을 받은 데 비해 이재면은 83만원을 받았다.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이재면이 받은 83만원은 현재 가치로는 166억에서 830억원 정도로 평가된다.

책에 등장하는 친일파 30명은 이제 이 세상에 없다. 일제에 빌붙어 오욕의 삶을 살던 이들도, 빼앗기 나라를 되찾기 위해 분투하던 독립투사들도 모두 세상을 떠났다. 부끄러운 역사를 직시하고, 그것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우리 세대의 책무다. 친일파의 뒤틀린 초상을 통해 21세기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를 날카롭게 되묻는 역사책이다.

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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