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성 지음|북피움| 276쪽

'친일파', 태어난 지 100년도 넘은 이 단어는 익숙하지만 언제 들어도 불편하다. '친일파'들은 '부득이하게 친일을 했다'고 변명하곤 한다. 그러나 그것이 얼마나 새빨간 거짓말인지를 이 책은은 낱낱이 알려준다. 친일의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서였다. 그렇다면 그들은 과연 얼마나 이익을 얻었을까? 책은 대표적인 친일파 30명의 '친일 재산'과 '친일 연대기'를 사료와 당시의 신문기사, 증언과 회고록 등을 토대로 알려주는 동시에 당시 평범한 이들의 평균 소득이나 월급을 비교 제시하면서 '우리들의 일그러진 근현대사'를 조금 다른 각도에서 접근할 수 있게 해준다.
'친일파'라 불릴 만큼의 행적이 기록된 이들은 왕족 또는 당대의 '엘리트'였던 고위 관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들은 왕족이라는 신분으로 태어났거나, 능력 있고 똑똑해 높은 관직에 올라 '대한제국'의 국정을 운영하고 정책의 방향을 결정하고 국가의 운명을 좌지우지했던 사람들이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의 능력과 권력을 일제에 부역하는 데 사용함으로써 일신의 영달을 꾀하고 자기만 잘 먹고 잘 산 '엘리트'들이었다. 그들은 매국의 한길로 내달렸다.
책의 시작은 고종의 형이자 흥선대원군의 장남인 이재면 이야기다. 어쩌면 철종의 뒤를 이어 왕이 됐을 수도 있었던 이재면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동생에게 밀려 '왕(고종)의 형님'으로 살았다. 그리고 대한제국이 멸망한 4개월 보름 뒤에 은사공채를 받았다. 그의 증서에 적힌 금액은 '단연 톱'이었다. '백작' 이완용이 15만원을 받은 데 비해 이재면은 83만원을 받았다.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이재면이 받은 83만원은 현재 가치로는 166억에서 830억원 정도로 평가된다.
책에 등장하는 친일파 30명은 이제 이 세상에 없다. 일제에 빌붙어 오욕의 삶을 살던 이들도, 빼앗기 나라를 되찾기 위해 분투하던 독립투사들도 모두 세상을 떠났다. 부끄러운 역사를 직시하고, 그것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우리 세대의 책무다. 친일파의 뒤틀린 초상을 통해 21세기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를 날카롭게 되묻는 역사책이다.
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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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선으로 그려낸 삶과 추억 384 시는 감성의 산물이다. 이성과 논리의 언어가 아니다.그래서 시는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읽힐 때 진정한 의미를 획득한다.김영자 시인이 최근 시집 '시꽃 물들다'(시와사람刊)를 펴냈다.이번 시집에는 감탄을 자아내는 새로운 해석과 착상이 돋보이는 시편들이 수록돼 있다.시인은 모서리 없는 향기처럼 함박웃음으로 너울거리는 모란을 보여 아슬히 푸른 울음소리를 내기도 하며 홀연히 춤추다 지는 절망을 노래하기도 한다.그는 낯설게 하기 기법을 바탕에 갈아 싱그런 표현들을 버무렸다."먼동 트이는 아침/ 눈부신 햇살 주워담은 개천가/ 물비늘의 눈빛 반짝거린다// 왁자한 소문 울컥이는 어둠 닦고/ 너스레한 노점 아지매들의 혈색 좋은 웃음소리삼백육십오 일 좌판 깔고 흥정한다// 줄줄이 엮은 부양가족 품기 위해/ 불구덩이라도 뛰어들 수 있다는/ 일념 하나로/ 시커멓게 멍든 주먹 가슴으로/ 애환의 물살 건넌다// 생채기로 찢긴 날카로운 비수/ 아린 침묵 꿰매며/ 도마 위에 납작 엎드린 오후/ 삐걱거리는 허리 통증 할퀴고 간/ 파닥이는 은빛 나래짓/ 황금빛 노을 떨이한다// 세느강이라 불리는 양동 다리 옆/ 역사 깊은 광주의 푸른 기상 안고/ 무등의 젖줄기로 태어난/ 화이트칼라 미모와 흰 베레모 뽐내는/ 중앙여고// 양동 다리 밑/ 떡볶이와 오징어 튀김도/ 덩달아 튀어올라/ 발랄한 안색으로 무더기 수다 떤다// 철썩이던 광주천 계곡/ 지워도 지워지지 않는/ 버들강아지 빛으로 남아 있다."('추억의 양동시장' 전문)예나 지금이나 광주 양동시장은 사람과 상인들로 북적댄다. 그 시절 양동시장은 광주의 중심이며 정이 묻어나던 곳이었다. 힘겨운 나날을 보내던 이들도 양동시장의 활기와 생명력에서 힘을 얻었다. 그리고 그 풍경은 추억이 됐고 아련한 시간 속에서도 기억으로 자리해 있다.박덕은 시인은 "사실 시는 주제를 노출할수록 시의 특질에서 점점 더 멀어진다"며 "김영자 시인의 시들은 이러한 시의 특질을 잘 고루 구비하고 있어서 한층 돋보인다"고 평했다.김영자 시인은 "살아간다는 것은 참으로 아름다운 일"이라며 "자연 안에 깃든 신성을 벗삼아 더 이상 헤매일 것 없는 내 안의 나를 만나 깊이 잠든 시심을 깨운다"고 말했다.그는 '현대문예' 추천신인상 수상으로 등단, 한국여성문학대전 최우수상, 독도문학상, 빛창문학상 우수상 수상, 광주문인협회 이사와 광주시인협회 이사, 한실문예창작회원, 둥그런문학회 회장으로 활동 중이다.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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