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통해 들여다 본 역사와 정율성의 일생

입력 2024.08.21. 15:46 최민석 기자
심영의 작가 '그날들' '옌안의 노래' 출간
시대 파란 온옴으로 감당한 이들의 슬픔
항일독립운동사에서 배척된 정율성의 삶

문학은 잊히고 묻혀버린 역사를 살리는 역할을 하는 장르다. 더욱이 현대사의 왜곡된 사실을 바로잡고 이를 후대에 복원시키는 것도 작가의 책무다.

심영의 작가가 최근 소설집 '그날들'(푸른사상刊)과 장편소설 '옌안의 노래'(푸른사상刊)을 잇따라 출간했다.

이중 소설집 '그날들'은 현대사의 비극을 그린 다섯 편의 단편소설과 함께 고려 몽골 침략기의 삼별초 항쟁을 조망한 중편소설이 딤겨 있다. 작가는 시대의 파란을 온몸으로 감당해야 했던 사람들의 고통과 슬픔을 소설로 끌어안으며 그날을 기억하는 것을 넘어 오늘의 역사로 되살리고 있다. 이 소설집에 수록한 여섯 편의 소설 중 다섯 편은 우리 현대사의 비극을 조망하고 있는 작품들이며, 맨 마지막에 수록한 중편소설 '그 밤의 붉은 꽃'은 고려 몽골 침략기의 삼별초 항쟁을 소재로 하고 있다.


'옌안의 노래'는 조국 독립을 위해 끝까지 투쟁한 항일지사 정율성을 다루고 있다. 그는 어쩌다 중국공산당에 가입하고 사회주의자가 되어야만 했을까. 1945년 광복 이후로 그는 왜 고향인 광주로 돌아가지 못하고 북한과 중국을 전전해야 했을까. 중국에서도, 북과 남에서도 소외당할 수밖에 없었던 영원한 이방인 정율성의 일대기를 책에서 만날 수 있다.

1914년 광주에서 출생한 정율성은 1933년 형을 따라 난징의 조선혁명군사정치간부학교에 입학했고, 음악을 공부하는 한편 의열단으로서 활동했다. 1930년대 중국에서 일본 제국주의자와 대치한 군대는 마오쩌둥의 공산당 군대가 유일했는데, 조선독립동맹과 조선의용군의 본거지였던 타이항산은 사회주의 독립운동과 한국 민중의 해방이 실천에 옮겨질 수 있도록 해주는 장소였다. 조선의 해방을 위한 투쟁 과정 중 그는 옌안에서 본격적인 공산당원 활동을 시작했다. 광복이 되자 정율성이 속한 조선의용군은 북한으로 향하게 됐다. 그러나 남북으로 각 정부가 세워진 한반도에서는 무정이 지도하고 있는 조선의용군과 김구가 주도하고 있는 임시정부 모두 남과 북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하고 해방된 조국에 입국하는 것마저 허락되지 않았다.

옌안에서는 '중국인민해방군가'를, 평양에서는 '조선인민군행진곡'을 작곡하며 북한 인민군의 사기를 북돋았던 정율성의 행적에 대해 일부의 비판도 존재한다.

작가는 일본 제국주의자의 억압에 맞서 투쟁했던 항일운동가들이 불가피하게 공산주의자가 될 수 밖에 없었던 그 시절의 상황을 고려했다. 그는 조국이 일제의 억압에서 해방되기를 염원했고 자신의 음악으로 새로운 세상을 만들고 싶어 했다. 공산주의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항일독립운동의 역사에서 배척됐던 정율성의 삶과 정신을 조명했다.

소설가 겸 평론가, 인문학자. 오월문학연구가 등으로 다양한 활동을 펼쳐온 저자 심영의씨는 전남대 국문과에서 현대문학을 전공하고 '5·18민중항쟁 소설 연구'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1994년 전남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및 2020년 광남일보 신춘문예 문학평론이 당선돼 문단에 데뷔했다. 장편소설 '사랑의 흔적'과 '오늘의 기분', 평론집 '소설적 상상력과 젠더 정치학' 및 '5·18, 그리고 아포리아' 등 총 15권의 저서를 펴냈으며 2023년 제2회 광주 박선홍 학술상을 수상했고, 오랫동안 전남대 인문대학 등 대학 안팎에서 인문학을 강의하며 후학을 양성하는데 힘썼다.

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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