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자에 2천만원·전각 작품 수여
음울한 도시와 소시민 삶 형상화해
"시가 가진 책무 돌아보게 만들어"

죽형(竹兄) 조태일 시인(1941~1999)의 삶과 시 세계를 기리고, 한국문학의 뛰어난 성과를 보여준 시인을 찾고자 열린 '제6회 조태일문학상' 공모 수상자가 발표됐다.
죽형조태일시인기념사업회와 곡성군이 주최한 이번 공모에 박석준 시인의 시집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이니(푸른사상)'가 선정됐다. 수상자에게는 상금 2천만원과 조태일 시인의 대표 시 '국토서'를 새긴 고(故) 정병례 전각가의 전각 작품을 부상으로 시상한다. 시상식은 오는 10월 19일 오후 3시 곡성조태일시문학기념관에서 열린다.

당선자 박석준 시인은 1958년 광주에서 출생했다. 중학교 2학년 때 집안의 파산, 대학교 1학년 때 남민전 사건에 관련된 형들의 수감으로 가볍고 허약한 몸으로 돈을 벌어야 했다. 1983년 교사가 됐으나 1989년 전교조 결성을 위해 해직을 선택했다. 1994년 복직하고 인생을 생각하다 쓴 '카페, 가난한 비'로 2008년 등단했다. 이 외에도 자서전 '내 시절 속에 살아 있는 사람들'과 시집 '시간의 색깔은 자신이 지향하는 빛깔로 간다' 등을 펴냈다.
시집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이니'는 한국 민주화 과정을 거치며 갖은 고통을 겪었던 한 개인의 가족사를 비롯해 음울한 도시의 풍경과 소시민의 삶이 형상화됐다. 시대적 수난 속에서 온몸에 새긴 삶의 감각과 절망의 노래로 시인의 강인한 삶의 의지와 응전 의식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음울한 가락, 한껏 늘어진 거친 어조들이 이 시대의 정신을 촉구한다.
심사위원회는 "가난하고 병약하고 상처투성이인 세계는 수식되지 않은 직설로 가득해, 사건을 대상화하지도 않고 함부로 은유를 작동하지도 않는다"며 "거친 어조들을 밀고 가는 정직한 슬픔이야말로 신자유주의의 감옥 속에서 사는 우리를 다시 깨어나게 만드는 절망의 힘이니, 시가 가진 책무를 다시 돌아보게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박석준 시인은 수상소감을 통해 "병상에서 수상 소식을 듣고, 가슴속에서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새로운 것들이 흐르는 기분이 가득했다"며 "막냇동생을 포함해 나를 뒷바라지한 사람들과 문학적 지향을 굳게 해주신, 또 많은 가르침과 도움을 주신 문인들께 감사를 올린다"고 밝혔다.
한편 죽형 조태일 시인은 1980년 신군부가 계엄령 전국 확대에 앞서 감금한 예비 검속자에 포함돼 수감생활을 하는 등 표현의 자유와 민주화를 위해 앞장선 대표적인 민족·민중시인이다. 조 시인은 곡성 태안사에서 대처승의 7남매 중 넷째로 태어나 광주서중, 광주고, 경희대를 졸업했다. 1964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돼 문단에 나왔고, 시집 '아침선박', '식칼론', '국토' 등을 펴냈다. 1989년부터 광주대에서 후학을 양성했으며, 1999년 간암으로 작고했다.
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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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선으로 그려낸 삶과 추억 384 시는 감성의 산물이다. 이성과 논리의 언어가 아니다.그래서 시는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읽힐 때 진정한 의미를 획득한다.김영자 시인이 최근 시집 '시꽃 물들다'(시와사람刊)를 펴냈다.이번 시집에는 감탄을 자아내는 새로운 해석과 착상이 돋보이는 시편들이 수록돼 있다.시인은 모서리 없는 향기처럼 함박웃음으로 너울거리는 모란을 보여 아슬히 푸른 울음소리를 내기도 하며 홀연히 춤추다 지는 절망을 노래하기도 한다.그는 낯설게 하기 기법을 바탕에 갈아 싱그런 표현들을 버무렸다."먼동 트이는 아침/ 눈부신 햇살 주워담은 개천가/ 물비늘의 눈빛 반짝거린다// 왁자한 소문 울컥이는 어둠 닦고/ 너스레한 노점 아지매들의 혈색 좋은 웃음소리삼백육십오 일 좌판 깔고 흥정한다// 줄줄이 엮은 부양가족 품기 위해/ 불구덩이라도 뛰어들 수 있다는/ 일념 하나로/ 시커멓게 멍든 주먹 가슴으로/ 애환의 물살 건넌다// 생채기로 찢긴 날카로운 비수/ 아린 침묵 꿰매며/ 도마 위에 납작 엎드린 오후/ 삐걱거리는 허리 통증 할퀴고 간/ 파닥이는 은빛 나래짓/ 황금빛 노을 떨이한다// 세느강이라 불리는 양동 다리 옆/ 역사 깊은 광주의 푸른 기상 안고/ 무등의 젖줄기로 태어난/ 화이트칼라 미모와 흰 베레모 뽐내는/ 중앙여고// 양동 다리 밑/ 떡볶이와 오징어 튀김도/ 덩달아 튀어올라/ 발랄한 안색으로 무더기 수다 떤다// 철썩이던 광주천 계곡/ 지워도 지워지지 않는/ 버들강아지 빛으로 남아 있다."('추억의 양동시장' 전문)예나 지금이나 광주 양동시장은 사람과 상인들로 북적댄다. 그 시절 양동시장은 광주의 중심이며 정이 묻어나던 곳이었다. 힘겨운 나날을 보내던 이들도 양동시장의 활기와 생명력에서 힘을 얻었다. 그리고 그 풍경은 추억이 됐고 아련한 시간 속에서도 기억으로 자리해 있다.박덕은 시인은 "사실 시는 주제를 노출할수록 시의 특질에서 점점 더 멀어진다"며 "김영자 시인의 시들은 이러한 시의 특질을 잘 고루 구비하고 있어서 한층 돋보인다"고 평했다.김영자 시인은 "살아간다는 것은 참으로 아름다운 일"이라며 "자연 안에 깃든 신성을 벗삼아 더 이상 헤매일 것 없는 내 안의 나를 만나 깊이 잠든 시심을 깨운다"고 말했다.그는 '현대문예' 추천신인상 수상으로 등단, 한국여성문학대전 최우수상, 독도문학상, 빛창문학상 우수상 수상, 광주문인협회 이사와 광주시인협회 이사, 한실문예창작회원, 둥그런문학회 회장으로 활동 중이다.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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