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린 L.켈리, 필리스 모엔 지음, 백경민 옮김|이음|456쪽
준비 없이 맞닥뜨린 '유연 근무'
과로는 어쩌다 정상이 되었나
실험과 인터뷰로 도출한 솔루션
대규모 연구팀 5년의 연구 결과
과부하 노동의 근본 문제 파헤쳐
현실적이고 새로운 업무법 소개

'언제 어디서나 일할 수 있는 권한은 언제 어디서나 일해야 한다는 압박감으로 바뀔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뜻밖에도 우리는 언젠가 하리라 구상만 하던 혁신적이고 새로운 업무 방식을 급작스레 체험했다. 집 안에 앉아 모든 일을 컴퓨터로 처리하는 미래를 맞닥뜨린 것이다. 회의도, 수업도, 심지어는 병원 진료까지도 스마트폰과 컴퓨터로 이뤄졌다. 재택근무는 더 이상 미래에나 가능한 혁신적인 일이 아닌 일상으로 받아들여지게 됐다. 이제 재택근무와 유연 근무는 많은 회사에서 제공하는 복지 정책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런데 유연 근무는 정말로 우리에게 더 나은 삶을 가져다줬을까?
유연 근무와 재택근무가 보편화되며, '일할 맛 난다', '살 만해졌다' 느끼는 사람들이 몇이나 될까? 왜 혁신적인 정책이고 복지라고 말하는 것들이 실제로는 더 힘들게 느껴질까? 이 책은 기업에서 혜택인 듯 제공하는 '유연성'이 노동자를 위한 유연성이 아니라, 일의 필요에 따른 유연성임을 지적한다. 더 나아가 유연 근무제가 가장 중요한 실제 문제로부터 우리의 시선을 분산시키는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일하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일도 삶도 모두 풍요로운 '워라밸'을 꿈꿀 것이다. 하지만 저자들은 가장 중요한 것은 워라밸이 아니라고 말한다. 워라밸을 따지기에는 일의 양 자체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방대한 양의 인터뷰를 통해 저자들은 지금 워라밸을 따질 때가 아니라, 이 많은 일들을 도대체 어떻게 다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할 때라고 역설한다. 이것이 바로 이 책이 말하는 문제의 핵심인 '과부하(overload)'다.
이 책은 분석과 연구에서 그치지 않고, 현실적인 해결책을 제시한다. 두 저자는 우리가 실제로 일터에서 무엇을 바꿀 수 있는지, 기존의 방식이 가진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는 새로운 표준과 방식은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모색한다. 저자들이 속한 연구팀인 '일, 가족, 건강 네트워크'는 미국 국립보건원 등 여러 재단의 지원을 받아 사회학자, 심리학자, 경제학자, 공중보건학자, 가족학자 등으로 구성된 대규모 연구팀이다. 이곳에서 함께 개발한 새로운 업무 방식을 소개한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정책도 실제로 사용할 수 없다면 의미가 없다. 이상적인 솔루션도 현실에서 실현할 수 없다면 공상에 불과하다. 그렇기에 저자들은 자신들이 제안한 솔루션인 'STAR'의 효과를 입증하기 위해 현장 연구를 실행한다. 회사의 규모와 문화 등 여러 측면을 신중하게 고려해, '포춘' 잡지 선정 500대 IT 대기업 중 하나를 선정한다. 저자들의 연구팀은 그곳에 상주하며 '개인은 근무 시간 및 장소 변경에 관해 관리자의 허가를 받지 않는다', '정기 회의와 같은 기존 관행에 대해 팀 내에서 재고한다' 등의 실천이 포함된 'STAR' 조치를 5년간 실험했다.
이 실험은 결과적으로 직원들의 건강과 삶의 질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뿐만 아니라, 회사에도 이익을 가져다줬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관리직, 기술직 등 여러 직무, 여러 인종과 성별, 연령대의 입장을 생생하게 들을 수 있는 수백 건의 인터뷰는 수면 아래에 있던 문제들의 윤곽을 선명히 비추며 우리 노동이 나아갈 길의 키잡이가 돼준다.
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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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선으로 그려낸 삶과 추억 384 시는 감성의 산물이다. 이성과 논리의 언어가 아니다.그래서 시는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읽힐 때 진정한 의미를 획득한다.김영자 시인이 최근 시집 '시꽃 물들다'(시와사람刊)를 펴냈다.이번 시집에는 감탄을 자아내는 새로운 해석과 착상이 돋보이는 시편들이 수록돼 있다.시인은 모서리 없는 향기처럼 함박웃음으로 너울거리는 모란을 보여 아슬히 푸른 울음소리를 내기도 하며 홀연히 춤추다 지는 절망을 노래하기도 한다.그는 낯설게 하기 기법을 바탕에 갈아 싱그런 표현들을 버무렸다."먼동 트이는 아침/ 눈부신 햇살 주워담은 개천가/ 물비늘의 눈빛 반짝거린다// 왁자한 소문 울컥이는 어둠 닦고/ 너스레한 노점 아지매들의 혈색 좋은 웃음소리삼백육십오 일 좌판 깔고 흥정한다// 줄줄이 엮은 부양가족 품기 위해/ 불구덩이라도 뛰어들 수 있다는/ 일념 하나로/ 시커멓게 멍든 주먹 가슴으로/ 애환의 물살 건넌다// 생채기로 찢긴 날카로운 비수/ 아린 침묵 꿰매며/ 도마 위에 납작 엎드린 오후/ 삐걱거리는 허리 통증 할퀴고 간/ 파닥이는 은빛 나래짓/ 황금빛 노을 떨이한다// 세느강이라 불리는 양동 다리 옆/ 역사 깊은 광주의 푸른 기상 안고/ 무등의 젖줄기로 태어난/ 화이트칼라 미모와 흰 베레모 뽐내는/ 중앙여고// 양동 다리 밑/ 떡볶이와 오징어 튀김도/ 덩달아 튀어올라/ 발랄한 안색으로 무더기 수다 떤다// 철썩이던 광주천 계곡/ 지워도 지워지지 않는/ 버들강아지 빛으로 남아 있다."('추억의 양동시장' 전문)예나 지금이나 광주 양동시장은 사람과 상인들로 북적댄다. 그 시절 양동시장은 광주의 중심이며 정이 묻어나던 곳이었다. 힘겨운 나날을 보내던 이들도 양동시장의 활기와 생명력에서 힘을 얻었다. 그리고 그 풍경은 추억이 됐고 아련한 시간 속에서도 기억으로 자리해 있다.박덕은 시인은 "사실 시는 주제를 노출할수록 시의 특질에서 점점 더 멀어진다"며 "김영자 시인의 시들은 이러한 시의 특질을 잘 고루 구비하고 있어서 한층 돋보인다"고 평했다.김영자 시인은 "살아간다는 것은 참으로 아름다운 일"이라며 "자연 안에 깃든 신성을 벗삼아 더 이상 헤매일 것 없는 내 안의 나를 만나 깊이 잠든 시심을 깨운다"고 말했다.그는 '현대문예' 추천신인상 수상으로 등단, 한국여성문학대전 최우수상, 독도문학상, 빛창문학상 우수상 수상, 광주문인협회 이사와 광주시인협회 이사, 한실문예창작회원, 둥그런문학회 회장으로 활동 중이다.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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