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항복의 길
에번 토머스 지음, 조행복 옮김
미국의 정치가 헨리 스팀슨과 군인 칼 스파츠, 그리고 일본의 외교가 도고 시게노리를 중심으로 제2차 세계대전 종전의 마지막 장면들을 새롭게 보여준다. 이들은 항복으로 가는 길 위에서, 최악의 상황을 피하고자 극도의 압박감 속에서도 어려운 선택을 내려야만 했다. 역사는 지금껏 이들을 크게 주목하지 않았으나 이들은 실질적으로 종전을 이끌어낸 항복의 실행자들이었다. 이 책은 핵폭탄 투하와 일본의 항복이라는 건조한 역사적 사실로만 알려진 제2차 세계대전 종전 과정에, 바로 그 현장에서 역사를 바꾼 세 사람의 사적인 기록과 직접적인 목소리를 통해서 알 수 있는 그들의 심정과 고뇌, 그리고 결정의 이야기를 더하며 감동적인 큰 울림을 준다. 까치/392쪽

의병은 살아있다
임도혁 지음
의병의 뜨거운 숨결과 함성, 그리고 오늘날 우리 마음속에 여전히 살아 꿈틀대는 의병 정신을 직접 발로 뛰어다니며 조명한 책이다. 임진왜란 전황을 바꾼 의병과 수군의 역할 등을 조명한다. 정유재란 편에서는 왜군이 호남을 철저하게 유린했던 상황과 김덕령과 홍가신, 이영남과 류형 등의 활약을 덧붙였다. 특히 이름이 많이 알려지지 않은 의병장, 의병을 돕느라 군량과 무기를 댄 우국지사도 적극적으로 소개하며 이슬처럼 사라져 간 의병들에도 관심을 기울인다. 송제민, 황진, 최경회 등에 대한 글도 이채롭다. 의병은 참혹했던 미증유의 국난을 맞아 절대 열세임에도 죽음을 무릅쓰고 일어난 자발적인 봉기이다. 책을 통해 이 땅을 지켜낸 의병의 활약을 고스란히 마주할 수 있다. 가디언/312쪽

인간이 된다는 건 참으로 힘든 일입니다
임재성 지음
인생이 고달플수록 자극에서 멀어져야 한다. 독일 대문호 괴테의 문장은 삶에 지쳐 황폐해진 우리의 마음을 풍요롭게 적신다. 이 책은 괴테의 통찰이 진하게 배인 문장으로 오늘날의 현실을 조망하고 이에 호응하는 쇼펜하우어와 니체의 문장을 연이어 소개한다. 지친 마음을 일으켜 세우는 낙관과 의지는 덤이다. 6장에 걸쳐 괴테가 80여 년 인생에서 숙고해온 인간존재의 이유, 삶의 신념, 지혜와 배움, 노력과 방황, 삶의 태도, 사랑과 행복에 관한 주옥같은 문장과 괴테의 생애를 소개한다. 괴테를 존경했던 쇼펜하우어와 니체의 문장도 같은 듯 다른 사유의 흐름으로 따라온다. 괴테의 삶과 문장은 200년이 지났음에도, 우리 삶의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며 흐릿한 삶의 방향을 선명하게 밝혀준다. 한빛비즈/276쪽

에이트 베어스
들로리아 디키 지음, 방수연 옮김
곰은 토착 설화와 신화에서부터 19세기 동화나 소설, 현대의 애니메이션과 영화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집단 기억에서 늘 중심의 자리를 지켜왔다. 그러나 영원히 사랑만 받을 것 같던 곰들에게도 위기가 찾아왔다. 기후 위기로 서식지를 잃은 곰들이 도시를 향해 서식 범위를 넓히면서 인간과의 충돌이 급증했다. 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벗어나 서로가 함께 공존과 공생의 길로 나아갈 방법은 진정 없는 것일까? 이 책은 지구를 떠나 영영 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를 곰 여덟 종의 이야기를 담은 과학서이자 일종의 르포르타주다. 사료에 근거한 곰의 생태와 역사, 신화 이야기를 생생한 현장 탐사 기록과 교차해 엮어내며 과학적이면서도 시적이고 가슴 아프면서도 희망적인 관점으로 풀어나간다. 알레/436쪽
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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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선으로 그려낸 삶과 추억 384 시는 감성의 산물이다. 이성과 논리의 언어가 아니다.그래서 시는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읽힐 때 진정한 의미를 획득한다.김영자 시인이 최근 시집 '시꽃 물들다'(시와사람刊)를 펴냈다.이번 시집에는 감탄을 자아내는 새로운 해석과 착상이 돋보이는 시편들이 수록돼 있다.시인은 모서리 없는 향기처럼 함박웃음으로 너울거리는 모란을 보여 아슬히 푸른 울음소리를 내기도 하며 홀연히 춤추다 지는 절망을 노래하기도 한다.그는 낯설게 하기 기법을 바탕에 갈아 싱그런 표현들을 버무렸다."먼동 트이는 아침/ 눈부신 햇살 주워담은 개천가/ 물비늘의 눈빛 반짝거린다// 왁자한 소문 울컥이는 어둠 닦고/ 너스레한 노점 아지매들의 혈색 좋은 웃음소리삼백육십오 일 좌판 깔고 흥정한다// 줄줄이 엮은 부양가족 품기 위해/ 불구덩이라도 뛰어들 수 있다는/ 일념 하나로/ 시커멓게 멍든 주먹 가슴으로/ 애환의 물살 건넌다// 생채기로 찢긴 날카로운 비수/ 아린 침묵 꿰매며/ 도마 위에 납작 엎드린 오후/ 삐걱거리는 허리 통증 할퀴고 간/ 파닥이는 은빛 나래짓/ 황금빛 노을 떨이한다// 세느강이라 불리는 양동 다리 옆/ 역사 깊은 광주의 푸른 기상 안고/ 무등의 젖줄기로 태어난/ 화이트칼라 미모와 흰 베레모 뽐내는/ 중앙여고// 양동 다리 밑/ 떡볶이와 오징어 튀김도/ 덩달아 튀어올라/ 발랄한 안색으로 무더기 수다 떤다// 철썩이던 광주천 계곡/ 지워도 지워지지 않는/ 버들강아지 빛으로 남아 있다."('추억의 양동시장' 전문)예나 지금이나 광주 양동시장은 사람과 상인들로 북적댄다. 그 시절 양동시장은 광주의 중심이며 정이 묻어나던 곳이었다. 힘겨운 나날을 보내던 이들도 양동시장의 활기와 생명력에서 힘을 얻었다. 그리고 그 풍경은 추억이 됐고 아련한 시간 속에서도 기억으로 자리해 있다.박덕은 시인은 "사실 시는 주제를 노출할수록 시의 특질에서 점점 더 멀어진다"며 "김영자 시인의 시들은 이러한 시의 특질을 잘 고루 구비하고 있어서 한층 돋보인다"고 평했다.김영자 시인은 "살아간다는 것은 참으로 아름다운 일"이라며 "자연 안에 깃든 신성을 벗삼아 더 이상 헤매일 것 없는 내 안의 나를 만나 깊이 잠든 시심을 깨운다"고 말했다.그는 '현대문예' 추천신인상 수상으로 등단, 한국여성문학대전 최우수상, 독도문학상, 빛창문학상 우수상 수상, 광주문인협회 이사와 광주시인협회 이사, 한실문예창작회원, 둥그런문학회 회장으로 활동 중이다.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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