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 넘은 나이에 발견한 글재주
화순·광주서 자랐던 추억 회상
치매 시작된 엄마에게 묻는 추억
맛깔난 전라도 사투리…감동과 재미

"…나는 니그 아버지가 그러케나 보고 잡다. 우두커니 있을 때도 생각나고 길 가다가도 생각나고 잠잘 때 빼고는 항시 생각허제. 내가 죽어서나 잊어불랑가 어쭈고 잊혀진다냐…"
전남 화순 출신의 유춘덕 작가가 수필집 '내 이름은 춘덕이'(프롬북스)를 발간했다. 오십이 넘은 나이에 자신의 글재주를 발견하고 한 편 한 편 지은 글을 모아 발간한 첫 수필집으로, 어린 시절 엄마와 얽힌 사연을 회상하는 글들이 담겼다.
책은 '시골 소녀'로 살았던 작가의 유쾌한 회상으로 가득하다. 글을 쓰면서 오래오래 그토록 부끄러웠던 이름이 오히려 멋져 보였다는 천진한 발상, 치매 초기인 노모의 말이 시(詩)로 들린다는 감성, 어린 시절 꼬인 감정의 실타래를 이제 와 풀어보는 느린 사유와 여유, 아름다운 문장들과 판소리 같은 전라도 사투리가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가슴을 뭉클하게 만드는 엄마에 대한 이야기도 담겼다. 일찍이 남편을 잃고 딸 다섯을 홀로 키웠으며, 남들 볼 땐 한숨 한 번 안 쉬었다는 '독한' 여자지만 아이들 머리에 이 잡는다고 파리약 한 번 안 뿌리고 하나하나 잡아주던 '따뜻한' 엄마가 아흔을 바라보는 나이에 치매가 시작됐다. 그때 엄마가 왜 그랬는지, 궁금했던 것들을 물어보고 기록했다.
동시대를 살아온 독자가 재미와 연민을 함께 느낄 수 있는 책이다. 화순에 살다 '도시'인 광주로 이사 오며 어린 가슴으로 느꼈던 감정, 학창 시절 광주의 학교에서 겪은 어색함과 새로움 등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상황을 따뜻한 문체와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로 표현했다.
유춘덕 작가는 1968년 전남 화순에서 태어나 광주에서 학창 시절을 보내고 현재 장성에서 거주하며 동화를 준비하고 있다.
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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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선으로 그려낸 삶과 추억 384 시는 감성의 산물이다. 이성과 논리의 언어가 아니다.그래서 시는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읽힐 때 진정한 의미를 획득한다.김영자 시인이 최근 시집 '시꽃 물들다'(시와사람刊)를 펴냈다.이번 시집에는 감탄을 자아내는 새로운 해석과 착상이 돋보이는 시편들이 수록돼 있다.시인은 모서리 없는 향기처럼 함박웃음으로 너울거리는 모란을 보여 아슬히 푸른 울음소리를 내기도 하며 홀연히 춤추다 지는 절망을 노래하기도 한다.그는 낯설게 하기 기법을 바탕에 갈아 싱그런 표현들을 버무렸다."먼동 트이는 아침/ 눈부신 햇살 주워담은 개천가/ 물비늘의 눈빛 반짝거린다// 왁자한 소문 울컥이는 어둠 닦고/ 너스레한 노점 아지매들의 혈색 좋은 웃음소리삼백육십오 일 좌판 깔고 흥정한다// 줄줄이 엮은 부양가족 품기 위해/ 불구덩이라도 뛰어들 수 있다는/ 일념 하나로/ 시커멓게 멍든 주먹 가슴으로/ 애환의 물살 건넌다// 생채기로 찢긴 날카로운 비수/ 아린 침묵 꿰매며/ 도마 위에 납작 엎드린 오후/ 삐걱거리는 허리 통증 할퀴고 간/ 파닥이는 은빛 나래짓/ 황금빛 노을 떨이한다// 세느강이라 불리는 양동 다리 옆/ 역사 깊은 광주의 푸른 기상 안고/ 무등의 젖줄기로 태어난/ 화이트칼라 미모와 흰 베레모 뽐내는/ 중앙여고// 양동 다리 밑/ 떡볶이와 오징어 튀김도/ 덩달아 튀어올라/ 발랄한 안색으로 무더기 수다 떤다// 철썩이던 광주천 계곡/ 지워도 지워지지 않는/ 버들강아지 빛으로 남아 있다."('추억의 양동시장' 전문)예나 지금이나 광주 양동시장은 사람과 상인들로 북적댄다. 그 시절 양동시장은 광주의 중심이며 정이 묻어나던 곳이었다. 힘겨운 나날을 보내던 이들도 양동시장의 활기와 생명력에서 힘을 얻었다. 그리고 그 풍경은 추억이 됐고 아련한 시간 속에서도 기억으로 자리해 있다.박덕은 시인은 "사실 시는 주제를 노출할수록 시의 특질에서 점점 더 멀어진다"며 "김영자 시인의 시들은 이러한 시의 특질을 잘 고루 구비하고 있어서 한층 돋보인다"고 평했다.김영자 시인은 "살아간다는 것은 참으로 아름다운 일"이라며 "자연 안에 깃든 신성을 벗삼아 더 이상 헤매일 것 없는 내 안의 나를 만나 깊이 잠든 시심을 깨운다"고 말했다.그는 '현대문예' 추천신인상 수상으로 등단, 한국여성문학대전 최우수상, 독도문학상, 빛창문학상 우수상 수상, 광주문인협회 이사와 광주시인협회 이사, 한실문예창작회원, 둥그런문학회 회장으로 활동 중이다.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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