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덕'이란 이름에 담긴 엄마의 사랑

입력 2024.08.15. 14:24 최소원 기자
[유춘덕 수필집 '내 이름은 춘덕이' 발간]
오십 넘은 나이에 발견한 글재주
화순·광주서 자랐던 추억 회상
치매 시작된 엄마에게 묻는 추억
맛깔난 전라도 사투리…감동과 재미

"…나는 니그 아버지가 그러케나 보고 잡다. 우두커니 있을 때도 생각나고 길 가다가도 생각나고 잠잘 때 빼고는 항시 생각허제. 내가 죽어서나 잊어불랑가 어쭈고 잊혀진다냐…"

전남 화순 출신의 유춘덕 작가가 수필집 '내 이름은 춘덕이'(프롬북스)를 발간했다. 오십이 넘은 나이에 자신의 글재주를 발견하고 한 편 한 편 지은 글을 모아 발간한 첫 수필집으로, 어린 시절 엄마와 얽힌 사연을 회상하는 글들이 담겼다.

책은 '시골 소녀'로 살았던 작가의 유쾌한 회상으로 가득하다. 글을 쓰면서 오래오래 그토록 부끄러웠던 이름이 오히려 멋져 보였다는 천진한 발상, 치매 초기인 노모의 말이 시(詩)로 들린다는 감성, 어린 시절 꼬인 감정의 실타래를 이제 와 풀어보는 느린 사유와 여유, 아름다운 문장들과 판소리 같은 전라도 사투리가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유춘덕 작가

가슴을 뭉클하게 만드는 엄마에 대한 이야기도 담겼다. 일찍이 남편을 잃고 딸 다섯을 홀로 키웠으며, 남들 볼 땐 한숨 한 번 안 쉬었다는 '독한' 여자지만 아이들 머리에 이 잡는다고 파리약 한 번 안 뿌리고 하나하나 잡아주던 '따뜻한' 엄마가 아흔을 바라보는 나이에 치매가 시작됐다. 그때 엄마가 왜 그랬는지, 궁금했던 것들을 물어보고 기록했다.

동시대를 살아온 독자가 재미와 연민을 함께 느낄 수 있는 책이다. 화순에 살다 '도시'인 광주로 이사 오며 어린 가슴으로 느꼈던 감정, 학창 시절 광주의 학교에서 겪은 어색함과 새로움 등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상황을 따뜻한 문체와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로 표현했다.

유춘덕 작가는 1968년 전남 화순에서 태어나 광주에서 학창 시절을 보내고 현재 장성에서 거주하며 동화를 준비하고 있다.

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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