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웅 지음|푸른역사|652쪽
처음이자 마지막 북한 정치 갈등
반기 든 혁명가들의 사투와 최후
북한의 '민주화를 향한 몸부림'
김일성 체제 내부 원인 파헤쳐
북한대사 자료 바탕 사건 추적
역사와 서사 기반 에피소드도

'전후 인민들에게 닥친 가장 큰 시련은 식량난이었다. 김일성의 고백에 따르면, 전국 100만 농가 중 36퍼센트가 수확기를 5∼6개월 앞두고 식량이 바닥나는 상황을 맞았다. 1955년께 북한 주재 중국대사도 "2월에 이미 인민들의 식량이 떨어졌다"고 증언하기까지 했다.'
우리 대부분은 '8월 종파사건'을 모른다. 어쩌다 그 이름을 들어본 이라도 '권력 장악을 둘러싼 북한의 계파 간 갈등'쯤으로만 생각할 뿐이다. 왜 벌어졌는지, 어떻게 전개되고 그 결과가 어떠했는지에 대해서는 깜깜하다. 북한사를 전공한 저자에 따르면 그 사건은 그저 흘려버릴 사소한 정치적 사건이 아니다. 1960년 4·19의거가 민주화 물꼬를 트면서 '대한민국'의 토대를 일궈냈듯, '8월 종파사건'은 오늘날 북한의 유일 체제가 확립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는 점이 저자의 주장이다. 즉 남북 대립의 분단시대 역사에서 크나큰 분수령이 되었다는 의미이다. 북한의 기원과 현실을 파악하기 위해 '8월 종파사건'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8월 종파 사건은 1956년 8월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김일성의 반대 세력인 소련파, 연안파가 김일성의 당 독재와 개인숭배를 비판한 정치 갈등을 말한다. 북한 지도층 내에서 벌어진 이 사건은 단순한 권력투쟁이 아니다. 지금까지 학계에서는 이 사건을 경제노선을 둘러싼 갈등이 불러온 분파 투쟁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저자는 김일성 개인숭배, 실무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간부 선발 정책, 당내 민주주의와 집단지도체제 와해, 김일성의 항일투쟁사 왜곡 등 복합적 원인이 뒤얽혀 있었다고 진단한다. 따라서 이 사건을 북한 내부에서 태동한 '민주화를 향한 몸부림'이라는 의미를 부여하며, '8월 사건' 또는 '8월 전원회의 사건'이라 부르자고 제안한다. '종파'는 김일성의 경쟁자들을 제거하기 위해 씌운 전통적 프레임으로서 승자의 관점에서 고안된 용어라는 이유에서다.
저자는 역사의 큰 흐름을 살피면서도, 당시의 주소 북한대사 이상조가 남긴 자료를 바탕으로 사건의 추이를 세밀하게 추적한다. 이를테면 흐루쇼프의 스탈린 비판 연설, 폴란드의 포즈난 폭동, 중소분쟁 등 국제적 사태가 이 사건의 추이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살피는 '망원경식' 조망이 그 하나이다. 그렇게 해서 김일성이 스탈린주의 비판을 어떻게 피해 갔는지, 당초 공동대표단을 파견해 김일성 견제에 나섰던 중국과 소련이 나중에는 왜 북한 망명객들을 외면하기에 이르렀는지가 설명된다. 그런가 하면 사건의 내밀한 전개를 촘촘히 뜯어보는 '현미경식' 서술도 놓치지 않는다. 비판세력이 힘들게 설복한 최용건이 사건 주역 중 한 명인 윤공흠의 전원회의 발언을 빌미로 '변심'한 대목이 그 대표적 장면이다. 이상조의 기록 덕분에 이제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권력투쟁의 이면이 생생하게 드러난다.
이 책은 북한사 대중화의 탁월한 성취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북한사의 흐름을 정확히 따라가면서, 읽는 재미 또한 놓치지 않기 때문이다. 진지하되 딱딱하지 않다. 가히 역사와 서사의 행복한 만남이라 할 이야기가 곳곳에 담긴 덕분이다. 김일성 초상화가 실린 신문으로 책을 싼 이들이 처벌받았다는 대목, 김일성이 집체적 지도에 대해 '집체적 영도도 별것 없어! 어디 말하는 사람이 있어야지!'라고 평했다는 에피소드 등이 그 예시다.
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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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아픔 넘어 '생명과 평화의 서사'로
광주전남작가회의가 지난해 진행한 2025 오월문학제 ‘오월 너머의 문학, 세계의 물결로!’.
5·18민주화운동 46주기를 맞아 오월 정신을 문학적 서사로 승화시키고 생명과 평화의 가치를 전 세계와 공유하는 뜻깊은 자리가 마련된다.광주전남작가회의(회장 김미승)와 한국작가회의는 오는 5월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전일빌딩245 다목적 강당과 국립 5·18민주묘지 일원에서 ‘2026 오월문학제’를 개최한다. 올해 문학제는 ‘오월, 생명과 평화의 서사로!’라는 슬로건 아래 다채로운 학술·예술 프로그램으로 채워질 예정이다.이번 행사는 ▲오월문학 심포지엄 ▲5·18문학상 시상식 ▲오월문학제 본 행사 ▲5·18 민주묘역 참배 및 추모식 ▲걸개시화전 등으로 구성됐다.광주전남작가회의가 지난해 진행한 2025 오월문학제 ‘오월 너머의 문학, 세계의 물결로!’.첫날인 23일 오후 2시부터는 전일빌딩245에서 ‘오월문학 심포지엄’이 진행된다. 김영삼 평론가의 사회로 진행되는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전남대 유희석 교수와 조선대 임경규 교수가 발제자로 나서 오월 문학이 지닌 생명력과 평화의 메시지를 심도 있게 짚어본다. 토론에는 김주선 평론가, 심미소 시인, 안점옥 동화작가, 김현주 소설가가 참여해 오월 서사가 현대 문학에서 갖는 위상과 미래적 가치에 대해 논의를 펼친다.이어 오후 4시부터는 ‘5·18문학상 시상식’이 거행된다. 시·소설·동화 부문 신인상 당선자들에 대한 시상과 함께 본상 수상자의 소감 발표가 이어진다.이날 오후 5시부터는 박일우 소설가의 사회로 문학제의 메인 행사인 ‘오월문학제’가 진행된다. 김미승 광주전남작가회의 회장의 인사말과 채희윤 고문의 환영사, 강형철 한국작가회의 이사장과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의 축사가 이어지며 전국 각지의 작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연대의 의미를 다진다.광주전남작가회의가 지난해 진행한 2025 오월문학제 ‘오월 너머의 문학, 세계의 물결로!’.특히 이번 오월문학제 행사에서는 이상일 인천작가회의 지회장과 정덕재 대전작가회의 지회장이 연대사를 하고, 경기, 부산, 전북, 충남, 제주 등 전국 지부 작가들이 참여하는 시산문낭독이 함께 펼쳐질 예정이어서 눈길을 끈다. 또한 광주전남작가회의와 경남작가회의가 축하공연을 무대에 올린다. 행사는 참가자 전원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며 마무리된다.이튿날인 24일 오전에는 5·18 민주묘역 참배와 추모식이 엄수된다. 참가자들은 국립 5·18민주묘지 일원에 전시된 오월걸개시화전을 관람한 뒤, 국립 5·18민주묘지와 민주열사 묘역을 차례로 참배하며 오월 영령들의 넋을 기리고 그날의 숭고한 희생을 되새기는 시간을 갖는다.광주전남작가회의가 지난해 진행한 2025 오월문학제 ‘오월 너머의 문학, 세계의 물결로!’.한편 부대행사인 오월걸개시화전은 5월 1일부터 31일까지 한 달간 5·18묘역 일원에서 상설 전시돼 묘역을 찾는 시민들에게 문학을 통한 추모의 기회를 제공한다.광주전남작가회의 관계자는 “이번 문학제는 5·18의 아픔을 넘어 생명과 평화라는 인류 보편의 가치를 문학적 서사로 담아내기 위해 기획됐다”며 “전국의 작가들과 시민들이 함께 오월의 참뜻을 되새기는 소중한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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