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돈문 지음|한겨레출판|356쪽
한국 사회의 숙제, 불평등 문제
금수저-흙수저의 '수저 계급'
불평등 체제 유지하는 강력 도구
이데올로기 측면에서 본격 해부
국가 모델 비교와 촛불 항쟁 등
20가지 질문 통한 해법 모색해

'자산/소득 배율이 높고 자산 불평등 정도가 심하다는 것은 저자산·저소득층이 열심히 일해도 근로소득을 통해 소득 불평등 벽을 넘어 상승 이동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금수저로 태어나면 계속 금수저지만 흙수저로 태어나면 아무리 '노오력'해도 금수저가 되기 어렵다. 이처럼 한국 사회는 부의 대물림이 구조화된 '수저 계급 사회'가 되었다.'
오늘날 한국 사회가 풀어야 할 가장 큰 숙제가 불평등 문제라는 것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청년 세대는 '흙수저 계급'과 N가지 것들을 포기한 'N포 세대'를 자처하고 있으며, 사회 전체적으로 신분 상승 기회가 줄어들면서 빈곤이 대물림되는 신(新)계급 사회가 됐다. 세계 최고 수준의 청소년 자살률, 노인 빈곤율, 최저 수준의 출생률은 한국 사회를 규정하는 지표가 된 지 오래다.
모든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국민소득 증가율을 상회하는 자산 수익률' 현상이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실제로 세계 자본주의는 역대로 글로벌 자산 수익률이 5% 수준에서 안정을 유지했는데, 항상 경제 성장률보다 높았다. 자산가들의 몫이 더 컸다는 의미다. 자본주의는 그 속성상 평범한 사람들이 열심히 일해서 버는 돈보다 부자들이 금융, 부동산 등 자산을 불려서 벌어들이는 돈이 더 많다. 이는 사회 불평등의 근본 원인이 된다.
국제사회조사프로그램(ISSP), 세계불평등데이터베이스(WID), 펜월드테이블(PWT) 등에서 데이터를 수집해 서구 선진국과 한국의 불평등 수준을 비교 분석한 결과 2010년대 한국의 자산·소득 배율은 8배 정도로 서구 국가들보다 평균 2.4배 정도 더 컸다. 한국이 명실상부한 금수저-흙수저의 수저 계급 사회로서 서구 국가들보다 세습 자본주의 특성을 더 강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소수만이 혜택을 누리고 다수를 피해로 만드는 불평등한 사회는 어떻게 유지될 수 있을까? 오랫동안 불평등 문제에 천착해온 저자는 그 비밀을 '이데올로기'에서 찾는다. 테르보른(Therborn)의 '이데올로기적 호명 과정의 세 가지 양식'을 적용해 오늘날 자본주의 불평등 체제를 유지하는 데 동원되는 세 가지 명제를 요약·정리하며 한국에서 불평등 이데올로기가 승리했는지에 대한 물음표를 던진다.
저자는 한국종합사회조사(KGSS)를 비롯한 각종 설문 자료를 통해 불평등에 관한 한국인의 인식 변화를 추적하며 불평등 이데올로기 수준을 점검한다. 그 결과, 한국인은 현실의 불평등 문제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으나 공정한 경쟁을 통해 개별적으로 불평등에서 벗어나려는 경향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는 불평등 체제를 은폐하고 합리화라려는 논리가 절반만 관철된 것으로, 한국인이 전반적으로 스웨덴 등 스칸디나비아 나라 방식의 안정된 복지국가를 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치열한 경쟁과 불평등을 양산하는 미국식 자유시장 경제를 선호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책을 통해 "한국에서 평등을 지향하는 민중의 요구는 여전하며 이는 불평등 체제를 뒤바꿀 희망의 씨앗이다"고 주장한다. 불평등 사회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해답을 촛불 항쟁에서 찾았다. 현 한국 사회는 불평등과 불공정 수준이 높고 시민들의 불만도 강하며, 자본의 일방적 계급지배 방식에 대한 노동의 저항도 강하다. 특히 소수의 최대 수혜자들이 불만이 누적된 압도적 다수의 피해자들에 둘러싸여 언제든 갈등이 폭발할 수 있는 폭풍전야와도 같다. 그러나 지난날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군 촛불 항쟁이 한국에서 불평등을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가 완전히 승리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며, 시민들은 언제든 불평등한 현실을 뒤집으려는 저항을 준비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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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산강이 가르쳐준 삶의 철학, 소설에 담아내다
25일 만난 문순태 작가가 영산강을 바라보며 그의 신작 소설 ‘영산강 칸타타’(도서출판 오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강은 높은 곳에서 반드시 낮은 곳으로 흐릅니다. 낮은 곳을 지향한다는 것, 그것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가르침입니다. 모든 인간은 욕망 때문에 거슬러 올라가려 하지만, 강은 수평을 이루며 평등한 세상을 보여줍니다.”전남 나주 타오르는강문학관에서 창작혼을 불태우고 있는 문순태 작가가 인생의 마지막 정류장으로 삼은 영산강가에서의 이야기를 담아낸 신간 ‘영산강 칸타타’(도서출판 오래)를 펴냈다. 여든 평생 무등산을 맴돌며 살아온 그는 이제 자신의 대하소설 ‘타오르는 강’의 주 무대였던 나주 영산강으로 돌아와 그 물줄기를 바라보며 깨달은 삶의 궤적을 이번 작품에 오롯이 담아냈다.‘영산강 칸타타’는 시와 에세이, 소설의 경계를 허문 ‘장르 파괴’ 형식의 자전적 소설이다. 25일 나주 타오르는강문학관에서 만난 문 작가는 “외국 문학은 이미 장르의 경계가 무너져 시와 소설, 에세이가 자유롭게 넘나든다”며 “내 삶을 되돌아보며 사실과 픽션을 적절히 섞어 이 작품을 완성했다”고 설명했다.문순태 작가의 신작 소설 ‘영산강 칸타타’(도서출판 오래).특히 이 소설은 무등일보 문화관광전문매거진 ‘아트플러스’에 1년여간 연재했던 ‘내 인생의 커피 이야기’ 시리즈를 토대로 하고 있다. 작가는 연재했던 시리즈에 영산강에서 마주한 새로운 삶의 깨달음을 접목하며 작품의 깊이를 더했다. 커피와 삶, 기억과 사유의 조각들이 강이라는 공간에서 하나의 서사로 엮였다.소설은 80여 성상의 굴곡진 인생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1939년 담양에서 태어나 6·25전쟁을 겪으며 고향 마을이 불타버린 유년의 기억부터, 기자 생활 중 5·18민주화운동을 겪으며 반체제 기자로 낙인찍혀 해직됐던 시간까지 작가의 실제 삶이 고스란히 투영돼 있다. 문 작가는 이 작품을 유서 대신 세상 사람들에게 건네는 ‘마지막 편지’라고 정의하며 자신의 생애를 오롯이 쏟아부었다.작품의 핵심 매개체는 커피와 강의 만남이다. 고교 시절 스승이었던 다형 김현승 시인으로부터 전수받은 커피는 작가에게 단순한 기호품을 넘어 고독을 견디게 하는 도구이자 삶을 밀어 올리는 부스터였다. 그는 과테말라의 아픈 역사가 깃든 안티구아 원두의 쓴맛을 즐긴다. 그 씁쓸함이 곧 인생의 맛과 닮아 있기 때문이다.소설 속에서 영산강은 단순한 배경을 넘어 하나의 사유 주체로 기능한다. 작가는 강을 바라보며 “흐르는 것은 소멸이 아니다”라는 깨달음에 이른다. 강물은 흘러가면서도 계절마다 꽃을 피우고 숲을 가꾸듯 노작가의 삶 역시 영산강이라는 마지막 종착역에서 또 다른 생의 환희를 맞는다. 소설은 그 환희의 순간을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기록한다.80대 후반에 접어들었지만 작가의 시간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작가는 죽는 순간까지 붓을 놓지 말아야 한다”는 말을 마음에 새기고 있기 때문이다.25일 나주 타오르는강문학관에서 만난 문순태 작가가 그의 신작 소설 ‘영산강 칸타타’(도서출판 오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그는 이미 다음 작품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 팬데믹 시절 써둔 5·18민주화운동을 주제로 한 장편 소설이다.작가는 “하느님께서 2년만 더 시간을 주신다면 한 작품 더 쓰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며 “1980년 당시 서울에 머물러 광주로 내려오지 못했던 한 청년이 평생 역사적 부채감에 짓눌려 살아가다 40년 만에 광주를 다시 찾는 이야기”라고 덧붙였다.끝으로 그는 “AI가 소설을 쓰는 시대에도 인간만이 지닌 감성만큼은 끝내 대체할 수 없다”며 “문학이 다시 빛을 보는 시대가 반드시 올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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