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속 불가능한 패션산업에 이의를 제기합니다
맥신 베다 지음/ 학고재/ 400쪽
"농약과 화학비료에 뒤범벅된 텍사스 목화밭부터 염료와 화학약품의 강이 흐르는 중국의 방직공장들, 밖에서 문을 잠그고 노동자를 몰아붙이는 방글라데시의 옷 공장과 로봇처럼 일하지 않으면 안 되는 온라인 마켓 아마존 물류센터, 그리고 전 세계의 폐기물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르완다의 쓰레기 산까지…"
패션 기업가이자 연구자인 맥신 베다가 세계인의 아이콘인 청바지의 삶을 따라가며 우리가 입는 옷이 실제로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고 사라지는지를 눈앞에 펼쳐 보인다. 최근 나온 '지속 불가능한 패션산업에 이의를 제기합니다'는 우리 일상에 밀착한 만큼 세계 경제를 지배하는 패션 산업의 글로벌 공급망이 실상 어떻게 통제되고 차단되는지, 유행하는 청바지 한 벌을 쇼핑한 나의 클릭 습관이 극단적으로 불투명한 프로세스를 거쳐 어떻게 지구 환경을 결딴내는지가 낱낱이 드러난다.
"나는 청바지의 삶과 죽음을 추적하고 싶었다. 농장부터 쓰레기 매립지까지, 흔하디흔하면서도 기능과 스타일로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청바지 한 벌의 일생을 따라가 보는 것. ……인정하든 안 하든, 장바구니에 옷을 골라 담는 이상 우리는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옷 뒤에 숨은 의류업계와 무역 법규를 만드는 정부에 합당한 요구를 하는 것은 우리 손에 달려 있다."(맥신 베다)
내 옷장에 청바지는 몇 벌이나 있을까?
전 세계에서 1년에 팔리는 청바지가 무려 12억 5천만 벌, 미국 여성들은 청바지를 평균 일곱 벌 갖고 있다고 한다. 패스트 패션의 상징인 H&M 회장은 창업자의 아들로 자산이 170억 달러가 넘으며, 몇 해째 지구상의 부자 목록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청바지는 세계 패션업계의 큰 축이고, 패션계는 세계 경제의 주역이다.
섬유 생산 → 방적·방직 → 재단·재봉 → 유통 → 구매 → 폐기로 이어지는 것이 청바지의 삶과 죽음이다.

오늘 입은 청바지를 한번 살펴보자. 하루 만에 문 앞까지 가져다주는 국내 온라인 쇼핑몰에서 산 청바지. 그런데 그 청바지가 실제로 어디서 왔는지, 면화 농사부터 방적, 직조, 염색, 포장, 배송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의 손을 거쳐 몇 천 킬로미터의 여정을 거쳐 내 손에 들어왔는지는 아는 사람이 없다. 채 몇 번 입지도 않고 싫증난 옷가지가 분리수거함에 들어간 이후 어떻게 되는지도 알지 못한다. 더 이상 미국에서는 청바지를 만들지 않는다. 미국에서만 한 해에 청바지 4억 5천만 벌이 팔리지만 이 가운데 '미국산'은 없다. 1960년대 리바이스 청바지를 샀다면 그건 미국에서 만든 제품이다.
패션 산업은 극단적으로 불투명한 레이더 바깥세계에서 철저하게 실체를 숨긴 채 돌아가고 있다. 쇼핑이 편리해지고 선택지가 많아지는 만큼 한 땀 한 땀 켜켜이 내재된 폐해는 점점 더 나빠지고 있다.
저자는 "모든 옷이 평등하게 만들어지는 건 아니"라고 말한다. 의류 산업은 민감하기 이를 데 없는 정치외교와 똑같이 구조적으로 인종, 젠더, 계급, 지역 등 각종 차별 위에서 이뤄진다는 점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패션은 원료 생산부터 의류 제작, 제품 유통, 폐기물 처리까지 시종일관 바닥 찍기 경쟁이다.
쇼핑할 때 우리는 "나중에 중고로 팔면 돼"라고 생각하고, 중고 마켓에서 사는 사람은 "새 물건을 산 건 아니니까"라고 합리화한다. 이런 사고방식이 무한 소비를 부추긴다. 우리는 쓰던 물건을 좋은 뜻으로 기부할 때 그 물건이 다른 사람에게 가서 제2의 인생을 살게 되길 원하며, 또 그렇게 되리라 믿는다. 쓸모없다고 판단해서 기부하지만, 누군가 그 물건을 유용하게 쓰기를 바라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기부하는 엄청난 규모의 중고품, 특히 저가 의류에 대한 세계적 수요가 그렇게 많지는 않은 게 진실이다. 그 결과 우리의 좋은 의도는 지구 반대편에 사는 사람들에게 엄청나게 많은 쓰레기와 악몽 같은 환경을 안겨주고 있다. 물론 썼던 물건을 사는 게 신상을 사는 것보다는 낫다. 하지만 사지 않는 게 단연코 가장 좋다.
도발적인 취재, 전례 없는 데이터, 날카로운 통찰과 방대하기 이를 데 없는 연구로 완성된 이 책은 청바지 한 벌을 실마리 삼아 글로벌 경제 속에서 우리가 알아야 하는 불편한 진실과 그에 따른 소비자로서의 역할을 이야기한다.
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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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산강이 가르쳐준 삶의 철학, 소설에 담아내다
25일 만난 문순태 작가가 영산강을 바라보며 그의 신작 소설 ‘영산강 칸타타’(도서출판 오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강은 높은 곳에서 반드시 낮은 곳으로 흐릅니다. 낮은 곳을 지향한다는 것, 그것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가르침입니다. 모든 인간은 욕망 때문에 거슬러 올라가려 하지만, 강은 수평을 이루며 평등한 세상을 보여줍니다.”전남 나주 타오르는강문학관에서 창작혼을 불태우고 있는 문순태 작가가 인생의 마지막 정류장으로 삼은 영산강가에서의 이야기를 담아낸 신간 ‘영산강 칸타타’(도서출판 오래)를 펴냈다. 여든 평생 무등산을 맴돌며 살아온 그는 이제 자신의 대하소설 ‘타오르는 강’의 주 무대였던 나주 영산강으로 돌아와 그 물줄기를 바라보며 깨달은 삶의 궤적을 이번 작품에 오롯이 담아냈다.‘영산강 칸타타’는 시와 에세이, 소설의 경계를 허문 ‘장르 파괴’ 형식의 자전적 소설이다. 25일 나주 타오르는강문학관에서 만난 문 작가는 “외국 문학은 이미 장르의 경계가 무너져 시와 소설, 에세이가 자유롭게 넘나든다”며 “내 삶을 되돌아보며 사실과 픽션을 적절히 섞어 이 작품을 완성했다”고 설명했다.문순태 작가의 신작 소설 ‘영산강 칸타타’(도서출판 오래).특히 이 소설은 무등일보 문화관광전문매거진 ‘아트플러스’에 1년여간 연재했던 ‘내 인생의 커피 이야기’ 시리즈를 토대로 하고 있다. 작가는 연재했던 시리즈에 영산강에서 마주한 새로운 삶의 깨달음을 접목하며 작품의 깊이를 더했다. 커피와 삶, 기억과 사유의 조각들이 강이라는 공간에서 하나의 서사로 엮였다.소설은 80여 성상의 굴곡진 인생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1939년 담양에서 태어나 6·25전쟁을 겪으며 고향 마을이 불타버린 유년의 기억부터, 기자 생활 중 5·18민주화운동을 겪으며 반체제 기자로 낙인찍혀 해직됐던 시간까지 작가의 실제 삶이 고스란히 투영돼 있다. 문 작가는 이 작품을 유서 대신 세상 사람들에게 건네는 ‘마지막 편지’라고 정의하며 자신의 생애를 오롯이 쏟아부었다.작품의 핵심 매개체는 커피와 강의 만남이다. 고교 시절 스승이었던 다형 김현승 시인으로부터 전수받은 커피는 작가에게 단순한 기호품을 넘어 고독을 견디게 하는 도구이자 삶을 밀어 올리는 부스터였다. 그는 과테말라의 아픈 역사가 깃든 안티구아 원두의 쓴맛을 즐긴다. 그 씁쓸함이 곧 인생의 맛과 닮아 있기 때문이다.소설 속에서 영산강은 단순한 배경을 넘어 하나의 사유 주체로 기능한다. 작가는 강을 바라보며 “흐르는 것은 소멸이 아니다”라는 깨달음에 이른다. 강물은 흘러가면서도 계절마다 꽃을 피우고 숲을 가꾸듯 노작가의 삶 역시 영산강이라는 마지막 종착역에서 또 다른 생의 환희를 맞는다. 소설은 그 환희의 순간을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기록한다.80대 후반에 접어들었지만 작가의 시간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작가는 죽는 순간까지 붓을 놓지 말아야 한다”는 말을 마음에 새기고 있기 때문이다.25일 나주 타오르는강문학관에서 만난 문순태 작가가 그의 신작 소설 ‘영산강 칸타타’(도서출판 오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그는 이미 다음 작품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 팬데믹 시절 써둔 5·18민주화운동을 주제로 한 장편 소설이다.작가는 “하느님께서 2년만 더 시간을 주신다면 한 작품 더 쓰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며 “1980년 당시 서울에 머물러 광주로 내려오지 못했던 한 청년이 평생 역사적 부채감에 짓눌려 살아가다 40년 만에 광주를 다시 찾는 이야기”라고 덧붙였다.끝으로 그는 “AI가 소설을 쓰는 시대에도 인간만이 지닌 감성만큼은 끝내 대체할 수 없다”며 “문학이 다시 빛을 보는 시대가 반드시 올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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