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항으로 간 낭만의사
신호철 지음/ 저상버스/ 304쪽
"소아과 의사들은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는 아이들을 치료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을 데리고 온 부모도 따뜻한 마음으로 위로하고 아이들을 건강하게 키우기 위한 조언이나 충고, 교육도 해야 한다.… 공항 의료센터 진료실에서 만나는 환자들 중 어린이의 비중이 크지는 않다. 하지만 몇 차례 안 되는 소아 진료에 어른 진료보다 몇 배의 노력과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한다는 느낌이 든다." ('아이들은 원래 갑자기 아프다' 중)
"응급치료를 했다가 범죄행의로 처벌받은 사례는 거의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협의임을 입증하기 위해 경찰서를 오가거나 법적 공방을 하게 되는 것 자체가 심적, 금전적, 시간적 손해를 떠안게 되는 문제가 있다. 물론 언제든 어느 때든 의사나 구조자를 찾는 간절하고 애타는 목소리가 들린다면, 내 몸은 이런 법조항을 떠올릴 겨를도 없이 먼저 반응할 것이다. 나는 의사이기 때문이다. 아니, 그 이전에 나는 성숙한 시민사회의 일원이기 때문이다." ('선한 사마리아 인을 위하여' 중)
이른바 '의정 갈등'이 끝 간 데를 모르고 있다. 서로의 생각과 사정에 대한 소통과 공감이 절실한 때다. 특히나 일선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구체적이고 생생한 이야기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런 가운데, '별반 돈이 안 되는' 진료 현장에서 20여 년간 묵묵히 일해 온 한 전문의가 그동안 경험하고 생각한 것들을 책으로 써 세상에 내놓았다. 인천국제공항 의료센터장 신호철씨가 에세이집 '공항으로 간 낭만 의사를 펴냈다.
'인천공항 의료센터'는 아마도 대부분의 독자들에게 생소한 곳이다. 하지만 연간 약 7천만 여행객이 이용하고 7만여 상근자가 일하고 있으며, 종합병원이 있는 도심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섬에 위치한 국제공항의 의료기관인 만큼, 공익적으로 꼭 필요한 곳이기도 하다.
한편 이곳은 들뜬 해외여행객부터 고단한 공항근로자까지, 외국인 관광객부터 이주 노동자까지, 출장 기업인부터 상주 노숙인까지 각양각색 남녀노소의 질병뿐만 아니라,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비상상황의 의료적 사태와 고도 10km 상공에서 운항 중인 항공기 내의 발생 환자까지 관리하는 곳이다.
저자는 그처럼 '버라이어티'하고도 공익적인 진료 현장에서 20여 년 일하며 보고 듣고 겪고 생각한 것들을 차근차근 책 속에 풀어놓고 있다. 그러면서 그 이야기들 속에 어떠한 정치적 견해나 이권 지향적인 속내도 비치지 않는다. 그저 의업의 본질에 대한 생각과, 의사의 본분을 수행하면서 느끼는 조건과 상황의 문제만을 담담히 말할 뿐이다.
오랫동안 진료 현장을 지켜온 이의 이러한 태도와 생각이 오히려 극한으로 치닫는 '의정 갈등'을 푸는 단초가 되지 않을까 싶다. 모든 문제의 해결은, 표피적 현상이 아니라 본질에 대한 진지하고도 구체적인 성찰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살다 보면 수많은 갈림길을 마주하게 된다. 어디로 가는 것이 좋을지는 선택의 시점에서는 알 방법이 없다. 그것은 아마도 신의 영역일 것이다. 저자는 그때 마음을 다시 잡고 이 길을 계속 걸어온 나의 선택이 그저 옳았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한다.
지난 2023년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이 발표한 '초중등 진로교육 현황조사' 결과를 들여다보면, 우리나라 어린이와 청소년의 희망직업은 학령이 올라갈수록 순위가 현실적으로 변화하지만 대체로 '전문직종'의 범주 내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어느 정도 진로의 방향이 잡히고 자신의 능력과 적성에 대한 인식이 훨씬 더 현실적인 대학생이 되면, 직업보다는 직장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공기업과 대기업을 '목표'로 삼게 된다. 그와는 별개로 '공부깨나' 하는 아이들은 초등학생 때부터 '의대반' 열풍에 휩쓸리는 게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강자가 약자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그 사회의 민주주의와 문화적 수준을 알 수 있다. 강자의 덕목은 말할 것도 없이 '역지사지'다.. 이 책 속 곳곳에서 독자들은 '공항 의사' 신호철 원장이 아픈 사람을 대하는 역지사지의 태도와 자세를 엿볼 수 있다.
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
오월의 아픔 넘어 '생명과 평화의 서사'로
광주전남작가회의가 지난해 진행한 2025 오월문학제 ‘오월 너머의 문학, 세계의 물결로!’.
5·18민주화운동 46주기를 맞아 오월 정신을 문학적 서사로 승화시키고 생명과 평화의 가치를 전 세계와 공유하는 뜻깊은 자리가 마련된다.광주전남작가회의(회장 김미승)와 한국작가회의는 오는 5월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전일빌딩245 다목적 강당과 국립 5·18민주묘지 일원에서 ‘2026 오월문학제’를 개최한다. 올해 문학제는 ‘오월, 생명과 평화의 서사로!’라는 슬로건 아래 다채로운 학술·예술 프로그램으로 채워질 예정이다.이번 행사는 ▲오월문학 심포지엄 ▲5·18문학상 시상식 ▲오월문학제 본 행사 ▲5·18 민주묘역 참배 및 추모식 ▲걸개시화전 등으로 구성됐다.광주전남작가회의가 지난해 진행한 2025 오월문학제 ‘오월 너머의 문학, 세계의 물결로!’.첫날인 23일 오후 2시부터는 전일빌딩245에서 ‘오월문학 심포지엄’이 진행된다. 김영삼 평론가의 사회로 진행되는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전남대 유희석 교수와 조선대 임경규 교수가 발제자로 나서 오월 문학이 지닌 생명력과 평화의 메시지를 심도 있게 짚어본다. 토론에는 김주선 평론가, 심미소 시인, 안점옥 동화작가, 김현주 소설가가 참여해 오월 서사가 현대 문학에서 갖는 위상과 미래적 가치에 대해 논의를 펼친다.이어 오후 4시부터는 ‘5·18문학상 시상식’이 거행된다. 시·소설·동화 부문 신인상 당선자들에 대한 시상과 함께 본상 수상자의 소감 발표가 이어진다.이날 오후 5시부터는 박일우 소설가의 사회로 문학제의 메인 행사인 ‘오월문학제’가 진행된다. 김미승 광주전남작가회의 회장의 인사말과 채희윤 고문의 환영사, 강형철 한국작가회의 이사장과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의 축사가 이어지며 전국 각지의 작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연대의 의미를 다진다.광주전남작가회의가 지난해 진행한 2025 오월문학제 ‘오월 너머의 문학, 세계의 물결로!’.특히 이번 오월문학제 행사에서는 이상일 인천작가회의 지회장과 정덕재 대전작가회의 지회장이 연대사를 하고, 경기, 부산, 전북, 충남, 제주 등 전국 지부 작가들이 참여하는 시산문낭독이 함께 펼쳐질 예정이어서 눈길을 끈다. 또한 광주전남작가회의와 경남작가회의가 축하공연을 무대에 올린다. 행사는 참가자 전원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며 마무리된다.이튿날인 24일 오전에는 5·18 민주묘역 참배와 추모식이 엄수된다. 참가자들은 국립 5·18민주묘지 일원에 전시된 오월걸개시화전을 관람한 뒤, 국립 5·18민주묘지와 민주열사 묘역을 차례로 참배하며 오월 영령들의 넋을 기리고 그날의 숭고한 희생을 되새기는 시간을 갖는다.광주전남작가회의가 지난해 진행한 2025 오월문학제 ‘오월 너머의 문학, 세계의 물결로!’.한편 부대행사인 오월걸개시화전은 5월 1일부터 31일까지 한 달간 5·18묘역 일원에서 상설 전시돼 묘역을 찾는 시민들에게 문학을 통한 추모의 기회를 제공한다.광주전남작가회의 관계자는 “이번 문학제는 5·18의 아픔을 넘어 생명과 평화라는 인류 보편의 가치를 문학적 서사로 담아내기 위해 기획됐다”며 “전국의 작가들과 시민들이 함께 오월의 참뜻을 되새기는 소중한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 · 영산강이 가르쳐준 삶의 철학, 소설에 담아내다
- · 비극의 시어 속에 담긴 희망의 조각
- · 기억의 강에 묻힌 언어들로 그려낸 사유
- · 산티아고 길을 걸으며 찾은 삶의 등불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전남광주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