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장관 약속 무용지물…공기 연장 우려
순천시 “우회·지하화 사업비 계산 후 선택”
국토부가 순천시가 요구한 우회노선에 람사르 습지가 포함돼 환경부의 반대에 부딛치면서,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순천시가 요구한 대안 중 하나인 경전선 지하화도 막대한 사업비가 추가 발생할 경우 순천시 구간을 처음부터 다시 고민해야 할 상황이어서, 완전 개통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생태도시를 표방하는 순천시가 람사르 습지가 포함된 지역을 우회 노선에 포함시킨 것 자체가 모순적 행정이라는 비판과 함께 공기 연장으로 인한 주변 지자체의 피해, 이어질 찬반 갈등 등 논란만 격화시켰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30일 전남도와 순천시 등에 따르면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가 순천시가 요구한 도심 우회와 관련, 1년 6개월이 넘는 검토 결과 '어렵다'는 결론을 내려 전남도와 순천시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전선(광주송정~순천) 사업은 광주에서 나주 혁신도시와 보성을 거쳐 순천을 잇는 121.5㎞ 구간의 기존 철로 선형을 개량하고 전철화하는 사업이다. 총사업비 1조 9천848억원을 투입해 2030년 개통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경전선 전철화 사업 중 5공구인 '벌교역~순천' 구간 19㎞는 당초 기존 노선에 따라 순천 도심을 관통할 계획이었지만, 안전과 소음·분진 등 우려로 순천지역 사회가 거세게 반말하면서 전남도와 순천시가 국토부에 도심 우회 노선을 변경해달라고 건의해 왔다.
이에 지난해 2월 순천을 찾은 원희룡 국토부장관은 "순천 도심 우회를 위해 최적의 방안을 찾아 가급적 이른 시간에 확정하겠다"고 공언했고, 같은해 3월 노관규 순천시장은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개막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순천 도심을 통과하는 경전선이 우회될 수 있도록 장관에게 지시했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대통령과 주무부처 장관의 도심 우회 방안 지시에 따라 기본계획 확정 고시를 늦추고 우회 방안을 검토해왔다. 순천시가 요구했던 도심 우회 노선안이 람사르 습지인 순천만국가정원 일부가 포함되면서 환경부의 반대에 부딪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순천시는 '우회 노선'의 의미를 포괄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도심 밖으로 돌아가는 노선도 '우회 노선'이며, 노선의 지하화 역시 '우회 노선'이라는 것이다.
즉, 기존 노선에서 변경되면 모두 '우회 노선'이라며, "순천시가 요구한 우회 노선이 불가능해진 것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순천시는 우회 노선과 지호화 노선 모두 기본 설계를 진행한 후 사업비가 보다 적은 쪽으로 선택한다는 계획이다. 늦어도 내년 6월까지는 노선을 결정한 후 공사를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순천시의 주장대로 지하화나 우회노선 중 한 안을 선택·진행하더라도 예비타당성 조사를 다시 받아야 한다. 기본계획안대로라면 사업비는 1조7천여억원인데, 순천시 요구대로 도심을 우회하면 지난해 초 기준으로 2조2천여억원으로 5천억원(29%) 가량 증가하기 때문이다. 지하화 역시 비슷한 규모로 늘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른 공기 연장은 불가피 해보인다.
전남도 관계자는 "국토부가 도와 순천시가 요구한 도심 우회 노선안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세부적인 것에 대해 순천시와 협의를 하지 못한 상태로 빠른 시일내에 순천시와 차선책을 강구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순천시 관계자는 "일부 구간에 람사르습지가 포함된 것은 맞지만 여러 공법을 통해 충분히 해소할 수 있는 문제다"며 "국토부가 지하화와 우회노선 두 안 모두를 기본설계 중에 있어 사업비가 적을 노선으로 선택할 것"이라고 밝혔다
선정태기자 wordflow@mdilbo.com·순천=김학선기자 balaboda2@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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