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M 불법주차? NO, 이동권 YES" 젊은 도시 동탄의 실험

입력 2025.11.04. 15:41 이삼섭 기자
길 위의 공존: 자동차 지배를 넘어 ④화성시, PM 이동권 확보
'지정위치 대여 반납제 시행' 시범사업 실시
주차장 1천여곳 조성…어디서든 편하게 이용
광주시, 高비용 '자동차 주차장' 건립과 대조
경기 화성시는 지난 8월 18일부터 동탄지역에서 PM 지정위치 대여반납제 시범 운영을 시작한 가운데 PM 주차장에 가지런히 몰려 있는 모습. 화성시 제공

"동탄지역 개인형 이동장치(PM) 지정위치 대여반납제 시범 운영."

경기도 화성시 동탄지역 전역에 내걸린 플래카드다. 이제는 지정한 PM 주차장에서만 대여와 반납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PM은 친환경인 데다 편리한 이동수단임에도 불구하고 '불법 주차' 문제로 인해 도시의 '골칫덩어리'로 인식됐다. 이에 화성시는 PM 주차장을 대폭 확충하는 대신 PM 주차장이 아닌 곳에는 즉각적인 견인 조치를 하는 정책을 시행하기로 했다. 시민들의 이동권 보장과 보행 환경 개선, 자동차 이용 저감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화성시의 실험이 주목받는다.

◆'젊은 층' 많은 동탄, PM 정책 실험실로

경기 화성시, 그중에서도 동탄지역(동탄1~9동)은 전국에서도 청소년과 청년층의 비율이 손꼽히는 젊은 인구 도시다. 그만큼 출퇴근·통학·생활권 이동 수단으로 전동킥보드·전기자전거 등 개인형 이동장치(PM) 이용이 급속히 늘었다.

3일 화성시에 따르면, 시 전 지역에서 9개 공유 PM 업체가 영업 중이다. 이들 업체는 1만1천여대의 전동킥보드와 전기자전거 등 공유 PM을 운용 중이다. 그중 동탄지역에서만 7천여대가 몰려 있다. 젊은층이 많은 이유도 있지만 신도시 특성상 자전거 도로와 같은 운용 여건이 좋은 탓도 있다.

그러나 빠른 확산 속도만큼 부작용도 컸다. 별다른 주차장이 있는 게 아닌 데다 자유 주차 방식이 자리 잡다 보니 무단 방치와 불법 주·정차 문제가 심각했다. 도심 곳곳에 아무렇게나 방치된 킥보드가 보행로를 막고 사고와 미관 훼손 문제를 초래했다. 전국 대부분 도시가 앓고 있는 문제를 화성시 또한 맞닥뜨린 셈이다.

화성시는 대부분 도시가 방치하거나 단속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과 다른 선택을 했다. 바로 '공존'이다. 화성시는 PM 전용 주차장을 확대하는 한편 지정된 주차장이 아닌 곳 외에는 엄격하게 단속하는 투트랙 전략을 가동했다. 즉, 공유 PM을 승용차처럼 이동권의 한 축으로 인정한 것이다. 주차장을 적극적으로 조성하고 또 불법주차에 대해서는 규제를 하는 방식으로 이용자와 시민들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윈-윈' 전략을 선택했다.

화성시는 지난 8월 18일부터 동탄 전지역에서 'PM 지정위치 대여·반납제'를 시범 운영했다. 이는 경기도 최초로 도입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 1년여가량을 준비했다.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약 1천여개에 이르는 PM 전용 주차장을 설치했다. 이를 위해 투입한 예산은 17억원가량이다. 올해 5월 공유 PM 운영 업체들과 'PM 안전 이용 환경 조성'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시범사업을 알리는 안내문을 시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물론 도시 전역에 게시했다. 그러는 한편 관내 중·고등학교를 대상으로 찾아가는 PM 교육을 운영하는 등 대대적인 안전 캠페인도 시행했다.

화성시 교통정책과 관계자는 "이 정책은 이용자와 보행자 모두가 안전하게 통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조치"라며 "법적으로 규제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적법한 테두리 안에서 질서를 잡아보자는 취지"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민원이 지속적으로 제기됐고 관련 사고도 늘어나는 추세였기 때문에 단속만으로는 해결이 안 되겠다 싶어 정책적으로 주차장 설치를 병행했다"고 말했다.

경기 화성시 동탄지역에 '개인형 이동장치 지정위치 대여반납제' 시범 운영을 알리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이용자도, 시민들도 '끄덕'…초기 혼란도

시범사업이 진행 중인 동탄지역에서 만난 이용자들과 시민들은 대체로 해당 정책에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공유 PM 이용자조차 널브러진 공유 PM에 대해 문제라고 인식하고 있었던 것도 만족도를 높이는 한 요소로 꼽힌다.

동탄1동에서 만난 정효준(19) 씨는 "학원과 집을 오갈 때 주로 공유 PM을 이용한다. 1주일에 3~4번 이용한다"며 "버스를 타기에는 애매한 거리다 보니 공유 전동 킥보드를 자주 이용하게 된다"고 이용 빈도와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정 씨는 "PM 주차장에만 주차해야 하다 보니 이전보다는 불편하기는 하지만, 주차장이 많기 때문에 크게 문제가 되진 않는다"면서 "오히려 거리에 공유 킥보드를 아무렇게나 방치하지 않아도 되니깐 인식이 더 나아질 거란 기대가 있다"고 말했다.

인근 주민인 김정은(37) 씨 또한 "예전에는 길마다 킥보드가 쓰러져 있거나 인도 중간을 막고 있어서 위험할 때가 많았는데, 요즘은 주차 구역에 세워지다 보니 길이 한결 깨끗해졌다"고 엄지를 세웠다.

다만, 시범사업 초기인 만큼 시행착오도 이어졌다. PM 이용이 몰리는 구역에 일시에 많은 PM이 세워지면서 보행로에 전동킥보드와 전기자전거가 겹겹이 세워지는 광경도 나타났다. 실제 시범사업 첫날인 지난 8월18일에는 동탄 7동의 한 PM주차장에 70대가 넘는 전동킥보드와 자전거가 몰려 보행로를 점령하는 일도 발생했다. 서울과 판교 등 주요 광역버스와 학교가 인접하는 곳으로, 수요에 맞게 PM 주차장을 조성하지 않은 탓이다. 이에 화성시는 수요가 몰리는 곳을 중심으로 추가로 주차장을 설치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보행로에 PM 주차장을 설치하는 것에 대한 문제도 제기된다. 보행로에 PM 주차장을 설치하게 될 경우 보행에 큰 위협이 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주요 자전거 선진국들은 자전거 주차장을 차로에 두거나 비교적 넓은 보행로에 두고 있다.

화성시 교통정책과 관계자는 "주차장 위치는 실제 이용량이 많은 지역을 대상으로 용역조사를 진행해 선정했고, 시민 요청이 들어오면 위치를 조정하면서 계속 보완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 화성시가 동탄지역에 설치한 PM 주차장에 자전거가 거치돼 있다. 좁은 보행로에 PM 주차장을 설치하면서 보행에 방해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보완이 요구된다.

◆자동차 주차장엔 세금 펑펑…PM엔 인색

그에 반해 광주시의 PM 인프라 조성은 여전히 갈 길이 먼 상황이다. 3일 기준 광주시 내 PM 주차구역은 106개소다. 지난 2023년 광주시가 PM 주차장을 확대하겠다며 각 자치구에 보조금을 지급하며 건립을 독려했지만, 그마저 지난해부터 재정 문제 등으로 끊긴 상태다. 광주지역 공유 PM이 운용 대수가 7천여대라는 점에서 턱없이 부족한 수치다. 광주 전 지역이 공유 PM으로 몸살을 앓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전남대 재학 중인 김모(24) 씨는 "사실상 일반 주택지역이나 길거리는 PM 주차 공간이 전무해 널브러지고, 간단히 이동할 때나 통근 시 가끔 사용할 때마다 불편하다"면서 "광주에서 공유 PM 인프라는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고 불만감을 드러냈다.

광주시는 "가상지정주차제 등 PM 인프라 마련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혀왔지만 PM 주차장 확대에는 손을 놓고 있는 형편이다. 다만, 공공자전거인 타랑께 거치대를 함께 사용하는 방법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광주시가 정책적 의지를 내보여야 한다는 지적이 강하다. 2023년 광주시는 PM 주차장 한 곳에 50만원가량을 투입했다. 1천 곳을 만든다면 5억원에 불과하다. 한 곳당 150만원을 투입한 화성시 사례로 봐도 15억원이다.

최근 완공한 광산구 '광산로 제1공영 주차타워'를 짓는데 약 80억원이 투입됐다. 190면이라는 점에서 한 면당 4천200만원을 투입한 셈이다. 이뿐만 아니라 수십억원씩을 들여 광주 곳곳에 공영 주차장을 만드는 데 반해 새발의 피에도 미치지 못하는 PM 주차장에는 너무도 인색한 태도다.

업계에서도 지정 주차제가 근본적으로 PM을 활성화하고 불법 주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다. 공유 PM 모빌리티 업계 관계자는 "PM 주차장이 있으면 GPS 기술과 PM 운영사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 지정된 주차구역에만 반납할 수 있다"며 "꼭 물리적인 주차 시설이 없어도 지자체가 주차할 수 있는 공간만 지정해주면 질서 있는 주차 환경을 조성하고, 동시에 시민 불편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강승희기자 wlog@mdilbo.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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