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등일보 제17기 독자권익위원회 회의가 지난 27일 무등일보 커뮤니케이션룸에서 열렸다. 이번 회의에는 이기표 위원장(광주대 국제협력처장)을 비롯한 김유빈·김현성·박광구·박정열·이정민·정명환·조선익·조영국 등 9명의 위원이 참석했다. 이날 회의에서 위원들은 생성형 AI를 이용한 보도에서 경계할 점, 폭염과 관련한 기후 위기, 시민이 보다 쉽게 향유할 수 있는 광주 비엔날레 등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다.
▲박정열=8월 14일자 지면에 실린 '전남 소멸 극복 프로젝트 본격화'라는 기사가 보도됐는데 매우 시기적절하고 중요한 이슈라고 생각한다. 인구감소·고령화 등이 주요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사회구조·정치·경제·문화·교육 시스템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해결을 위해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지난 3월 국민보고대회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대신 'EPG(환경·인구·투명경영)'라는 용어를 제안했다. 사회 책임(Social)을 인구 위기 대응 지표(Population)로 바꾼 것이다. '전남 소멸 극복 프로젝트' 소개와 홍보에 그치지 않고, 인구감소로 인한 지방 소멸을 막을 정책의 방향을 관찰·추적·평가하고 미래지향적인 극복법을 제시해주길 바란다.
▲박광구=지난 7월 1일 미국 뉴욕에서 휘트니비엔날레를 보고 왔다. 광주비엔날레는 휘트니 비엔날레와 비교해도 규모·기획·구성면에서 엄청나다. 올해는 비엔날레 30주년이다. 전시 규모도 확대돼 광주시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광주 전역에서 이뤄질 예정이다. 비엔날레 작품은 일반 시민들이 접근하기 어렵고 고급 예술로 치부되다 보니 소비자인 시민들은 쉽게 다가서지 않는 형태가 돼가고 있다. 시민들이 사전 지식을 습득할 수 있도록 몇 개의 작품을 선정해, 독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작가나 작품을 쉽게 설명하는 기사가 있으면 좋겠다.
▲이정민=8월 20일 열린 '국립현대미술관 광주관 유치를 위한 토론회'에 관심을 가졌다. 광주시의 신양파크 매입의 방향이 아직 뚜렷하게 세워지지 않았다. 정책·지자체·시민이 광주관 유치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광주비엔날레 30주년 발자취'를 다룬 기사도 좋았다. 간략한 설명을 통해 1회부터의 취지 등을 알 수 있어 좋았다. 특히 부족한 점과 숙제를 함께 제언했는데 해결 방안도 함께 모색해서 전시 후 재확인해 기사화하면 좋겠다.
▲김유빈=8월 13일 무등일보 홈페이지에 게재된 '북구 오치동서 차량 돌진…브레이크 안 밟혀'기사를 봤다. AI로 생성된 이미지가 삽입돼 있는 기사로 이미지에 대한 설명이 있지만 AI의 윤리적 문제들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언론이 대표 이미지처럼 보일 사진으로 AI 생성 이미지를 게재한다면 편견을 조장할 수도 있을 것 같다. 80대 노인의 사고에 대한 기사인데, 사고 현장의 사진이나 현실을 보여줄 수 있는 상황이 기사에 실렸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이와 관련해 고령 운전자에 대한 얘기도 많이 해봐야 된다고 생각한다.

▲정명환=딥페이크가 영화나 광고산업에서 활용되면서 급속도로 이용자들의 관심을 끌어낸 것은 전 세계적 현상이다. 하지만 일부 생산자와 소비자의 비윤리적 행태가 가짜 뉴스, 사생활 침해 등 부정적 결과를 낳아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언론은 생성형 AI 이면에 잠재된 위험 요소의 인식, 생산자와 소비자의 윤리적 책임과 의무를 병행할 수 있도록 교육과 홍보의 기능에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8월 26일 기사 중 '조선대 생명공학관서 불…인명피해 없어'에 삽입된 화재의 이미지 또한 생성형 AI로 구성한 이미지라고 주기를 달았지만, 실제 현장 상황의 경중을 반영한 것인지 명확히 판단이 어려웠다. 더욱 빠르고 자극적이며 기억에 오래 남지 않는 소멸성 콘텐츠에 노출되는 시대에 소비자가 신문을 통해 정보를 습득하기란 더욱더 어려운 현실이지만 기자의 현장감 있는 사진을 사용하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조영국=8월 5일자 지면에 실린 '늘어나는 1인가구…지자체 고독사 막아라' 기사를 봤다. 각 자치구별로 고독사를 막기 위한 예방책을 제시하는 기사였다. 앞으로 1인 가구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인 만큼 의미가 깊었다. 기사를 보면 동구는 쪽방촌 구역을 지정하고 서구는 위험 가구 발굴을 한다고 했지만 광산구는 우유와 신문이 집 앞에 쌓이는 것을 확인함으로써 고독사를 예방한다고 한다. 그러나 문 앞에 신문이 쌓인 뒤 발견하면 이미 늦었다. 광산구에 적극적 예방 대책을 제시해야 될 것 같고, 지역 정론지로서 지적을 더 해주길 바란다.
▲조선익=기후문제와 관련해 말씀드리고 싶다. 많은 언론이 폭염의 결과와 현상으로 '광주가 덥다'는 얘기만 많이 한 것 같다. 정책·투자·시설·향후 계획 등에 대한 내용은 언급이 거의 없다. 폭염에 대한 지자체의 대책을 강조하는 건 어떨까.
민형배 의원이 최고위원회에서 탈락했다. 이에 대한 원인과 대안을 다른 언론과 차별화할 수 있는, 시민이 관심 있어 할 만한 지역의 특정 쟁점을 부각해 조명해보면 좋겠다.
▲이기표=저 또한 '광프리카' 문제를 지적하고 싶다. 올해는 폭염이 특히 심각해 시민들이 사는데 힘이 들었다. 광주가 대구보다 더 덥다는 자료도 나왔다. 무등일보에서도 사설로 문제점을 지적하고 기사도 맞물려 보도됐는데, 이런 문제는 시리즈물로 기획해서 왜 광주가 '광프리카'가 됐으며 광주시의 도시계획과 대책은 문제가 없는지, 광주시의 정책이 시민의 삶과 떨어진 건 아닌지 등에 대해 날카로운 지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김현성=배달의 민족·스마트오더 문제를 '디지털 무등'을 지향하는 무등일보가 깊이 있게 추가 취재 해서 보도한 것에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
디지털 전환의 명(明)보다는 암(暗)의 얘기가 많다. 배민 중개 수수료 인상이나 티메프 사태 등 디지털 전환을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고 해야 되느냐에 대한 고민을 해야 될 시점이다. 디지털 전환을 바라보는 광주의 방향에 대한 관점을 세웠으면 좋겠다. 우리 도시가 디지털 전환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되는지 조명해주길 바란다. 디지털 전환으로 인해 식민 경제 등의 문제들이 고쳐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고착화되고 있는데, 어떻게 해결하고 대안이 어떤 게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소상공인이나 라이더, 소비자 등 플랫폼을 위해 기여하는 사람들이 함께 이익을 나누는 '프로토콜 경제' 체계가 있다. 기사와 이용자들에게 주식을 나눠주는 '우버' 등, 새로운 전환의 과정에서 대안 모델들을 이야기해줬으면 한다. 광주가 디지털 경제에서 대동경제를 지향해야 될 부분이 아닌가 생각한다.
정리=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참석 독자위원(※가나다 순)
김유빈 지역공공정책플랫폼 광주로 상임연구원
김현성 광주경제진흥상생일자리재단 대표
박광구 광주미술협회 회장
박정열 치과의사(우성학원 이사장)
이기표 광주대 국제협력처장
이정민 커복 대표, 광주여성단체협의회 영클럽회장
정명환 나무심는건축인 사무처장(㈜건축사사무소지읒 대표)
조선익 선경공인노무사사무소 대표
조영국 서영대 교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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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민주화 성지에서···" 광주 출신 장성호 감독의 고백 '킹 오브 킹스' 장성호 감독. 뉴시스북미를 강타한 '킹 오브 킹스'를 연출한 장성호 감독이 4년 장학금을 받고 들어간 전남대학교를 한 달 만에 그만둘 수 밖에 없었던 경험을 고백했다. 5·18민주화운동 주역인 곳에서조차, 더군다나 가장 폭력을 비판해야 할 미대에서 폭력이 아무렇지도 않게 자행된 데 충격받았다는 내용으로 파장이 예상된다. 이에 더해 '민주화의 성지'를 자부하면서도 민주적이지 않은 관행들이 여전히 광주사회 곳곳에서 자행되는 현실에 더해 성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장 감독은 16일 보도한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이 같은 경험을 밝혔다. 장 감독은 인터뷰에서 1989년 전남대학교 미술대학에 4년 장학생으로 입학했지만 끔찍한 경험 후 한 달 만에 학교를 떠나야 했던 사실을 털어놨다. 서강고등학교에 재학한 장 감독은 전교 두세 손가락 안에 드는 우수한 성적에도 불구하고 가정형편상 전남대에 입학한 것으로 알려졌다.장 감독은 "어느 날 선배들이 단과대 옥상에 후배들을 집합시켜 엎드려뻗쳐를 시켰다. 곧 팰 분위기였다"면서 "민주화의 성지 전남대에서, 그것도 예술혼을 불태워야 할 미대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게 납득되지 않아 반항하고 그 길로 자퇴했다"고 고백했다.장 감독이 겪은 1989년은 1980년 5월 항쟁(5·18민주화운동)과 1987년 6월 항쟁을 거치며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이 최고조에 달했던 시기다. 특히 5·18 민주화운동의 시작점이자 중심지였던 전남대학교는 당시 민주화 투쟁의 상징적 공간이었다. 5·18민주화운동 과정에서 또 군부 정권에 맞서 수많은 전남대 학생이 희생됐다. 그러면서 전남대는 '민주화의 성지'로 불리며, 매년 5월이면 전국에서 이를 기리는 사람들이 찾는다.이런 곳에서 그것도 자유로운 영혼이 존중받아야 할 미대에서 비이성적인 '군기 잡기'와 폭력이 아무렇지도 않게 자행됐다는 사실은 장 감독이 충격을 받기에 충분했다. 더군다나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은 구금한 학생들과 시민들을 대상으로 옷을 벗겨 얼차려(군기 훈련)를 준 뒤 물리적 폭력을 저지르는 일을 수없이 반복했다.특히 이 같은 폭력적 악습은 오랜 기간 전남대에서 사라지지 않으며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가장 최근인 2015년에는 전남대 예술대학에서 선배가 후배들을 대상으로 얼차려를 주는 모습이 SNS를 통해 알려지면서 큰 논란을 일으켰다. 이 문제로 정기 연주회가 취소되는 일로 이어졌다. 지난 2013년에는 전남대 신문방송사가 실시한 실태조사에서 104개 학과 중 77개 학과가 후배들에게 '얼차려'를 포함한 기합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주의를 위해 싸웠던 자랑스러운 역사 이면에는 부끄러운 민낯이 공존해 왔던 셈이다.다만, 2010년대 후반을 기점으로 얼차려와 같은 폭력은 대부분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다. 선배가 후배를 집합하는 문화가 이른바 '똥군기'로 불리며 사회적으로 자정이 이뤄진 탓이다.#D 애니메이션 '킹 오브 킹스' 내 한 장면. 모팩 스튜디오장 감독 고백을 접한 지역사회에서는 성찰의 목소리도 나온다. 민주와 인권, 평화를 자부하면서도 여전히 비민주주의적인 행태가 이뤄지고 있다는 자조적 고백이다. 실제 해당 기사가 공유된 SNS에서는 "전남대 전체가 이 하나만으로 부끄러워 쥐구멍을 찾을 만큼 통절한 성찰이 있어야 한다", "전남대뿐만 아니라 민주 성지 광주에서도, 이 사회에서도 전체주의적이고 폭력적인 문화가 드글드글할 것이다"는 반응을 보였다.한편, 킹 오브 킹스는 장 감독이 연출과 각본, 제작 등을 맡아 예수의 일생을 다룬 장편 3D 애니메이션 영화다. 북미 박스오피스 6천만 달러를 돌파하면서 국내 단독 제작 영화로는 북미 흥행 역대 1위 기록을 달성했다. 이에 힘입어 이날 국내 전국 500개관·1천200개 스크린에서 동시 개봉한다.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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