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풍경·정원, 지역을 살리고 도시를 키운다

입력 2025.06.18. 18:49 이용규 기자
남도정원 산책-프롤로그

가평은 세대를 뛰어넘어 번잡한 도심을 벗어나 자연과의 교감을 통해 휴양과 힐링을 추구하는 이들의 욕구를 충족해 주는 최적지로 자리 잡고 있다.

이들의 방문은 한 달에 최소 300억원에서 1천억원의 소비창출 효과를 내며 지역경제에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힐링, 휴양객들의 발길을 붙잡는 데는 녹색 인프라가 자리 잡고 있다.

아침고요수목원은 빼놓을 수 없다. 한상경 전 삼육대 원예학과 교수가 10만여평의 면적에 20개 주제로 한국형 정원을 조성하고 지난 1996년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정원형 수목원으로 문을 열었다. 5천종의 식물자원과 4천900여종의 수목 유전자를 보유한 수목원은 한국의 전통적 자연미와 자연의 아름다움의 조화로 국민 휴식처로서 사랑받고 있다.

축령산의 자연 경관을 배경으로 울창한 잣나무 숲 아래서 삼림욕을 하고 사계절 꽃과 나무들이 뿜어내는 청정한 산소가 사람들을 매료시켰다. 주말과 휴일에는 상면 행현리 일대에는 아침고요수목원을 찾는 차량 행렬들이 이어진다.

지난 2020년 입장객을 보면 아침고요수목원은 58만6천35명이고, 자라섬을 찾은 방문객은 13만774명이었다. 아침고요수목원이 변함없이 핫플이 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수목원을 찾는 꾸준한 발길은 지역경제에 선순환 효과로 이어졌다. 펜션을 비롯한 300여개에 달하는 최고급 주택단지, 식당, 휴게소 등 다양한 시설이 들어섰다. 이 효과는 인근의 청평까지 이른다. 산촌이 아니라 융복합산업의 중심지로 자리 이동을 한 셈이다. 나무와 꽃에 그치지 않고 연관 산업들이 영역을 넓히며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가평군은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전국 89개 인구 감소 지역에 편입돼 있다. 지방소멸 현상에서 자유롭지 못하나 지역의 부존자원인 녹색 인프라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우리나라 잣 생산의 40%를 담당하는 울창한 잣나무 등 다양한 수목과 꽃들은 지역발전의 확실한 자원으로 작용하고 있다.

가평군은 고향사랑 기부금 답례품으로 고요수목원 숙박권을 내놓았다. 지역 특성을 최대한 반영한 차별화된 힐링으로 보답하기 위함이다.

녹색 인프라가 지역발전의 중요한 자원이 되고 있다. 기존의 다리와 도로 등 회색인프라 만큼이나 나무, 숲, 정원 등 녹색 인프라가 중요성을 갖는 시대이다. 아직 유럽의 제도에 미치지 못하나 우리나라에선 국토종합개발 5개년 5차 계획에서 녹색 인프라 개념이 도입됐다.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녹색 인프라를 인식하게 된 점에서 의미가 있다.

순천만국가정원은 이를 잘 보여준다. 2013년 정원박람회 추진 과정에서는 "순천까지 꽃을 보러올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되겠어"라고 회의적 시각이 많았다. 막상 개막이 되자 "예산낭비"라고 떠들어댄 여론을 무색하게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순천만국가정원을 보기 위해 몰려든 400만명이 넘는 구름 인파는 도심의 상가, 음식점, 숙박업소 등 도시를 춤추게 했다. 도심 한가운데 순천만 정원을 품은 순천은 한번 가보고 싶은 도시로 국민들의 뇌리에 각인됐다. '순천은 정원입니다'는 슬로건은 순천을 알리는 브랜드가 됐다. 10년 뒤 다시 열린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는 국내외 이슈를 집중시켰다. 지난 2023년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에는 980만명이 찾았고 333억원 수익과 1조5천억원이 넘는 생산유발효과를 가져왔다.

두 번째 국가정원 타이틀을 딴 울산 태화강의 서사도 놀랍다. 울산공업단지에서 쏟아져 나오는 오폐수에 의해 죽어가던 태화강은 지역민들의 접근이 꺼려지던 혐오의 장소였다.

그러다 나무와 숲으로 공간이 탈바꿈한 이곳은 전국에서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활력공간으로 새롭게 자리매김했다. 사계절 각종 꽃과 나무들이 연출하는 색다른 자연의 묘미도 그렇고 공간 변신은 괄목상대할 만하다.

광주 도심 녹지화의 푸른길도 선진 사례이다.

2000년 도심을 통과하는 경전선 10.8㎞ 구간을 외곽으로 이설하고, 폐선 부지만큼 생긴 공간에 100만 그루 헌수운동을 전개, 나무를 집중적으로 심었다. 숲은 광주시민의 여가 휴식공간으로 변신했다. 아름드리 성장한 나무들이 그늘을 만들고 계절마다 색다른 풍경을 연출하면서 광주의 대표적인 녹색 인프라로 자리잡았다.

숲길을 따라 형성된 시민의 여가, 휴식 공간은 푸른길녹색권으로 통할만큼 핫플레이스로 변신했다. 방치된 폐선부지를 생각할땐 엄청난 변화이다. 세계 도시들은 기존의 산업문법대로 토목 위주의 개발로는 도시경쟁력의 한계에 직면했다. 하늘로 치솟고 빽빽한 빌딩숲은 어느 도시에서나 볼 수 있지만 도심에서 녹지공간은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귀중하다. 시민들의 일상에서 작은 여유와 자연과의 교감을 즐길 수 있는 공간 확충은 갈수록 비중이 커지고 있다.

서울시가 지난 2023년 정원도시 서울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곳곳에 크고 작은 정원을 조성 중인 이유다. 지역 내 공터가 있으면 꽃과 나무를 심어 시민들에게 도심 어디에서 잠시 쉬어갈수 있는 작은 쉼표가 되게 하고 있다. 오는 2026년까지 서울에 1천7개(총면적 31만㎡)의 정원 조성을 목표로 하는 서울정원도시 프로젝트는 회색빛 도시와 지역을 녹색공간으로 리모델링하고 있다.

광주시와 인구 면에서 비슷한 대전광역시가 도심에 수목원을 대대적으로 확장하고 있는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대전시는 현재 3개의 휴양림을 조성해 놓고 추가로 2개를 더 짓기 위한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대전시가 시민들의 삶의 질을 위해 도시의 녹지면적을 넓히는 데 진심을 보여주고 있다. 녹색 인프라 투자에서 소극적인 광주전남과는 대조적이다.

녹색 인프라를 적극적으로 지역 개발에 적용하는 해외 사례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독일은 도시의 정원을 공공의 자원으로 삼고 교차로나 도로변이 도심 속 허파 역할을 하는 정책에 집중하고 있다. 세계대전 이후 폐허된 도시를 재건하기 위한 방안으로 정원박람회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정원박람회 성격이 점차 포괄적으로 도시설계의 방향으로 기울어지는 추세다. 신도시 대상지에 정원박람회를 개최해 도시 전체를 녹색공간으로 새단장하는 방안이 최우선시되고 있다. 독일 주요 도시인 함부르크, 슈튜트가르트, 하노버, 뮌헨 등은 정원박람회를 통해 도시 발전의 기폭제로 삼았다.

이처럼 도시계획에 있어 정원의 역할이 커지면서 독일의 도시들은 연방 정원박람회를 유치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연방정원박람회 유치에는 몇 년째 시간이 소요되기에 지방정부 차원의 박람회가 줄을 잇고 있기도 하다. 이처럼 독일이 나무와 꽃 등에 진심이다 보니 종전국의 싸늘한 시선을 부드럽게 하고 있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그렇다고 정원이 반드시 거창하고 웅장하지만은 않다. 지자체, 기업, 기관, 개인 등이 파라다이스를 꿈꾸며 가꾸어가는 녹색 공간은 다양하다.

집이나 건물 안의 뜰이나 꽃밭으로 접근하거나,식물을 심고 물길을 내며 다양한 조형물을 배치한 커다란 산과 같은 곳도 있다. 이러한 공간에는 사람들이 자연을 어떻게 대하는 태도가 드러난다. 크고 작은 녹색지대의 공통점은 결국 치유, 소통, 교류 중심으로 귀결된다.

무등일보는 도심이나 지역에서 도시 재생과 지역 발전의 모세혈관과 같은 녹색 인프라의 중요성에 주목한다. 우선 광주·전남의 아기자기한 녹색공간인 정원으로 행복한 산책을 떠난다.

글·사진=이용규기자 hpcyglee@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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