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노인학대, 더는 침묵할 수 없다

@김동차 강진경찰서 경무계장 입력 2025.06.10. 18:07
김동차 강진경찰서 경무계장
김동차 강진경찰서 경무계장

매년 6월15일은 '노인학대 예방의 날'이다. 하지만 현장에서 어르신들을 마주하는 경찰관으로서, 매일이 노인학대 예방의 날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로 차별받고, 학대받고, 무시당하는 어르신들의 현실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존재한다.

강진은 평화롭고 정이 넘치는 고장이지만, 그 조용한 일상 속에서도 노인학대는 일어나고 있다. 최근 발생한 한 사건은 지금도 제 마음에 깊은 울림을 남기고 있다. 신고는 마을 이장님으로부터 접수됐다. 평소 조용하던 80대 할머니의 집에서 고성이 들린다는 내용이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이 확인한 상황은 충격적이었다. 아들이 어머니에게 물건을 던지고 큰 소리로 고함을 지르고 있었던 것이다. 할머니는 "술을 마셔서 그랬다"며 상황을 감추려 하셨지만, 이미 여러 차례 반복된 일이었다. 강진경찰서는 즉시 노인보호전문기관과 협조해 어르신의 보호 조치를 취했고, 가해자에게는 분명한 법적 대응을 했다. 사건 이후에도 많은 분들이 "그냥 집안일 아니냐", "가족 간 일에 개입하면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한다. 그러나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다. 노인학대는 '집안일'이 아니라 '범죄'다.

통계에 따르면 노인학대의 86%가 가족에 의해 발생한다. 가장 가까운 사람이 가장 큰 상처를 주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특히 강진과 같은 농촌 지역에서는 피해 어르신들이 상황을 외부에 알리지 못하고 참고 견디는 경우가 많아, 이웃의 관심과 용기 있는 신고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경찰은 이제 단순한 사후 대응에 머무르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강진경찰서는 마을 이장님들과의 긴밀한 협업, 노인복지시설 방문, 지역사회 예방교육 등을 통해 노인학대를 사전에 감지, 개입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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