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비용 고효율' 노린 광주 세계양궁대회··· 가능성과 한계 교차

입력 2025.09.15. 14:11 한경국 기자
결산(하)아쉬운 대회 운영
국제대회 개최 역량 증명했지만
‘최소 인원’ 조직위, 한계 드러내
흥행 실패… ‘그들만의 리그’로 남아
편의 시설 부족… 불편도 잇따라
지난 10일 광주 2025 현대 세계양궁선수권대회 리커브 혼성 단체전 동메달전이 열리고 있는 5·18민주광장 경기장 관람석이 한산해 보인다. 특별취재반=양광삼기자 ygs02@mdilbo.com

광주시가 야심차게 개최한 '광주 2025 현대세계양궁선수권대회(세계양궁대회)'는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목표로 삼으며 국제대회 운영 역량을 보여주는 계기가 됐다. 제한된 예산 속에서도 대회를 무사히 치러낸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운영의 완성도와 시민 참여 측면에서는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5일 광주시에 따르면 세계양궁대회에는 시비 35억원, 국비 7억원, 후원금 11억원 등 총 53억 8천만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국제대회 기준으로는 비교적 적은 규모다. 개·폐막식을 생략하고 실내 경기장을 활용하지 않는 등 비용 절감을 우선시한 결과였다. 이러한 전략은 재정적 효율을 고려한 선택이었지만, 현장에서는 운영의 미숙함과 준비 부족이 일부 드러났다.

광주시는 이번 대회를 통해 도시의 위상을 높이고자 했지만, 시민들의 관심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일부 시민은 대회가 열린 사실조차 몰랐고, 교통 불편을 통해 대회 개최를 인지했다는 반응도 있었다. 관람석 판매도 저조했다. 600석 규모의 특설경기장 관람석은 개막 전까지 목표 판매량의 75% 수준인 2천600여 장이 팔리는 데 그쳤고, 결승전이 열린 5·18민주광장 특설경기장에는 빈자리가 눈에 띄었다.

조직위원회는 강기정 광주시장을 위원장으로, 사무처장 1명과 실무 팀장 2명을 포함한 총 17명으로 구성됐다. 이 중 15명이 광주시청 소속 공무원, 1명은 광주시체육회 파견 직원이었다. 최소 인력으로 운영되다 보니 실무 전반에서 미숙함과 혼선이 발생했고, 대회장 주변 부스 운영 등 현장 상황에 대한 파악도 부족했다. 대회 전 관계자들과의 소통 과정에서 관람객 편의 부스 설치 여부를 묻는 질문에 조직위는 부정했지만, 실제 대회 당일에는 무료 음료 제공, 응급 의료 지원, 기념품 판매, 페이스 페인팅, 양궁 장비 체험 등 다양한 부스가 운영됐다. 이는 조직위가 현장 상황을 충분히 인지하지 못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러한 점들은 대회 전반의 준비 과정에서 일부 허술함이 있었음을 나타내며, '저비용' 기조가 자칫 '운영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남겼다.

경기장 주변 내부 시설도 아쉬움이 있었다. 폭염 속 예선이 치러진 국제양궁장에는 몽골텐트가 설치됐지만, 텐트에 선수들이 가려져 관중들의 불만을 샀다. 폭우가 쏟아진 날에는 경기장 곳곳에 물웅덩이가 생겨 선수들의 기량 발휘를 방해했다. 뒤늦게 모래를 뿌리고 수로를 파내는 등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사전 대비가 부족했다는 점은 분명했다.

관람객 편의 시설도 충분하지 않았다. 대회 측이 준비한 가변 화장실은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남성용 화장실에는 소변기 4대, 좌변기 2대, 장애인용 1대가 있었고, 여성용 화장실에는 좌변기 6대, 장애인용 1대뿐이었다. 특히 남성 화장실의 경우 좌변기 2대 모두 막혀 있는 경우가 빈번했다. 관중석이 가득 찼다면 더 불편했을 일이다. 가변석 통로도 폭이 1m가 채 되지 않아 한 사람만 겨우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좁았고, 이로 인해 통행이 수시로 막혔으며 관람객들은 뙤약볕 아래서 오랜 시간 대기해야 했다.

미디어 대응도 매끄럽지 못했다. 온라인으로 배포된 미디어 가이드북에는 경기 일정 오류 등 부정확한 정보가 포함돼 취재진에게 혼란을 줬고, 미디어데이도 생략되면서 언론의 동선 파악과 사전 준비에 어려움이 있었다. 경기 종료 후 선수 인터뷰 요청에도 대회 관계자는 침묵하거나 "모르겠다"는 답변을 내놓는 등 책임 있는 소통이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광주시는 이번 대회가 5·18 정신을 세계에 알리고 도시 브랜드를 높이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한다. 실제로 제한된 예산 속에서도 국제대회를 유치하고 운영한 점은 도시의 역량을 보여주는 사례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다시 찾아오고 싶은 광주'라는 인상을 심어주기에는 부족했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저비용·고효율'이라는 명분 아래 놓친 부분들이 있었던 만큼, 향후에는 시민 참여와 현장 운영의 완성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운영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국제대회를 개최하는 것은 지역민이 하나로 통합되고 공동체 의식을 느끼게 하는 데 의미가 크다"며 "이번 대회는 시민들의 참여가 너무 조용했다. 이는 단순히 예산의 문제가 아니라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내는 노력이 얼마나 있었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광주시 관계자는 "'저비용이라고 해서 꼭 써야 할 예산을 줄였다는 의미는 아니다. 필요한 부분에는 지출하려고 한다"면서 "다만 천재지변이나 변수에 대비할 여유 예산을 두었더라면 좋았을 것 같다"고 전했다.

특별취재반=한경국기자 hkk42@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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