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양궁, '홈 어드밴티지' 없는 홈에서 '세계 최강'을 입증하다

입력 2025.09.12. 19:51 이재혁 기자
결산(상) 선수들이 이뤄낸 기적
한국 리커브 전종목 메달
금2·은2·동4 메달 7개 획득
멕시코 꺾고 종목1위 달성
'광주의 딸' 안산 은1·동2
12일 오후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광주2025현대세계양궁선수권대회 리커브 여자 개인전 시상식, 메달리스트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은메달을 수상한 중국 국가대표 주징이(Zhu Jingyi), 금메달을 수상한 대한민국 국가대표 강채영(현대모비스), 동메달을 수상한 대한민국 국가대표 안산(광주은행). [뉴시스DB]

광주가 야심 차게 개최한 '광주 2025 현대세계양궁선수권대회'(세계양궁대회)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이번 대회는 1980년 5·18민주화운동의 현장인 5·18민주광장에서 치러진 결승전으로 '민주·인권·평화 도시 광주'를 세계에 각인시키는 의미를 가졌다. 또한, 개·폐막식 없는 간소한 운영과 실내 경기장 대신 야외 특설 경기장을 활용하는 등 '저비용·고효율'이라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며 주목받았다. 이 가운데 국내 선수들은 눈부신 활약으로 금메달을 휩쓸며 대한민국 양궁 최강국의 위상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난 화려한 성과 뒤에는 '저비용'이라는 명분 아래 가려진 그림자도 짙게 드리워져 있다. 이번 세계양궁대회를 통해 선수들은 어떤 성과를 거두었고, 대회 운영적인 측면에서는 어떤 숙제를 남겼는지 짚어본다.

-편집자주

10일 오후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광주2025현대세계양궁선수권대회 리커브 남성 단체전 금메달 결정전, 대한민국 국가대표 김제덕이 10점을 쏜 뒤 포효하고 있다. [뉴시스DB]

'홈 어드밴티지'는 홈에서 누리는 유리한 점이 많아 생긴 말이다. 특히 익숙한 환경에서의 빠른 적응과 홈 팬들의 뜨거운 응원은 선수들에게 큰 힘이 된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한국 선수들은 특별히 홈 어드밴티지를 누렸는지 의문이다. 관중석은 비어있기 일쑤였고, 선수들은 덥고 습한 날씨에 원정과 다름없는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선수단은 '세계 최강'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특히, 대한민국 양궁 리커브 대표팀은 16년 만에 안방에서 열린 세계양궁선수권대회에서 리커브 전 종목 메달을 석권하는 기염을 토했다.

대표팀은 금메달 2개·은메달 1개·동메달 3개까지 총 6개의 메달을 목에 걸었다. 컴파운드에서 최용희가 획득한 동메달 1개를 더하면 7개로 그 숫자는 늘어난다.

대회는 지난 5일부터 12일까지 광주 국제양궁장과 5·18 민주광장 특설경기장에서 열렸다. 세계양궁선수권대회는 2년마다 열리는데 국내에서 대회가 열린 것은 2009년 울산 이후 16년만이다. 이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전 세계 70여개국에서 500명의 선수가 입국했고 이들은 총 10개의 메달을 두고 열띤 경쟁을 펼쳤다.

대표팀은 대회 전부터 컴파운드와 리커브에서 최대한 많은 메달을 획득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특히 전통의 강호로 자리잡고 있는 리커브에서는 전 종목 금메달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10일 오후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광주2025현대세계양궁선수권대회 리커브 여성 단체전,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이 동메달을 수여받은 뒤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안산·강채영·임시현. [뉴시스DB]

이번 대회 첫 번째 메달은 컴파운드에서 나왔다. '대표팀 맏형' 최용희(현대제철)가 남자 개인전에서 동메달을 선물하며 메달 사냥의 시작을 알렸다. 최용희를 제외한 컴파운드 남자 대표팀 전원이 개인과 단체에서 탈락한 점은 아쉬움이다.

대표팀의 본격적인 메달 사냥은 역시 리커브에서 시작됐다. 먼저 김우진(청주시청)과 안산(광주은행)이 합을 맞춘 혼성전에서 대표팀은 은메달을 걸었다. 이들은 예선 1라운드에서 세계신기록을 작성했으나 결승에서 만난 스페인에게 덜미를 잡혀 2위에 만족했다.

강채영(현대모비스), 임시현(한국체대), 안산이 나선 여자 단체에서도 대표팀은 동메달에 그쳤다. 위기감이 감도는 순간이었다. 이들은 4강에서 대만에게 무릎을 꿇고 말았다.

11일 오후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광주2025현대세계양궁선수권대회 리커브 남성 개인전, 동메달을 획득한 대한민국 국가대표 김제덕(예천군청)이 포디움에 오르며 세리머니 하고 있다.[뉴시스DB]

대표팀의 첫 금 사냥은 남자 단체전에서 성공했다. 이우석(코오롱), 김제덕(예천군청), 김우진은 결승에서 미국을 꺾고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섰다.

'대표팀 막내' 김제덕은 개인전 동메달로 김우진과 이우석이 탈락한 남자 개인전에서 대표티팀의 자존심을 살렸다. 또 이번 동메달은 김제덕의 개인 첫 메이저대회 개인전 메달이었다.

대한 궁사들은 대회 마지막 날에 최고의 피날레를 선보였다. 여자 개인전에서 강채영이 중국의 주징이에 승리하며 금메달을 획득했고 안산이 동메달에 성공했다. 임시현이 메달을 따내지 못했지만 한국 양궁대표팀은 이번 대회 총 7개의 메달을 따내면서 멕시코(금2, 동1)를 제치고 종합 순위 1위로 양국 종주국의 위용을 자랑했다.

12일 오후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광주2025현대세계양궁선수권대회 리커브 여자 개인전 시상식, 동메달을 획득한 대한민국 국가대표 안산(광주은행)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뉴시스DB]

고향 광주에서 열린 이번 대회에 선수 겸 홍보대사로 나서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로 기량을 발휘한 안산은 "팬들의 응원이 정말 큰 힘이 됐다. 감사하다"며 "이번 개인전 동메달이 앞으로 더 열심히 하라는 뜻으로 알고 다음주에 있을 국가대표 선발전 준비를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서 "고향이라는 특이점을 비롯해서 결승전 장소가 전일빌딩 앞에 있는 5·18 민주광장인 만큼 의미가 남달랐다"며 "4년 전에 일본 도쿄에서 애국가를 여러 번 울렸는데 이번에도 한 번 이어져서 고맙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홍보대사의 임무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안산은 "일주일 뒤에 세계장애인양궁선수권대회도 열린다. 올림픽에 열광하시는 분들도 많지만 패럴림픽에도 많은 선수들이 나가고 메달을 따지만 주목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다. 속상한 마음이 있다"며 "이번에 비장애인 대회와 함께 개최되는 만큼 찾아와서 다른 매력을 느끼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특별취재반=이재혁기자 leeporter5125@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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