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강기정 시장 "기분 좋은 날, 삐끼삐끼 10번이라도 춰야죠"

입력 2024.11.04. 19:24 이삼섭 기자
■‘5·18&스포츠 관광, 광주에 스토리 입히자’
- 강기정 광주시장 인터뷰
강기정 광주시장이 4일 '스포츠 관광'을 주제로 한 무등일보 인터뷰에서 왼손에는 축구공을, 오른손에는 야구공을 들어올리고 있다. 광주 관광마스코트 '오매나'는 가운데 자리 잡았다. 무등일보

광주서 야구는 스포츠 경기 그 이상의 의미

경기, 축제 넘어서 자산으로 만들어야 한다

KIA에 거리 퍼레이드 제안해 긍정적 화답 받아

단순한 승리 머무리지 않고 시민에 에너지 부여

광주에 오면 즐거움 넘어 힘을 얻어가는 도시로

내년 양궁선수권대회 ‘평화와 포용’ 브랜딩 계획

옛 전남도청 앞 분수대서 ‘결승전’ 무대 검토 중

‘노벨문학상’ 등 광주의 힘, 민주주의에서 나와

경제,문화,정치, 삶에서도 활력 있어야 한다


광주는 명실상부 스포츠 도시다. 2002년 월드컵, 2015년 하계유니버시아드, 2019년 세계수영대회 등 굵직한 스포츠 이벤트를 성공적으로 개최해 온 광주는 내년 9월 세계양궁선수권대회도 준비하고 있다.

또 KIA타이거즈, 광주FC, 페퍼스배구단, 양궁단 등 사계절 내내 인기 스포츠팀을 보유해 국내 최고 수준의 스포츠 팬층과 관중 동원력을 자랑한다. 특히 올해 광주는 KIA 타이거즈의 한국시리즈 우승 등을 계기로 스포츠 이벤트를 통한 관광활성화 기회 또한 맞이했다.

이에 더해 광주는 올해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전 세계적으로 5·18과 연관한 장소가 주목받고 있다. 5·18 민주화운동의 역사와 스토리를 스포츠 관광에 융합해 도시 전역을 활기찬 문화 공간으로 만들고, 스포츠 관광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광주시 또한 스포츠 관광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 중이다.

이에 무등일보는 강기정 광주시장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강 시장이 밝힌 챔피언스필드-복합쇼핑몰-금남로를 잇는 스포테인먼트 구상을 포함해 KIA 타이거즈 우승에 따른 시민 축제, 내년에 열리는 세계양궁선수권대회를 통한 도시 브랜드 가치 상승 전략 등을 들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올해 광주시민으로서 역사적인 해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KIA 타이거즈까지 우승했다. 광주시장으로서 남달랐을 것 같은데, 소감을 말해달라.

▲광주가 세계 속의 도시 광주로 널리 알려진 건 사실이다. 그 이유가 5·18 민주화 운동 때문이기도 하고, 광주 비엔날레 역사성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가 글로벌 사회에 나가 보면 광주라는 도시를 다 안다. 이런 광주를 일찌감치 전 세계 사람들은 알게 됐는데 이번에 한강 작가가 노벨상을 수상하면서 전 세계 수억만명이 동시 접속으로 광주를 검색했을 거라고 본다. 한강을 검색하고, 광주를 검색하고, 광주 중흥동 또는 장흥, 5·18의 주인공 이러면서….

그동안 광주라는 도시를 알게 된 것과 달리 양적, 질적에서 엄청난 시프트(전환)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단순하게 하나의 상이 아니다. 광주라는 도시를 세계 속에 드러내놓을 수 있는 광주정신, 5·18을 세계정신으로 일거에 시프트한 일이라고 생각해 보면 우리 스스로 자부심을 가지기에 충분하다.


-(10월18일) KIA 타이거즈와 협약식을 하면서 챔피언스 필드가 광주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스포테인먼트 사업과 함께 복합쇼핑몰,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등과 연계 방안 등 추진한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추진한다는 것이며 의미에 대해 말해달라.

▲우선 광주에서 야구라는 것은 하나의 스포츠 경기 그 이상의 어떤 의미를 갖고 있다. 독재 시절에는 어떤 분노와 울분을 표출하는 공간이고, 기분 좋을 때는 희망과 환희의 장이고, 어떨 때는 단결을 통해서 한번 돌파를 해보자는 힘의 장이기도 했다.

요즘 광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국민이 야구를 좋아한다는 것은 지금 우리 사회가 그만큼 희망이 없고 또는 분노할 일이 많고 또는 답답한 일이 많아서 야구라는 것으로 사람들이 자기의 희망과 꿈을 찾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그러면 KIA의 고장인 우리 광주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경기 하나의 즐거움을 넘어 축제로, 축제를 넘어 광주의 자신인 문화와 먹거리, 스포츠를 버무려야겠다고 생각한 것이 챔피언스필드-복합쇼핑몰(더현대 광주)-ACC를 잇는 스포테인먼트 구상이다. 이곳들을 잇는 선을 만들어보고 야구장과 양동시장을 잇는 선, 또 양림동과 ACC와 동명동을 잇는 선, 망월동과 야구장으로 이어지는 선들이 이어져 면이 되면 그거야말로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 문화와 스포츠, 광주의 먹거리가 버무려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한국시리즈에 가고 싶었던 시민들은 많지만 2만명 정도밖에 갈 수 없었다. 그 문을 열어 카퍼레이드를 해보자는 목소리가 많은데 시장님 생각은 어떤가?

▲한국 시리즈 1차전 앞두고 협약을 맺었다. 그 때 광주시가 (KIA 타이거즈에)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면 소위 '거리 퍼레이드'를 통해서 시민과 함께 만나자는 걸 제안했다. 구단도 적극적으로 퍼레이드를 하자는 데 동의했고 일정을 조율 중에 있다. 구단과 우리 시에서 일정이 정해지면 하게 될 텐데, 11월 안에는 될 것 같다.

KIA 타이거즈의 12번째 야구 승리가 단순히 승리에 머물지 않고, 우리 시민들에게 또 하나의 에너지를 부여하는 그리고 우리 국민들에게 에너지를 부여하는 그런 또 하나의 어떤 장을 열 필요가 있다고 본다. 지금 다들 너무 힘들어하고 있고 그래서 그런 장을 조만간 열 거고, 그걸 통해서 우리는 또 한 번의 광주의 힘을 스스로가 충전하는 그런 자리를 갖게 될 것이다.


-카 퍼레이드를 한다면 기아차도 있지만 광주형 일자리에서 생산되는 차(캐스퍼)도 있다. 노출이 된다면 미디어에서도 관심을 가질 것 같다.

▲좋은 생각이다. 여러 가지 기아차도 있고, 캐스퍼 전기차도 있고, 수요응답형 버스인 DRT도 있다. 다양한 차들이 같이 모여도 괜찮겠다. 캐스퍼는 지금 54개 나라에 수출하고 있어 없어서 못 팔 정도다.

강기정 광주시장이 4일 '스포츠 관광'을 주제로 한 무등일보 인터뷰에서 KIA 타이거즈의 12번째 야구 승리에 머물지 않고 시민들에게 에너지를 부여하는 이벤트(거리 퍼레이드 포함)를 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무등일보

-거리 퍼레이드를 한다면 시장님도 '삐끼삐끼 춤'(KIA 응원단 아웃송 춤)를 할 의향이 있는지.

▲아마 그날은 제가 안 하더라도 우리 KIA 팬들 앞에서 선수들과 구단에서 집단으로 삐끼삐끼 춤을 추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당연히 광주시장인 저로서도 그 춤을 춰야 될 것이다. 그날은 기분 좋은데 한 번이 아니라 10번이라도 더 쳐야죠.


-올해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 관중이 135만명 정도 된다. 이들을 광주 시내나 유명 관광지 등으로 유인하는 전략이 필요해 보이는데, 야구뿐만 아니라 축구와 같은 스포츠와 관광을 연계하는 방안이나 전락이 있나?

▲KIA 타이거즈도 그렇고 광주FC도 그렇고 스포테인먼트를 넘어서야 한다. 그래서 늘 광주가 떠나는 광주가 아니라, 광주를 찾는 광주로, 그다음에 광주에 오면 즐거움이 있고, 단순한 즐거움을 넘어서 힘을 얻고 가는 그런 도시로 만들어야 한다. 우리가 많은 스토리가 있으니 그 스토리에 기반해 컨셉을 만들어내야 할 것 같다. 상품으로 준비도 하고 있다.


-내년에 세계양궁선수권대회 개최 예정인데, 이 대회를 통해 광주가 스포츠 관광 도시로서 더 성장하기 위해 계획하고 있는 구체적인 방안이나 전략이 있나.

▲이번 양궁대회는 평화의 울림이라는 주제다. 상징물도 그렇고 전체의 컨셉도 어떻게 하면 평화를 키워낼 거냐다. 전 세계가 전쟁하고 있고, 남북이 긴장이 높아져 가고 있는 이런 상황에서 광주가 민주·인권·평화의 도시인 만큼 광주에서 평화의 울림으로 양궁대회를 열자는 것이 키 포인트다. 다양한 사람들을 통해 평화의 상징을 위해 북한 선수단 또는 응원단 또는 예술단을 초대하는 문제를 추진했는데, 현재까지 가시적 성과는 없다.

만약 이러한 성과가 있다면 이거야말로 스포츠를 넘어서 다시 한번 한반도에 평화의 기운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금도 포기하지는 않고 있는데, 우리 국제적 또 국내적 상황이, 한반도 상황이 너무 암울해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하려고 한다.

또 하나는 이번 양궁대회는 장애인양궁대회와 동시에 열린다. 한 도시에서 양궁대회와 장애인양궁대회가 동시에 열리는 건 아마 광주가 처음일 것이다. 포용의 도시인 광주가 꿈꾸는 포용성을 그대로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평화, 포용의 대회가 되도록 저희들이 준비하고 있다.


-지난 7월 파리 올림픽과 그간 열린 세계선수권대회를 보면 경기도 중요하지만, 개최 도시의 브랜드 가치를 상승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파리 개막공연 당시에도 노트르담 대성당·루브르 박물관·오르세 미술관 등 관광명소가 TV 중계 화면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실시간 노출됐다. 내년 양궁대회와 관련, 세계에 내놓을 광주 만의 브랜드 마케팅 전략은 있나.

▲양국대회가 재밌는 것이 예선전과 결승전 무대가 다르다. 도시에서 가장 보여주고 싶은 곳을 선택해 결승전에 과녁이 설치된다. 광주로 보면 검토하고 있는 곳이 옛 전남도청 앞 분수대다. 분수대 뒤쪽으로 관람석이 만들어진다. 동쪽에 과녁이 있고 서쪽에서 쏘는 결승전이 되면 전 세계 방송에 때로는 80년 5월 도청의 모습이, 때로는 ACC의 모습이 보일 것이다. 결국 내년 9월7일 양궁대회가 열리게 되면 전 세계의 카메라와 눈이 광주의 상징인 5·18로 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광주가 요즘 기분 좋은 일이 이렇게 많다. 어디에서 광주의 힘이 나올까가 제 최대 고민이다. 이 힘은 기본적으로 민주주의에서 나온다. 이번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도 경제와 민주주의는 떨어져 있는 게 아니라 민주주의화 돼 있는 도시에서 경제는 더욱 활성화된다는 표현을 했다. 광주가 민주화의 도시고, 민주주의의 중심 도시라고 한다면 당연히 경제에서도 여타 문화와 정치, 여러 삶에서 힘과 활력이 있어야 한다.

어느 도시도 해보지 못한 상생형 일자리를 광주는 성공시켰다. 캐스퍼라는 자동차를 54개국에 수출하는 건 상생의 힘이라고 본다. 다양하게 소통, 상생 이야기는 하지만 이렇게 구체화하고 실제화한 도시는 광주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해태와 KIA로 대표되는 야구의 힘을 폭발시키는 곳은 광주밖에 없다. 그건 감독만 잘 한다고 야구선수들만 잘한다고 되는 건 아니다. 우리 광주시민들의 저력이 모아져 힘을 보태니 가능하다.

마찬가지로 한강의 노벨문학상의 힘은 5·18과 5·18을 민주주의로 승화시키는 과정에서의 인간적인 고뇌, 두려움, 외로움 이런 걸 넘어선 승리의 역사 때문이다. 개인의 노력은 당연하다. 그런 점에서 요즘 광주의 힘은 뭐냐면 리더는 리더, 시민이면 시민, 구성원이면 구성원 모두의 에너지 총화가 그렇게 표현된 것으로 본다. 그런 점에서 우리 광주는 가능성이 무한한 도시라고 확신한다.

대담=유지호기자 hwaone@mdilbo.com

정리=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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