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태의 市井漫談- 민주화의 아버지, 5월 진상규명조사위원

@김영태 입력 2019.01.31. 00:00

민주주의를 기만하고 광주를 모독했다. 더불어 국민의 분노도 치밀어 올랐다.

알츠하이머(치매) 증상이 있다던 피고 전두환 전 대통령은 독감을 핑계로 지난 1월7일 잡혔던 형사 재판정에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그는 5·18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 사실을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의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이다. 지난해 8월 알츠하이머병을 이유로 첫 형사재판 출석을 거부한데 이어 이번이 두번째다.

그의 변호인은 "재판부에서 공판기일을 지정했음에도 불구, 출석이 이뤄지지 못해 송구스럽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변호인은 "방청하러 오신 광주시민께도 송구스럽다. 일부 언론에서 전 씨가 고의로 출석하지 않았느냐는 의심이 있지만 이번 기일은 독감과 고열로 외출이 어려운 상황이다. 참작해 달라"며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민주주의를 기만하고 광주를 모독

그의 부인 이순자씨는 그에 앞서 한 인터넷 극우매체와의 인터뷰에서'나의 남편은 민주주의의 아버지'라는 망언 아닌 망언을 늘어 놓았다. 이씨는 "우리 나라에 처음으로 대통령단임제를 이뤄 지금 대통령들은 5년만 되면 더 있으려고 생각을 못한다"며 "한국 민주주의에 큰 역할을 한 '민주주의의 아버지'로 불리는게 마땅하다"고 했다. 대단한 강변이요, 궤변이며 그야말로 치매에 걸리거나 아니면 착란(정신)에 가까운 언사가 아닐 수 없다.

전씨 부부는 수많은 양심적 시민들이 오랜 세월 피를 흘리며 일궈내고 지켜온 민주주의를 농락하고 끝내 광주를 모독했다.

그들 부부가 광주를 우롱하고 시민들의 분노를 야기시킨 건 이 뿐 아니다. 알츠하이머 증세로 사리분별이 어렵고 독감에 걸려 누워 안정을 취해야 함에도 찬바람 부는 겨울 벌판에 나가 골프를 즐겼다. 나이 90을 바라보는 노인 답지 않게 전동 카트를 타지않고 뚜벅뚜벅 필드를 걸어다녔다. 전 재산이 29만원에 불과해 거액의 추징금을 내지못하는 처지라는 그가 캐디에게 5만원권 여러장의 팁을 주려다 동반자의 만류로 1장만 주고 말았다는 후문도 들렸다.

5월 단체와 5·18 기념재단, 시민들은 "무고한 시민을 총칼로 진압했던 독재자답게 또 경악할 일을 벌였다. 후안무치이자 인면수심"이라며 "진심어린 사죄를 해도 모자라는 판에 국민을 우롱했다. 엄중한 법의 심판이 필요하다"고 했다.

전씨는 1997년 4월17일, 대한민국 대법원에서 군형법(해당 조항)상 반란과 내란 수괴, 수뢰 혐의로 무기징역형이 확정됐으나 이후 특별 사면을 받았다. 실형과 함께 병과된 추징금은 2천205억원에 달하지만 지금까지 집행 액수는 고작 1/4에 그친 상태다.

그의 고 조비오 신부 명예훼손 혐의와 관련해 형사재판을 담당한 광주지법 재판부는 고의성 짙은 두번째 불출석을 감안해 다음 재판 기일로 잡은 오는 3월11일(오후 2시30분), 강제 절차인 구인영장을 발부해 법정에 세우기로 했다. 그날 전씨가 또 어떤 입장을 밝힐지 자못 주목되는 바다.

민주주의를 기만하고 광주를 모독하는 전씨와 손발을 맞추는 자유한국당(한국당)의 행태도 점입가경이었다. 지난해 3월 어렵사리 여야 합의로 입법된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특별법'(5·18특별법)에 근거한 진상규명조사위원 추천을 둘러싸고 이어온 '몽니'와 '훼방'이 볼만했다.

역사와 민족에 중차대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후안무치로 일관하는 그를 비호하는 듯한 한국당의 움직임은 반역사적·반민족적이라는 지탄을 면키 어렵다. 세간의 비난을 무릅쓰고 그러한데는 어떤 면에서 그를 두둔해야 할 가치가 있기 때문일 터다.

5·18 진상규명조사위는 지난해 9월 출범했어야 했다. 그러나 특별법에 명시된 법규가 무색하게 한국당은 조사위원 추천을 하지 않은 채 넉달여를 끌었다. 5·18을 '북한 특수군이 개입해 저지른 폭동'이라 주장해온 극우 논객 지만원씨를 추천해야 하네 마네 하면서 그랬다고 한다. 그러한 내부 논란을 벌이다가 발표한 추천위원들의 면면도 극우 편향 인사라는게 세간의 평가다.

전씨 부부와 한국당의 견강부회

권태오 전 민주평통 사무처장, 이동욱 전 <월간조선> 기자, 차기환 전 수원지법 판사. 한국당은 이들을 추천위원으로 발표하고 확정하면서 "5·18 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왜곡되거나 은폐된 진실을 균형 되고 객관적으로 규명해 국민통합에 기여할 적임자"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들 인사가 진실 규명에 적합한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어찌 할건가.

오죽했으면 몇몇 언론들은 "자유한국당, '5·18 진실규명' 훼방 놓겠다는 건가", "한국당, 끝내 광주를 모독했다", "한국당, 진상규명 방해 본색"이라는 제목을 내세워 성토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지역민의 우려와 한국당을 제외한 더불어민주당, 민주평화당 등 다른 정당들의 개탄도 대동소이하다.

한국당이 추천한 위원들은 국회의장(1명)과 더불어민주당(4명), 바른미래당(1명)이 추천한 위원들과 함께, 여전히 그 진상이 베일에 가려진 채 오욕의 역사로 남아있는 80년 5월 광주의 진실을 규명해야 할 책임을 지고 있다. 그 막중한 역할에 그날의 사실을 왜곡하고 폄훼했던 인사들의 적격성을 치열하게 따져보아야 한다. '민주화의 아버지'라는 강변과 한국당의 진상규명 조사위원 추천에 대한 소회는 그런 차원이다.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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