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라면(박이수 지음)
◆'외로운 노인'의 이야기다. 표면적으로는 아내가 있는 남자 광일씨와 사귀는 일흔세살 장영희 씨의 이야기다. 사랑이라니. 노년에. 그것도 불륜이라니. 그런데 이상하게도 책장을 넘길수록 성별과 나이를 잊고 잔잔하나 아련한 주인공의 내면으로 빠져들게 한다. 젊음과 늙음은 삶의 표피일 뿐 과연 우리의 삶은 빛나고 있는지를 질문한다. 문학들. 212쪽. 1만2천원.
#그림1중앙#
문학3(문학3 기획위원회 엮음)
◆매체 환경의 변화가 우리의 읽기, 쓰기 방식과 감각에 가져온 변화를 살펴봤다. 오늘날 인간의 삶을 단시간에 획기적으로 바꾼 뉴미디어가 우리의 읽기, 쓰기를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구체적으로 살피기 위한 4편의 글을 묶었다. 또 우리가 무엇인가를 읽고 쓰고자 하는 이유가 매체 변화와 상관없이 고유의 것으로 남아있다면 인간이 가진 무엇이 뉴미디어의 진화를 이끌어내 매체 환경을 변화시킬 수 있는지 함께 질문한다. 창비. 272쪽. 8천800원.
#그림2중앙#
술집학교(안은미 옮김)
◆주인이자 교장인 레이코의 입원으로 갑자기 수요 마담 자리를 맡게 된 나, 마키. 본업인 다큐멘터리 작가의 관찰력을 발휘해 술집 '학교'에 등교하는 손님들을 관찰하기 시작한다. '학교'라는 비좁고 어두운, 술병과 라디오와 재떨이와 국어사전이 자연스레 놓인 공간에서 밤마다 펼쳐지는 작은 드라마. 정확히 말해 전혀 드라마틱하지 않은 드라마다. 검은문고. 256쪽. 1만4천800원.
#그림3중앙#
이인좌의 봄(안휘 지음)
◆승자만이 독점해 온 역사의 이면을 파고들어 풍부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이인좌의 난'을 재조명한다. 우리는 패자의 역사를 제대로 배우고 있는가. 진정 차별없는 세상을 만들었는가. 진실은 거짓을 완벽하게 제어하고 있는가. '승자의 역사' 뒤안길에 수백년 동안 묻혀있던 진실을 끈질긴 탐구심으로 끌어냈다. 인문서원. 248쪽. 1만5천원.
#그림4중앙#
나는 소심해요(박정연 옮김)
◆저자는 소심한 성격을 '스스로를 발견하고 세상을 발견할 수 있는 근사한 도구'라고 말한다. 더불어 그것을 극복하라고 외치지 않는다. 그저 자신을 발견하고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사랑하라고 이야기한다. 빨강, 파랑, 노랑의 세가지 컬러만 사용해 선만으로 그림을 완성했다. 내향적인 주인공의 감정과 동작을 극적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이마주. 36쪽. 9천500원.
- 시와 그림으로 피어난 꽃의 절규와 함성 시는 시인의 얼굴이자 내면이다.시인은 시를 통해 속내를 털어놓고 표정에 담지 못한 언어를 끄집어낸다.박노식 시인의 시도 이와 다르지 않다.박노식 시인이 최근 신작시집을 낸 데 이어 올봄을 넘기지 않고 시화집을 내놓았다.그의 첫 시화집 '기다림은 쓴 약처럼 입술을 깨무는 일'(달아실 刊)을 펴냈다.박노식 시인은 등단 후 9년 동안 5권의 시집을 냈고, 이번에 첫 시화집을 내는 것이니 부지런히 시를 쓴 셈이다. 그 원동력이 어디에 있냐고 묻자, "세상과 싸우기 위해, 밥벌이를 위해 삼십여 년을 접어두어야 했던 만큼 '시'를 미치도록 그리워했다"며 "남보다 늦은 나이에 꿈을 향해 걸음을 내디딘 만큼 더 치열하게 시 창작에 몰두하였다"라고 답했다.시화집 '기다림은 쓴 약처럼 입술을 깨무는 일'에는 모두 37편의 시가 실렸는데, 각 편마다 꽃말을 제목으로 하고 부제로 꽃 이름을 달았다. 각 시편마다 서양화가 김상연의 그림이 곁들여져 있어, 꽃시(詩)와 꽃말과 꽃그림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시화집이라고 할 수 있다.가령 "자기애"라는 꽃말을 지닌 "수선화"를 시인은 이렇게 시로 적고 있다."마주 앉아서 그대의 말끝을 따라갈 때면 어느새 저녁이 오고 나의 눈빛은 강 하구에 이릅니다/가만히 보면 그대 얼굴이 우물 같아서 달이 뜨고 거기에 내 얼굴도 떠 있습니다/그대는 흰 꽃잎으로 나는 노란 꽃잎으로 다시 태어나서 우리는 지금 서로의 운명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자기애-수선화' 전문)"모든 슬픔이 사라진다"라는 꽃말을 지닌 "미선나무꽃"은 또 이렇게 시로 풀어냈다."아득한 기억처럼 슬퍼지는 시간들이 있지요/ 폭발 직전의 꽃망울은 순수의 가지에 놓여서 눈을 감아요/ 지난 노래를 부르지 말아요/ 한 장 꽃잎이 강물에 떠내려간들 누가 울어주나요/ 눈물은 온몸에 있어요/ 온몸이 울어요/ 당신이 다시 돌아와 내 눈물의 노래가 되었어요('모든 슬픔이 사라진다-미선나무꽃' 전문)독자들은 시화집을 통해 37개의 꽃과 꽃말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다. 그런데 꽃말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사람들이 자신의 삶과 이야기를 꽃에 투영한 결과이며 오랜 세월 인구에 회자되면서 꽃말로 굳어진 것이 아닐까 싶다.시인이 이번 시화집의 부제를 '꽃말을 시로 읊은 가슴 저민 자화상'으로 명명했다. 시인이 정작 쓰고 싶었던 것은 꽃이 아니라 꽃 너머, 꽃말이 아니라 꽃말 너머, 그러니까 우리 모두의 자화상인 셈이다.박노식 시인은 이번 시화집 출간에 맞춰 '꽃말시'를 화가 김상연이 그림으로 표현해 낸 특별한 시화전을 연다.시화전은 광주시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에서 5월2~14일까지 박노식 시인의 첫 시화집 '기다림은 쓴 약처럼 입술을 깨무는 일' 출판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마련됐다.전시회 첫날인 5월 2일 오후 6시 오프닝과 출판기념회를 함께할 예정이다.김상연 화가는 "기존의 시화와는 전혀 다른 느낌의 그림, 화가의 눈으로 시를 재해석한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며 "시화집에 인쇄된 그림과 원화가 주는 느낌은 또 다른 것이니 전시회에 오셔서 직접 감상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박노식 시인은 "'꽃말시'는 처음부터 시화집을 목적으로 구상했었다. 시집 한 권 분량의 60여 편을 염두에 두었으나 시화집으로 묶기에는 다소 벅찰 것이라며 그가 말렸다. 그래서 37편에 머물렀으나 꽃만 남고 훗날 그는 구름이 되어버렸다"며 "더는 가슴 저미는 일이 없길 바라므로 나는 죽은 사람처럼 이 시화집을 열어보지 못할 것이다"고 말했다.시인은 차마 더 이상 열어보지 못하겠다고 하니 시화집을 열어 꽃말시를 읽는 일은 우리들의 몫이다..박노식 시인은 광주에서 태어나 조선대 국문과를 나와 지난 2015년 '유심' 신인상을 받고 등단했다. 그동안 시집 '고개 숙인 모든 것' '시인은 외톨이처럼' '마음 밖의 풍경'을 펴냈으며, 화순 한천면 오지에서 시 창작에 몰두하고 있다. 지난 2018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 수혜했다. 현재 광주 동구 '시인 문병란의 집'큐레이터로 활동 중이다.김상연 화가는 화순에서 태어나 전남대와 중국 미술대학원을 거쳐 현대미술을 특유의 기법으로 회화와 설치, 미디어, 판화 등 다양한 장르로 표현, 주목을 받고 있다.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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